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묵 사단법인 대한검법협회 총재는 해병대 정신으로 자신의 무예를 경지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대대로 내려오는 문헌을 독파하여 ‘본국검예(本國劍藝)’를 저술한 분입니다.

 

-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해병대전우신문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1961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 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1982년 부사관 158기로 입대하여 94년 제대할 때까지 1사단에서 보급하사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대한검법협회 총재를 맡고 있습니다.

 

 

- 정기가 충만한 빛나는 눈빛이 실로 무인의 눈빛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검법의 길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90년대 초에 본국검법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까지는 한국검도를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검도계에서는 승단되면 본국검법에 대해 누구나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버님은 공주의 유림이셨고 한학을 하셨던 분입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도 한학과 우리의 옛 전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검법을 하다 보니 무예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본국검법에 기록되어 있는 글이나 동작을 보니까 그동안 본국검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많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조선 무예는 상무정신과 혼이 들어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잘못된 사실을 알고부터 무예후손의 한 사람으로 자책감이 들었고 부족하나마 나만이라도 바른 역사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탔습니다.

해병대는 작전계획이 끝나면 즉시 상륙을 감행하는 군대 아닙니까?

그 정신에 입각하여 그날로 아내에게 나의 뜻을 알리고 입산하였습니다.

 

무예도보통지 접한 후

‘본국검법’ 신비함에 빠져…

 

- 무조건 입산을 했다니 통쾌하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가정과 사업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요.

 

아내는 저를 이해해주며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끝날 때 까지 가정을 대신 지키겠다”고 하더군요.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그 후 저는 지리산, 계룡산 등을 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나서 학문을 익히며 수련했습니다.

또 연구를 통해 조선무예의 고전을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 임 총재님은 참으로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정을 이탈해도 참고 기다리며 내조 해주는 아내가 있으니 말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입산하여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동양정신은 기(氣) 철학이다’라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氣란 무엇인가?’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년간을 한길로 걸어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길을 걸어오는 동안 감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땅에 토종철학인 ‘소리철학’을 세우고 계신 도농(道農) 박정진(朴正鎭) 교수, 북경대학 출신 라석(羅石) 손병철(孫炳哲) 박사, 이운성 대한검법 부회장, 조길현 수석제자. 임수원 박사, 임정민 감사, 청학동 김봉군 훈장, ㈜상보의 김상근 대표, 권선복 사장을 비롯하여 그간 수고해준 최새롬 팀장 등 그 밖의 힘이 되 준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 그동안 우리나라 검도계는 많은 뿌리를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본국검법이 사단법인으로 발족한 것은 대단히 평가할만하다 하겠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어려웠던 부분은 스승님들조차 전통무예를 완성하지 못하신 것을 제가 한다니까 ‘과연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철두철미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20여 년간 해왔습니다.

그 반면에 감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박정진 교수께서는 세계일보에 ‘무맥(武脈)’ 몇 년간 연재 해오며 우리나라 무술분야의 고수들을 만나고 취재하며 많은 학식을 가진 분입니다.

제가 그 분께 본국검예 원고 초본을 보여드리니까 실제 동작을 해봐 달라고 하시더군요.

인사동 2층 어느 찻집에서 남의 의식도 마다않고 시범을 보여 드렸더니 박 교수께서는 이제야 검법의 진면목을 봤노라고 극구 칭찬해주시더군요.

덕분에 그 분으로부터 축적된 자료와 해박한 학문을 전수받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 임 총재님은 제자는 많습니까?

 

저의 목표는 100인의 무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문무(文武)를 겸전한 ‘화랑도 정신’을 불어넣은 가장 완벽한 무사를 말입니다.

그동안 지리산 김봉곤 훈장을 비롯하여 20여 명의 제자들이 따르고 있으며 더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해병대 정신,

기(氣)와 무예정신의 집합정신…

 

- 해병대와 무예를 말한다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해병대 정신은 기와 무예정신의 집합정신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해병대가 된 후 정신적으로 강인해졌습니다.

해병대가 타군보다 으뜸 군대이기에 자긍심이 생긴 것입니다.

