정효삼 변호사

경북 군위군 고로면 산골에서 태어나 한 시간 반가량을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닌 소년이 있다.
그는 영천의 중학교로 진학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3~4㎞를 걸어서 통학했다.
그 와중에도 부모님은 한가지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합기도 체육관을 다니게 했다.
어린 시절 부지런히 걷고 합기도를 하며 체력과 정신을 단련한 소년이 훗날 대한민국 최고의 정예부대 해병대특수수색대 출신 법조인, 정효삼(해병 596) 변호사이다.

■ 첫 훈련 후 군복 ‘긴빠이’ 한 사연
정 변호사는 영남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서울 유학을 포기하고, 지방에서 학비 면제와 장학금을 받으며 다닌 것이다.
대학 1학년이던 1987년에는 6월 항쟁이 있었고, 매일매일 데모가 있던 터라 대학 시험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는 여러 고민을 하다가 가장 빨리 입대할 수 있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해병대 지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입대 당시 그는 시력이 나빠 시력판을 외워서 신검을 통과했는데, 입대 직후 시력이 들통나 귀가 조치를 당할 위기에 빠졌다.
그는 선임하사에게 입대 후 현재까지 3일간 군 복무를 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주지 않으면 귀가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선임하사도 그를 어찌 못하고 결국 받아줬는데, 훈련소에 늦게 도착해 남은 군복을 입어보니 바지가 한참 짧았다.
물론, 첫 훈련 후 세탁실에서 잘 맞는 군복으로 ‘긴빠이’에 성공했다. 
신병훈련을 마친 후 해병대특수수색대에 지원, 1사단에서 제31차 수색교육(1989)을 받은 뒤 특수수색대원으로 군 생활을 했다.

■ 흐르는 강물 위에서는 물보다 더 빨리 노를 저어야 한다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할 즈음 본격적으로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시험이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노를 저어 올라가는 것처럼 일정한 시간을 꾸준히 투자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나름 열심히 노를 저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흐르는 강물에서 제자리에 있을 정도의 힘으로만 노를 저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1년 365일 하루 평균 10시간 공부하기’를 목표로 공부에 전념해 결국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해병대에서 기른 강인한 체력과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는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는 배는 강물의 속도보다 더 빨리 노를 젓지 않으면 절대로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며 “인생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물론 어렵고 힘들지만, 이왕 시작했다면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지방검찰청 인권감독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법무법인(유한) 민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 국회해병대전우회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 변호사는 “해병대는 나에게 강인한 체력과 근성을 키워주었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 ‘안 되면 될 때까지’ 정신은 사회생활을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명석 기자】

고명석 기자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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