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전(1904년) 선각자 이승만은 한성감옥에서 ‘독립정신’ 저서를 탈고했다. 당시의 한반도는 청·일·러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어 나라의 운명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탐관오리들의 부패와 정파 싸움이 끊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남의 일인 양 한탄만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배재학당에서 신학문을 익히면서 세계 문물과 정세를 알았던 이승만은 어떻게 해야만 나라가 바로 갈 수 있는가를 알리기 위한 국민계몽서로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이 책 내용을 수록하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 국민들이 읽어야 할 소중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슬프다! 나라가 없으면 집도 없고, 집이 없으면 나와 부모처자와 형제자매 그리고 후손들이 어디서 살며 어디로 가겠는가.
그러므로 나라의 백성이라면 신분이 높든 낮든 안녕과 복지가 순전히 나라에 달렸다.

비유를 들자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탄 것과 같다.
바람이 잔잔하고 물결이 고요할 때는 돛 달고 노 젓는 일은 사공들에게 맡기고 모든 선객(船客)들은 마음 놓고 쉬거나 한가로이 구경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거센 풍랑으로 돛대가 부러지고 닻줄이 끊어져 배에 탄 사람들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기에 처했을 때는 배에 탄 사람이라면 모두가 나서서 사공들들 도울 것이다.
배가 침몰되면 배에 탄 사람은 모두가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 때문이다.

혹 배에 값비싼 물건들이 실려 있다면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바다에 던져 배가 가라앉지 않게 할 것이다.
배가 가라앉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고, 죽으면 재물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선객 모두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합심하여 사공들을 도와 배가 난파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는 사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곧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설령 사공들이 배를 안전하게 저어갈지라도 선객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선객들이 술에 취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 혹 눈이 멀거나,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구자이거나, 또는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하여 배를 위태롭게 만들어 배의 판자가 떨어져 나가고 엔진이 고장 나서 물이 쏟아져 들어와 한 사람씩 빠져 죽고 있을 때 다른 배가 달려와 구해주려 하는데 난파될 위험에 처한 배에 타고 있는 선객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거나, 또는 죽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겠는가.
그것이 과연 지혜로운 것인가.

선객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사공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공들과 선객들이 협력하여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공들의 좁은 소견으로 그 배는 자기들의 소유물이며, 배가 위험에 처하더라도 선객들이 간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항해를 무사히 끝내면 뱃삯을 받아 돈주머니 채우는 데만 급급하거나, 선원들은 파선을 당한다 하더라도 자기들은 헤엄쳐 다른 배로 갈 수 있을 것이니 선객들의 죽고 사는 것은 자기들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고 선객들의 도움을 거절한다고 하여 선객들이 가만히 있어야 하겠는가.

선객 중에 항로를 잘 알고 배를 조종하는데 능숙한 사람이 있어 사공들을 도와 안전하게 항해를 마칠 수 있는데 무책임한 선원들이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내세워 선객들의 도움을 거절한다고 선객들은 가만히 앉아서 삶을 포기하거나 배를 구하지 않겠는가.

삼천리강산 우리 대한은 삼천만 백성을 싣고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위에 표류하고 있는 배와 같다.
우리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얼마나 위급한 지경에 처했는지 어린 아이들까지도 다 알고 있다.
나라의 사정이 얼마나 위태로우며, 왜 이러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빠져 죽어가고 있으니 정신 차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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