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국제정세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등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중국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키신저의 방문 요점을 한 시간 넘게 상세히 설명했다.
오찬을 마치고 총리는 약간 휴식을 취했고 하오 4시 김일성과 2차 회담을 가지고 미중관계 개선이 불가피함을 통보하고 의견을 나눴다.
김은 시종 주의 깊게 총리의 설명을 경청했으며 백망(百忙)중에 친히 평양까지 와서 이런 사실을 열려주는데 고마움을 표명했다.
그리고 당 중앙 정치국회의를 소집하여 토론할 것임을 표시했다.
이날 저녁 김 수상은 연회를 베풀고 총리를 대접했으며 하루 밤 묵고 가시라고 권유했지만 총리는 그날 밤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사양했다.
그리고 평양을 떠나 한밤중에 베이징으로 되돌아왔다.
그 해 7월 하순 김일성은 김일(金一) 부수상을 베이징으로 보내 조선노동당 중앙이 중미관계의 정황을 토론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8월 6일 김은 북조선을 방문하는 어느 외국원수를 환영하는 집회에서 조선은 중국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다음해 (72년) 닉슨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 후 저우 총리는 다시 평양을 방문하여 관련정보를 김일성에게 통보하였다.
이런 일이 있는 뒤 몇 년간 김일성은 매번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찾아와 저우 총리와 몇 차례 장시간 회담을 갖곤 하였다.

■ 저우 총리 사망소식에 김일성 대성통곡해
1975년 4월 김일성이 공식으로 중국을 방문, 마오쩌둥 주석과 회담하고 나서 병원으로 저우 총리를 문병하였다.
이 때 저우는 김에게 이르기를 자신은 이미 병환이 위중하여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나면 덩샤오핑(鄧小平) 동지와 상의 하라고 일러주었다.
이것이 김일성이 저우 총리를 마지막으로 만난 일이었다.
1976년 1월 8일 저우 총리가 세상을 떠나자 김일성은 통곡해 눈알이 충혈 되어 붉어졌고 이 때문에 예정되었던 자신의 안질 수술 일정을 미루게 되었다 한다.
그 후 김일성은 저우 총리가 1958년 눈보라 치는 가운데 함경도 흥남 화학비료 공장을 방문했던 일을 상기 하여 저우 사망 2년이 지난 1978년 그 자리에 저우언라이의 동상을 세웠다.
이것은 북한에 세워진 유일한 외국인 동상이 되었다.
그리고 저우의 미망인 덩잉차오 부위원장을 동상제막식에 특별히 초청하여 환대하였다.
<※ 김일성은 자신보다 14살 위인 저우언라이을 깍듯이 형으로 대우했으며 저우언라이도 생전에 마오쩌둥에 비해 훨씬 더 김일성을 챙겼다. <계속>

저우언라이의 추도식에 운집한 중국 인민들

▲ 박 실 초역 / 전 국회사무총장, 대한민국헌정회 이사,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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