무예는 강해야 합니다.

그 강함은 칼로 나타납니다.

칼은 곧 검입니다.

해병대는 화랑정신을 가진 특수집단으로 실전경험을 갖고 있는 군대입니다.

그래서 천하제일의 앞장선 군대가 된 것입니다.

 

 

-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본국검법‘이나 ’조선세법‘과 같은 단어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일본의 오랜 압제와 해방 후 지금까지 정부의 차별로 ‘본국검법’의 명맥은 끊겼고, 많은 단체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이해와 검리를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된 까닭은 바로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조선시대에는 문인들이 중화사상을 숭상하고 계승하는 데 집착했을 뿐, 한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에 입각한 본국의 철학과 배달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 해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폐습은 조선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어 지금도 지성을 대표한다는 철학과 과학은 서구철학과 서양과학이 전부가 됐지요.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을 연구한 것 또한 본국을 되찾고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시작됐습니다.

 

 

- 수년간에 걸친 방대한 연구였다고 들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해 오셨습니까?

 

우선 무예도보통지의 모든 검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스승에게 수련해 온 검리 덕분에 본국검법의 동작을 하나 둘씩 어려운 부분들을 깨우쳤습니다.

원문을 읽고 그간 수련해 온 검리와 비교하고 문헌을 찾고 다듬으면서, 다른 단체에서 복원한 것이 잘못된 점을 찾아내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에 사명감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 끝에 본국검법과 조선세법의 기법을 찾게 된 것입니다.

 

 

-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의 뜻은 무엇입니까?

 

본국검법(本國劍法)은 1790년 정조(14년)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려 있는 검법의 일종입니다.

또한 그 전래가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 고유의 전통검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검도의 3국(일본, 중국, 한국)중 가장 오래되며 제대로 된 검법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조선세법’은 중국에서 편찬된 무예서인 무비지에 나오는 것으로 ‘예도’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조선에서 구한 검법’이라는 뜻입니다.

 

 

- 그런데 저서의 제목은 <본국검예>입니다.

왜 저서의 제목이 ‘본국검법’이 아니라 ‘본국검예’인지 궁금합니다.

 

이 이름은 라석(羅石) 손병철(孫炳哲) 선생이 직접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라석 선생은 “검법과 검도 역시 무예의 일종인 ‘검예’로 방향을 바꾸어 시대조류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무경을 통해 원대한 본국인의 무예정신을 회복하여 세계만방에 전파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본국검예’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또한 이를 기념하여 제호를 직접 붓글씨로 기꺼이 써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 저서의 필자로서 이 책은 어떠한 의미를 가집니까?

 

<본국검예>는 검의 기법뿐만 아니라 검결 속에 한민족의 종교와 철학 사상이 담겨 있는 이 시대의 ‘무경’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화되고 일본의 제국주의가 부활하는 이 시점에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은 민족자존과 상무호국정신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또한 ‘본국검예’는 오늘날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하고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철학서’이자 한민족의 얼과 선조들의 그 뜨거운 발자취를 철저히 고증한 ‘역사서’가 될 것입니다.

 

 

- 총재님은 해병대에 어떤 협조나 기여를 하고 싶습니까?

현대전은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력으로 싸우게 되는 것이죠.

한마디로 정신력이 강해야 합니다.

이는 검에서 나오는데 본국검법에 모두 그 정신과 기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그 기법을 아낌없이 모군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강연이나 시범을 통한 교육과 수련을 통한 비법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고향이 공주인데 그곳 무령왕릉 박물관에 일본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들이 그곳에 소장되어있는 칼을 보고 숭배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 칼로 어떻게 싸웠을까?’ 하며 그 칼에 들어있는 우리 선조들의 무예를 존경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칼을 들고 있을 때는 검법이고 칼을 놓으면 태권도나 무술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무술정신을 해병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임성묵 총재님의 눈빛에서 불꽃 튀는 무인의 매서움과 그 인물의 몸에 밴 무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진중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임 총재님의 모든 일에 행운이 다 하길 기원합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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