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수 장군님을 모시고 우리나라 안보 전략에 관한 말씀을 듣겠습니다. 우선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해군사관학교 1959년에 17기로 입교하여 1963년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태어난 곳은 평안남도 진남포로 평북 오산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 원자력과가 처음 신설됐는데 장래가 있을 것 같아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서울대 시험에 앞서 3군 사관학교 시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 삼아 사관학교 제일 경쟁률이 높은 해군사관학교를 택해 시험을 봤는데 합격이 됐습니다. 그래서 해사가 진해에 있다는데 한번 가보자고 진해엘 갔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들어온 놈들은 문밖으로 나가는 즉시 도망병으로 취급한다”고 엄포를 놓더군요.

그래서 서울대 시험도 못보고 그만 해사생도가 되어 군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나의 일생이 우연찮게 결정 됐습니다만 지내놓고 보니 후회 없는 선택이었던 같습니다.

 

- 해사에 들어갔을 때는 해군의 길로 꿈을 꾸셨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해병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어떤 동기였습니까?

 

나는 해군은 세계를 항해 할 수 있는 군대라는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해사생도시절 함상실습과 해병대실습을 하더군요. 그때 해병대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함정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기계를 다루는 것보다는 부하들과 같이 딩굴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강한 군대인 해병대가 나에게는 더 적성이 맞다고 생각해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 해병대장교가 되신 후 소망대로 되었습니까?

 

물론입니다. 소위로 임관되자 김포에서 일선 소대장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포항으로 가서 1965년 10월 청룡 1차로 파월됐습니다. 그때 전투부대로는 해병대 청룡부대가 삼군에 앞서서 제일 먼저 파병됐습니다.

나는 월남에 첫발을 내딛은 전투부대원으로 기록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해외파병 전투부대원으로 최초의 선두주자가 된 셈이지요.

캄란에 도착해서 완전무장에 곤봉을 메고 내릴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는데 3대대가 제일먼저 상륙하라는 명령을 내리더군요.

나는 3대대 9중대 소속이었는데 장교가 앞장서서 중대를 안내해야 했습니다. 중대장이 저보고 리드하라고 해서 제일먼저 상륙했습니다.

당시는 그런 것도 모른 채 무심코 첫발을 내딛는 순간 수백 개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더군요.

보니까 ‘전투부대로서 최초의 군인이 누구냐?’는 역사적 현장을 찍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그것이 나였던 겁니다.

며칠 후 본국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습니다. 신문에 보니까 네가 첫발을 딛는 장면이 나왔더라는 거예요.

그때 같이 갔던 청룡 1진 전우들과 함께 월맹 정규군들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그때 장교들이 희생되면, 일선 소대장부터 우선 보충해야 함으로 저는 박격포소대장, 경기관총 소대장, 임시 수색소대장 등으로 싸워야 했습니다.

낮에는 공격하고, 밤에는 방어하는 전투가 계속됐는데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름동안 군화를 벗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발이 썩더라고요. 생각해 보세요. 뜨거운 나라에서 하루만 계속군화를 신고 있어도 힘든데 말입니다.

 

- 그때 생사의 길을 많이 넘기셨을 텐데요.

 

세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야간공격을 받아 5시간 동안 월맹군과 섞여 육박전을 한 적도 있고, 하루는 주간 정찰을 나갔을 때였는데 월맹군들의 주간매복에 걸린 거예요.

야간에는 서로 잘 안 보이니까 피할 수 있는데, 낮에는 저놈들은 정글 속에 있으면서 앞이 확 트인 개활지에 있는 우리소대를 보고 조준사격을 하니 주간매복에 걸리면 제일 위험합니다.

전투 시에 병사들은 통상 지휘관을 의지합니다. 무전병도 따라붙어 누가 지휘관인지 관측이 되는데, 내가 뛰는 곳으로 병사들이 따라붙는 거예요. 그러니 집중사격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귀밑으로 총알이 날아가 잡목 가지들이 부러지는 것이 보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아무 이상 없이 살아났다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 그 후 탄탄대로를 걸으셨다고 보는데요.

 

귀국 후 박승도 장군님 전속부관을 했었습니다. 대위 진급 후 69년도에 2차 파월되었는데 그 당시 이동용장군이 여단장이셨고 박희재 장군이 작전 참모셨습니다.

내가 작전과장을 봤는데 벙커에서 계속 있다 보니 햇빛을 볼 수 없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건강이 말이 아니더군요.

전쟁 시 작전장교라는 직책은 병사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조금도 소홀할 수 없는 중압감과 긴장 속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후 미군 인접부대 연락장교로 있다가 71년도에 귀국했습니다. 귀국해서 전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있다가 미국 유학의 길이 열리더군요.

미 해병 상륙전학교를 수료하고 1년 만에 귀국했는데 사령부가 해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해병대에 대한 애착심이 많았던 나는 더 이상 근무할 마음이 없어져서 전역할 마음으로 귀국했는데 전역희망자가 너무 많아 전역도 경쟁이었습니다. 전역도 못하게 되었지요.

그 후 합참 정보국, 대대작전장교를 거쳐 정태석장군 사단장 비서실장을 하고, 중령진급 후에는 33대대장과 포항지구 헌병대장을 하다가, 대령 진급 후 호주 주재 무관으로 나갔습니다.

 

“연대장도 안 마친 사람을 어떻게 진급 시키겠나”

전두환 대통령, 한동안 결재 안 해줘…

 

- 해외 유학과 참모생활과 해외 주재 무관생활을 했던 분이 어떻게 장군으로 진급했습니까?

