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여든 넘어 43번째 천자봉 정복
나는 진해 천자봉 정상(해발 653m)에 혼자서 올라가 43회 정상 정복의 기록을 남겼다.
해병대 장교 중 최다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해병대 소위 임관 53주년 기념일(2016년 6월 1일)을 일주일 앞두고 세운 이번 천자봉 43회 등정은 내 나이 80을 막 넘어 내 일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천자봉을 등정하려 한 결심은 어떤 영웅 심리나 노익장을 자랑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다.
나와 천자봉과의 깊은 인연은 누구도 모르는 인내의 고통과 인생의 보람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해병대 소위 임관을 위해 천자봉에 오르며 땀방울을 많이 흘렸고, 후배 해병장교 육성을 위해 숨을 헐떡였던 그 과거를 잊을 수가 없다.
이 곳에서 후배 장교 피교육자들과 무수하게 흘린 땀방울로 해병소위 계급장의 다이아몬드 결정체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 해병소위 계급장은 장엄한 천자봉의 정기와 천자봉에 서린 해병혼이 승화된 것이다.

■ 천자봉 정기 받은 해병혼
김흔중 원로목사· 전 연평부대장· 해병학교 32기
나는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사관후보생 모집에 응시했다.
중위 시절 해병학교 구대장의 중책을 역임했고, 이후 대위로 진급해 월남전 청룡부대에 파병되어 전투지휘관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귀국했다.
귀국 후엔 해병대 사령부 인사국 행정관 등을 역임하며 해병장교 육성의 중책을 맡았고 천자봉 정상에도 총 42회를 올라갔다.
매번 피교육자들과 함께 땀방울을 무수히 흘렸으며 정상에서 진해만을 굽어 내려다보며 가슴을 펴고 호연지기의 기상과 해병의 독특한 자부심을 한껏 느꼈다.
천자봉의 정기(精氣)를 받은 해병혼(海兵魂)이 해병대 창설의 진수(眞髓)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천자봉을 오르는 중 낙오하거나 후미에 뒤쳐지면 전부 해병학교에서 퇴교시킨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병대의 용감하고 사명감에 넘치는 모범장 교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들었다.

■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 받는 해병대 되기를
진해의 천자봉은 지금도 변함없이 해병대를 상징하며 만고불변의 기상을 뽐내고 있다.
그래서 금번 나의 천자봉 정상 등정은 무척 보람이 있었고, 벅찬 감동이 넘쳤다.
더욱 나의 제32기 임관 53주년을 맞이하여 천자봉 정상에서 기념 현수막을 걸고 사진을 촬영하게 되어 이루 형언할 수 없이 감개무량했다.
앞으로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100만의 해병대 전우들에게 천자봉의 정기를 받은 해병혼이 한평생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명실공이 해병대 전통을 빛내고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해병대 전우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해병학교 해병사관 제32기 임관 53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모든 동기생들이 100세 시대에 접어들어 80고개를 넘게 되었으니 병원 신세를 지지 말고 건강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흔중 해병학교 32기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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