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역사상 전투에서 백전백승의 전통을 세우고 최장수 국방부장관을 역임하셨던 고 김성은 장관님의 장남인 김영환 명성교회 장로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의 인터뷰는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국방부장관과 제4대 해병대사령관을 역임하신 고 김성은 부친을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 우선 김영환 장로님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나는 ROTC 7기로 입대하여 해병학교 초등군사반을 나와서 해병대 중위로 제대했습니다.

지금은 김삼환 목사님이 당회장으로 계신 명성교회 시무장로로 있습니다.

- 해병대를 창설하고 무적 해병대정신에 의해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화를 창조하신 부친으로부터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해병대정신을 이어 받았을 줄 믿습니다. 선친으로부터 어떤 정신을 배웠습니까?

저는 태생이 모태부터 해병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해병대정신이 몸에 익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형제가 6형제인데 집안행사 시 함께 식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할 때는 서열대로 앉아서 하지요

내가 장님이어서 아버지 바로 옆에 자리가 주어지는데 작은 아버님이 조금 늦게 오시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옆으로 옮겨서 자리를 드립니다.

그러면 다음 서열이 계속 이동합니다. 마치 도미노 현상과 같은 상황입니다. 끝에 손자 까지도 한자리씩 밀려 앉게 되는데 자기 밥그릇과 수저 등 모두가 따라가게 됩니다. 계급 서열이라고 할까요... 그게 우리집안의 룰이고 삶이고 행동이었습니다.

- 보지 않았어도 그 광경이 연상됩니다. 그렇게 행동으로 보이시는 부친은 선배들에게 어떻게 대하셨습니까?

아버님은 상경하애(上敬下愛)정신의 본보기를 저희들에게 행동으로 가르치신 분입니다. 아버님은 신현준 초대사령관님께 대한 경외심을 한 번도 틀어지지 않고 생을 마치실 때까지 존경하셨던 분입니다.

신 사령관님도 아버님이 장관을 하시던, 청와대 수석을 하시던, 직책에 관계없이 “참모장 잘 있었어?” 라고 했고 물론 아버님도 신 사령관님이 유엔대사나 교황청대사로 계실 때도 “사령관님 김성은 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두 분의 이런 모습이 해병대의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의 결혼식 청첩인이 신현준 사령관이었고 당일 두 분이 함께 축하객들을 영접했을 정도니까요.

또한 신사령관 아드님 신옹목 선배와 저도 형제 이상의 관계로 친밀하게 지내면서 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07년 김명환 당시사령관이 미국 출장 시 신 사령관께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아버님이 부탁했는데 선물을 전달하는 그 자리에서 아버님의 부음을 들으셨답니다.

그 자리에서 신 사령관님이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하시더니 5개월 후인 10월 15일 작고하셨습니다.

- 그러니까 신 사령관님과 아버님과 해병대 창설일이 모두 15숫자와 연관 되어 있습니다.

예. 저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해병대 창설일이 4월 15일이고 통영상륙에 참가하기 작전인 1950년 8월15일 이승만대통령께서 진해 해군기지에서 해병대 사열을 받으시고, 그 자리에서 급히 통영상륙작전(17일 아침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출전했던 날이 15일이었고, 해병대 인천상륙작전도 9월15일, 아버님 기일이 2007년 5월 15일, 신현준 해병대 초대사령관 기일도 2007년 10월 15일입니다.

모두가 15일과 연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날도 15일이라면 더욱 아버님의 염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귀신 잡는 해병 … 통영상륙작전의 주인공

한결같은 믿음으로 전투와 고난 이겨내

- 김성은 장관님은 신앙심이 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관님의 자서전 제목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했을 정도로 신실한 믿음으로 평생 사셨던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자서전은 장관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집필하다가 갑자기 작고하셔서 아드님인 김장로께서 완결하여 출판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작고하신 후 출간되었는데도 아드님인 장로님이 흔들림 없이 신앙적인 제목을 선택하신 것이라고 봅니다. 부자지간의 신앙심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의 아버님은 믿음의 명장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6.25당시 김성은 부대가 출전하여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섰는데도 승리를 거뒀던 기적이 계속 나타났다고 하셨습니다. 모두가 어머님의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신 결과라고 하시더군요.

‘이제는 죽을 수밖에 없구나’ 하고 탄식하였을 때도 의외의 승리를 거뒀고 해병대출신이라 다수의 타군 장군들이 많아서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되는데 어려움이 많았었을 텐데도 장관이 되셔서 5년간이라는 최장수 국방부장관을 역임하셨습니다.

이 모두가 믿음과 기도의 결과라고 확신하고 계신 아버님은 간증을 통하여 당신의 아내이자 저의 어머니의 기도에 항상 감사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지금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장로로 시무하고 있는데 목사님도 아버님을 존경하셨고 해병대를 무척 좋아하십니다.

해병기독선교회의 명성지회(집사,이건형 해병사관 64기)를 만들어 교회내의 작은 모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으로 모두가 일치되기 때문에 저희 해병대 전우회 조직도 모두 선교와 믿음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해병대가 갖고 있는 단합된 정신과 뜨거운 열정이 신앙과 잘 매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명성교회 해병대 출신들 중 장로님(노병일, 김석영, 김영환, 차현배)이 네 명이나 됩니다.