 

극적으로 진급되었다고 할까요. 3년간 무관생활을 마치고 85년도 10월에 귀국했습니다. 당시 해병대는 연대장 나가기 전에 육군사단에서 OJT 6개월을 하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86년 6월경에야 연대장을 나갈 수 있고, 10월경에는 저희 기수가 장군 진급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는 심사대상도 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귀국후 바로 성병문 사령관을 찾아갔습니다. “연대장으로 내년에야 나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장군 진급희망도 없는 연대장에게 누가 충성하겠습니까? 금년 중으로 연대장에 내보내 주십시오” 했더니 “월남에서 전쟁하던 생각을 해서, 원하는 대로 연대장에 내보내겠다”고 하더군요.

그분은 내가 월남에서 월맹군과 육박전을 하면서 싸웠을 때 중대장이었습니다. 저보고 ‘전쟁영웅’이라고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월남전의 전우애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턱걸이 하면서 86년 10월에 장군심사에 선발됐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연대장도 안 마친 사람을 어떻게 진급 시키겠나”고 한동안 결재를 안 해 줬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선발당시 연대장을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더 걱정되는 것은 12월 24일부로 연대장임기가 끝나는데 아직 두 달 남았으니 마음이 초초해지는 겁니다.

왜냐하면 접적지역 연대장이니까 지역 내에 간첩이 나타나거나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이 끝장 아닙니까?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진급이 됐습니다.

 

한국군 최초

워게임 모의연습기법 도입…

전역 후에는

국가안보 위한 시민단체운동

기획에 앞장서

 

- 장군이 되신 후 획기적인 성과를 발휘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 장군으로 진급한 이후 많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진급 후 한미연합사 연습처장으로 명령을 받았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해외 무관생활을 했기 때문에 미군과 연합근무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지휘아래 있는 미군들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지휘, 감독했습니다.

제가 연습처장으로 있는 동안 기존의 을지훈련을 사전각본에 의한 통제훈련에서 워게임 자유기동연습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메너트리 연합사령관이 을지연습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는 지시를 하였습니다. 연습처의 미군장교들과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결과 한국군도 워게임 모의연습 기법을 도입해야 된다고 확신이 섰습니다.

그리하여 컴퓨터에 의한 워게임으로 하자고 연합사령관에게 건의했더니 그런 제안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Good Idea"라고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워게임은 사이버 가상공간에서 피아가 실제 전투와 동일하게 전투지휘를 하는 것으로 전쟁연습에 매우 효율적인 연습방식입니다.

처음에, 특히 한국군은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작전에 실패하는 모습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투지휘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워게임에 의한 실전적인 연습 덕분이지요.

이후 연습처장 임무를 끝내고 해군본부 작전차장과 6여단장을 마친 후 91년에 전역했습니다. 참으로 후회 없는 군 생활을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 전역 후 장군님은 지금 우리나라 안보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하고 계신 일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전역 후 1992년~2006년까지 15년간 한미연합사 대항군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생소한 말로 들리겠지만 북한군의 전술, 작전 및 전략을 연구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북한군의 예상 작전계획대로 남침을 하는, 북한군의 최고 지휘관, 그러니까 김정일로부터 총참모장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북한군이 실전적으로 남침하는 것을 묘사해야 한미연합군이 여기에 대응하고, 전쟁연습이 되니까요.

북한군에 대해 잘 알아야 되니까 미군측은 주기적으로 저에게 북한군 정보를 브리핑해주고, 내가 의문사항이 있는 분야는 요청하면, 추가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대한민국 민간인 중에 유일하게 SI취급인가를 받았었으니까요.

그 결과 한미연합군의 연합작전능력, 특히 한국군의 전투수행능력이 현저히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역 당시 한국에는 워게임을 지원하는 용역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전역 후 92년에 한국 유일의 컴퓨터 모의에 의한 워게임 전문 용역회사인 주식회사 싸이버텍을 설립하였습니다.

이 회사는 을지훠커스 연습을 비롯한 한미연합사의 모든 연습과 주한미군연습을 지원하였고, 한국육군의 BCTP 연습을 처음 지원하여 정착시키고, 한국해군, 한국해병대에 워게임 연습을 도입도록 하여 정착될 때까지 지원하였습니다.

사실상 한국군의 워게임 연습을 도입, 소개하고, 특히 한국해병대와 해군의 워게임연습 기법을 개발하는데 주역을 담당하였습니다.

 

- 그 외에도 시민 단체 활동에서 신문광고를 보면 장군님의 이름이 많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러실 겁니다. 나는 앞에 나서기 보다는 시민단체운동, 국민대회를 기획하고 실행 하는 PD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는 현재 청년대학생 교육을 주로 하는 ‘밝고힘찬나라운동(보수주의 시민운동단체)’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등 10여개의 큰 단체가 협의체를 만든 애국단체총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국민대회를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전부 제 손을 거친 것입니다.

또 하나 진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육, 문화, 언론, 사법, 등 사회 각 분야에 자리 잡은 종북좌파세력의 영향력을 없애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을 네트워크로 엮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이라는 단체로 8월 19일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런 일들은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해병대장군으로 전역한 나의 해병대정신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우리사회에 종북반국가 세력이 없어져서 저도 이제 노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는 누군가 앞장서야 되겠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다보면, 별의 별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를 내세우기를 바라고, 자기생각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일이 되게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단체를 결집시켜 일을 성사시키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박 장군님의 깊은 면모를 다시 한 번 발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한 일꾼들 중에 해병대는 어느 곳에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해병대 모두는 박 장군님의 하는 일에 박수를 보낼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포럼에서 보고하는 모습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