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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아 잘있거라
청룡부대 이규웅 하사(부44기)

열대 전선 월남으로

1967년 아카시아 꽃향기 그윽한 봄날 오후 조국과 민족의 명예를 양 어깨에 걸머지고 부모형제 친지들에게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자유우방 월남을 돕기 위해 고국을 떠났다. 군함은 다도해 푸른 물결을 가르며 기우뚱 기우뚱 이역만리 월남 전선을 향해 달렸다. 뒷 갑판에 서서 희미해져 가는 부산 제3부두를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침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특수교육대 입대하여

나는 포항, 김포 해안방어 근무 중 월남 파병 지원에 차출되어 1967년 4월 16일 기지사령부 내에 있는 월남특수교육단에 입교, 군 장비와 침구 등을 지급받고 막사에 정리 정돈하곤 침구와 담요에 DDT 가루를 뿌렸다. 소독약 냄새에 몇 개월째 인간의 피를 빨지 못했던 서캐가루와 이들이 바싹 마른채로 떨어지지 않고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온 몸이 오싹 오싹 했다. 우리는 2인 1조로 모포를 탁탁 털어 소독 후 사용 3일 자고 나니 다시금 모포에는 보리알캥이 만한 굵은 이들이 바글바글 댔다. 고된 훈련 3주가 지나고 마지막 주 오후 2시쯤 야외 훈련장에서 “꽝” 소리가 나 모두가 함께 잽싸게 없드렸다. 깜짝 놀랐다 “꽝” 소리와 함께 교육받던 한 명이 공중으로 치솟다가 죽은 채로 공중분해가 된 다리가 보였다

사연인즉 교육받던 동료가 철모를 깔고 앉아 뭉기적 대다가 81mm 박격포 불발탄을 건드려 사고가 난 것이었다. 슬픈일이었다. 전쟁의 산물이라 생각하니 암울한 심정이 떠올랐고 이것이 앞으로 있을 나의 일일텐데 말이다.

 

삼천만의 자랑인 대한 해병대, 청룡은 간다

그제는 지긋지긋하던 4주간 특수교육훈련을 끝마친 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태어나서 잔뼈가 굵은 고국을 떠나 이국전선 월남으로 떠난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서 밤새껏 이리 딍굴고 저리 딍굴다가 뜬 눈으로 밤을 샜다.

1967년 5월 6일 04시 00분이었다. “총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연병장에 집합하여 마지막 인원점검을 끝내고 월남 땅에 상륙할 때까지의 세부적 지시를 제병 지휘관으로부터 받았다. 막상 고국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긴장감과 압박감이 찾아 들었다. 해병상륙사단에서 월남출발을 몇 분 앞두고 연병장에 모여 있던 파월예정 장병들, 나뿐 아니라 모두들 마음이 어수선 했으리라 그 순간 다른 파월 장병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날따라 새벽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반짝였다.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GMC트럭에 편성된 순서대로 올라탔다. “부르릉 부르릉…” 트럭 엔진소리가 나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착잡하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는 군가를 부르며 매일같이 출입하던 정들었던 사단 서문을 빠져 나갔다. “삼천만의 자랑인 대한 해병대~~, 얼룩무늬 번쩍이며 청룡은 간다” 군가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도로변을 걷던 동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뭐라고 하며 손을 흔들어 줬다.

 

겪어야 할 주어진 나의 인생 여로인가보다.

그렇지만 환송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어쩐지 서글픈 표정들이었다. “이제는 이곳 오천동(포항시) 동민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겠지…” “아니 어쩌면 영영…” 낯 설고 물 설은 기후와 말조차 다른 월남 땅을 간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뜨거워졌다.

그러니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겪어야 할 주어진 나의 인생 여로인가보다.

포항 시가지를 보니 시민들이 여기 저기서 뛰어나와 손을 흔들었다.

시가지를 지나 포항역에서 하차, 역 주위에는 파월장병들의 가족을 포함한 환송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들을 부르는 엄마의 애끓는 소리, 전우의 이름을 외치는 여인의 소리, 동료를 부르는 해병대 선후배들의 소리, 그들의 울부짖는 애처로운 목소리가 나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사단장님! 기지사령관님! 다녀오겠습니다” 고 신고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들의 마음엔 “다녀오겠다”는 확신이 섰을까?

우리를 실은 열차는 포항역을 떠나 부산 제3부두를 향해 기적소리를 울렸다. 연예대의 애국가 반주와 역 주위에 모인 부모형제 모두의 울음소리가 범벅이 되어 울려 퍼져나갔다.

-다음 호에 계속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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