해병대 전우들은 국가안보에 앞장서는 정신이 충만해 있기 때문에 교회내의 불순분자들과 이단세력들이 침투하지 못하게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회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고 지역주민들과 나 자신을 지킨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 아버님의 일화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님이 진동리 전투에서 미 해병대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미 해병대도 한국 해병대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고 합니다.

미 해병대 탬프릿 중령이 대령복장인 아버지께 “누구냐?”고 해서 KMC라고 하자 한국에 해병대가 있느냐며 “왜 내복차림인가?” 하고 묻더랍니다.

미 해병대 내복이 푸른색이었는데 우리해병대 군복도 초창기에는 광목에 푸른 물감으로 염색을 해서 입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실정을 몰랐던 미 해병대원들은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우리의 가난했던 역사를 말하곤 하셨습니다.

이렇게 미 해병대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작전을 하는 동안 미국의 고마움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낀 아버님은 항상 미국에 대한 마음의 빚을 안고 사셨던 분입니다.

“미국은 우리와 피를 나눈 형제다”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고 하시면서 차도 독일제가 아닌 미국산 자동차를 타면서 행동으로 보이신 분입니다.

아버님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사람들은 아버지를 좋아했고 그들이 제일 친근하게 여겼던 한국 사람이 김성은 장관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적자투성이였던 인천제철 사장으로 취임하였을 때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제철회사는 미군부대에서 불하되는 고철을 녹여서 쇠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적자를 면할 수 없는가? 고 조사했더니 미 8군으로부터 톤 당 30불로 불하받고 있더랍니다.

마침 미 철강협회 신문을 보니까 미국에서는 고철이 톤 당 15불로 거래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 대사에게 한국을 도와준다면서 톤당30불로 주는가? 항의하며 미 국무성에 항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답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첩보에 의하면 미 8군에서 헬리콥터가 매일같이 인천방향으로 뜨더랍니다.

조사해보니 미 8군사령관이 아버님을 설득시키느라고 계속 인천엘 가서 당시 인천 유명식당 화운정에서 만난다는 보고를 했더랍니다.

내용은 아버지가 미 국무성과 의회 국방위원장 등 요로에 친구가 많으니까 그곳에 항의 하면 문제가 발생될 것 같아서 아버님께 브리핑하며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유였다는 것이었답니다.

그 후 톤당 10불로 불하 받았답니다. 그 바람에 회사가 갑자기 흑자로 전환되었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최초의 해병대사령관 출신 국방부장관,

대한민국 경제기틀 반석 위에 올려놓으며

5년간 최장수 역임해…

- 박정희 대통령이 김장관님을 누구보다도 신임하셨다는 것은 역사가 다 알고 있습니다. 국방부장관으로 임명 받았을 때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경남 진해근처 적도에서 식구들과 모두 낚시하며 저녁을 먹을 때였습니다. 당시 시외전화하기가 힘들 때였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안색이 갑자기 바뀌더니 “예, 각하!” 하면서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박정희 대통령께서 급히 서울로 올라오라면서 비행기를 보낼 테니 진해 비행장으로 즉시 떠나라고 하시더랍니다.

우리들은 잠을 못 잤습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하고요. 그런데 아침 뉴스에 “국방부장관 김성은 임명”이라고 나오더군요.

그렇게 해서 1963년부터 1968년까지 5년간 국방부장관을 하시는 동안 월남전 파병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전투병 해외파병과 대한민국의 경제기틀을 미국을 통한 협력관계로 반석위에 올려놓기까지 아버지와 박정희 대통령은 함께 역사의 기둥이 되셨다고 봅니다.

1968년 북한 1.21청와대 기습사건으로 책임지고 국방장관을 사임하셨지만 박대통령께서는 안보특보로 임명해서 국방부와 내무부를 아우르는 더 많은 일들을 1970년까지 2년간 더하게 해 주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아버님을 매우 신임하셨고 국방문제와 국가안보에 관한 일들을 7년간 아버님께 맡기셨던 뗄 수 없는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 장관님이 공직에서 물러나신 후 일체 다른 일을 안 하고 오직 신앙 간증과 믿음생활을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밤을 지새우며 얘기해도 끝이 없습니다. “각하!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인 줄 알고 그만 두겠습니다” 하고는 그 후 일체의 공직을 사양하셨습니다.

“쟁기를 잡으면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하나님을 은혜롭게 하며 살겠다”며 신앙 간증과 하나님 일들만 열심히 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아들인 저(김영환 장로)와 동생(김인환 해병204기 미국거주, 김순환 신일교회장로. 사업)과 매제(김기호 연동교회 장로)가 모두 장로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희 가정의 축복이고 믿음의 씨앗들입니다. 아버님의 신앙을 잘 이어가는 신앙의 가족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말씀 감사합니다. 고 김성은 장관님은 해병대의 자랑이고 자존심이며 영원한 해병대정신을 창조하신 분입니다.

후배 해병대들은 언제 어디서나 해병대정신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정신은 국가와 민족과 가정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이처럼 김성은 장관님을 비롯한 우리 선배님들이 이룩해 놓으신 정신을 우리가 본받고 이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 호부터 해병대 4대 사령관이고 국방부장관이셨던 고 김성은 장관 회고록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여러 가지로 협조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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