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장단사천강전투전승기념비

■ 서울의 관문, 장단·사천강지구
서부전선의 장단·사천강지구는 수도 서울까지 거리가 불과 25마일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휴전 회담의 직전 중공군의 대대적인 춘기공세가 예상되고 있던 때라 확고한 방어 전략이 요청됐다.
때문에 중동부 전선에서 용명을 떨친 한미 해병대가 1952년 3월, 이 지역에 배치됐다.
해병대가 이 전선으로 이동하자 중공군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진지 보강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주간에는 포격을 강화하는 한편, 야간에는 전투 정찰대를 운용해 아군의 전초 진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피리를 불고, 꽹과리를 치는 등 아군의 배치 구조와 화력의 강도 등을 탐색했다.
그리고 곧 약 2개 대대의 병력으로 아군 진지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1952년 4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된 1차 전투에서 해병대는 연대장 김동하 대령을 필두로 중공군의 2차에 걸친 기습공격과 3회의 야간공격을 막아냈다.

■ “오늘은 누가 가나?”
장단·사천강지구 전선에서의 주요작전은 이웃 마을 나들이 가듯 거의 매일 밤 아군 진지로 침습하여 도발을 일삼는 중공군의 야공을 물리치기 위한 방어전과 아군 쪽에서 운용되는 기습대에 의한 야간작전 등이었다.
아군보다 병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중공군은 통상 대대 규모의 병력을 집중 또는 분할해서 투입했고, 아군 쪽에서는 기껏해야 2개 소대 규모의 병력으로 기습전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 지역 내의 상황이 익숙하지 못한 아군 쪽보다는 터줏대감격인 중공군 쪽이 기선을 제압하여 보다 활성 있게 전개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군도 진지의 보강 작업을 완료하고 나서부터는 적정 파악을 위한 포로의 획득과 야습 및 포격을 일삼는 적에게 위협적인 충격을 가하기 위한 기습 공격을 빈번히 감행하게 됐다.
또 그러다 보니 어느 대대에서 먼저 포로를 획득하느냐 하는 경쟁의식이 부지중에 가열되기도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동일 대대에서 이틀이 멀다 하고 기습을 나가다 보니 중대장이나 소대장들의 입에서는 자연히 “오늘은 누가 가나?”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치열한 전쟁 속에서는 이 같은 말이 일상 생활용어였던 것이다.

■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9월 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2차 전투에서 김석범 대령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기치 아래 적 대대 규모의 공격을 역습으로 격퇴, 중공군 공격 기세를 꺾었다.
8월 말경부터는 강물이 줄어들어 물을 건너는 것이 용이해졌기 때문에 중공군은 전차와 자주포의 대대적인 지원하에 쉽사리 아군의 최전방 전초 진지인 36·67고지를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중공군의 전차포와 자주포의 위력이 대단하여 최초의 공격 목표가 된 36고지의 아군 진지는 이중 자재를 사용해서 견고하게 구축해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지 전사면 쪽 대부분이 붕괴되어 그 속에서 포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일부 대원들은 생매장을 당하거나 숨통이 막힌 채 갇혀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적의 인해전술과 더불어 이 피비린내 나는 육박전 끝에 생존해 있던 대원들도 대부분 희생되는 등 최악의 참경이 빚어졌다.
아군은 포병의 공격과 함께 전차 부대와 9중대의 역습 소대의 지원으로 고지를 가까스로 방어해냈다.
또한 37고지의 1소대 장병들은 철저한 대비와 아군의 맹렬한 포격으로 적의 주력 부대를 격퇴시킬 수 있었다.
한미 해병대는 주정항선의 최전방 전초 진지에서 탈환과 재탈환을 거듭하는 죽음의 사투를 함께 벌였다.

■ 중공군 추석 대공세
10월 초 추석 전야에 중공군은 수천 발의 포탄을 퍼부으며 연대 규모의 대병력으로 아군 진지를 포위, 공격하는 바람에 결국 최전방 전초 진지들을 적에게 빼앗겼다.
해병대는 특히 67고지 하나를 빼앗기 위해 실시한 6차에 걸친 역습전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치른 3차 전투에서 수도권 방어 임무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제1전투단으로 보강, 김석범 준장의 지휘 아래 중공군 공격을 유인 역습 작전으로 격퇴했다.
하지만 이들 진지의 입지적인 조건과 피아군의 전술 등 요인으로 인해 끝내 되찾지 못한 채 역습만을 거듭하다가 미 해병사단에 의한 전초선 후퇴 조처에 따라 제2의 외곽 전초선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전술을 보다 신중히 검토 분석하고, 대응책을 철저히 강구한 끝에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치른 4차 전투에서 김성은 대령은 중공군의 대규모 2차 공세를 저지, 적의 전투의지를 상실시키고 및 반격 작전으로 최대의 전과를 획득했다.

■ 김영호 소대장의 자결
3대대 주저항선 전방에 있는 세 개의 전초 진지 중 최전방에 위치한 33진지에는 김용호 소위가 지휘하는 11중대 3소대가 배치돼 있었다.
적의 대대적인 포격과 함께 대규모 공세를 받은 3소대는 필사적인 저항으로 백병전을 펼쳤다.
통신이 끊기고 실탄도 완전 소진된 해병대원들은 “최후의 1인 최후의 일각까지 싸워야 한다! 이 진지를 사수해야 한다!” 소대장 김용호 소위의 외침 속에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결국 소대장 이하 몇 명 남지 않는 전멸 일보 직전에서 하늘이 도왔는지 요청할 수도 없었던 수발의 VT탄이 날아와 진지 위에서 폭발했다.
해병대 생존자들은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고 즉시 몸을 피했지만, 적들은 우산형으로 퍼져 내리는 무서운 파편에 맞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퇴각했다.
날이 밝은 뒤에야 33진지에 도착한 지원부대는 적군의 시체와 아군의 시체가 뒤엉켜 있는 참상 속에서 4명의 생존병들과 함께 권총으로 머리를 쏘아 자결한 김용호 소대장 시체를 발견했다.
그는 “중대장님이 아끼고 사랑하는 부하들을 다 잃어버린 죄책감에 살아있을 면목 없습니다”는 유서를 남기고 대원들이 잠든 고지 위에서 함께 죽음으로 속죄하고자 한 것이다.
11중대장 임경섭 중위는 김 소대장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 청사에 영원히 기록될 대혈전
1952년 3월부터 휴전 시까지 계속된 장단·사천강지구전투에서 해병대는 적 사살 14,017명, 포로 11,011명의 전과를 올리고, 전사 776명, 부상 3,214명의 피해를 입었다.
장단·사천강지구전투를 통해 해병대는 군사분계선을 아군에 유리하게 확정 짓는데 기여했다.
또한 해병대 전투 중 가장 장기간의 전투로써 불리한 지형적 조건에서 16개월간 장기간의 방어 임무를 완수하고, 전초기지 작전을 수행했다.
특히 개성-문산 축선을 지켜 수도권 방어에 기여했다.
더불어 6·25전쟁 휴전 시까지 해병대가 명시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차후 해병대 확대 개편의 계기를 마련했다.
청사에 영원히 기록될 장단·사천강변의 대혈전, 세월이 비록 아무리 흘러간다고 해도 강변에 묻혀 있는 그 끔찍했던 비극과 숱한 무용담은 말없이 흘러가는 사천강, 붉은 피가 밤낮으로 물들었던 그 사천강이 영원히 기억하고 있으리라. 【자료 : 정채호 저 ‘덕산에서 월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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