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당시 3소대장

6월 7일 공격 3일째가 지나자 피아간의 공방전에서 적의 강력한 화력 앞에 우리 해병대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특히 1대대의 공격 제4목표는 적들이 중화기로 무장한 강력한 저항선이었다.
3소대장 이근식 소위는 2소대(김용겸소대장)와 협조하여 호각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돌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머리통만한 소제 수류탄 20~30개가 아래로 굴러 내려오고 정상에 있는 토치카에서 기관총이 맹렬히 불을 뿜어댔다.
이근식 소대장은 적의 토치카를 폭파하기 전에는 목표고지를 돌파할 수 없음을 알고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소위는 2소대장 김용겸 소위에 “내가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이 소위, 안 돼! 가면 죽는 거야….”
“우리 소대장님 혹시 머리가 돈 것 아냐?”
김 소위와 소대원들의 극구 만류를 뿌리치며 “엄호사격을 부탁한다.”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이 소위는 결연한 태도로 포복전진을 해나갔다.
그의 양손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이 쥐어져 있고 권총 벨트에도 두 개의 수류탄이 매달려 있었다.
5분…. 10분…. 시간이 지날수록 이 소위의 포복은 토치카와 점점 가까워졌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이 소위는 재빠르게 수류탄을 기관총 호구에 던지고는 굴러 내리기 시작했다.
폭음이 사라지고 “와! 와!”하는 함성과 “우리 소대장님 제일이다! 우리 소대장님 만세!” 우레와 같은 소리가 산야를 뒤흔들었다.
이 같은 전투사는 길이길이 역사에 남는 무용담으로 기록됐고 미국에서는 전공을 높이 평가해 은성훈장이 수여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전과에 훨씬 못 미치는 화랑무공훈장만 수여하여 노병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 정재호 저 '덕산에서 월남까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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