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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장단·사천강지구전투처절한 육박전, 파란 안광만 번뜩일 뿐이었다
임경섭 (예·소장) 해병 1기·부 1기·해병대사관 4기

때는 1952년 10월 31일, 음력 9월 만월이었다.
장단·사천강지구전투에서 해병 제1전투단 1대대, 2대대, 3대대, 5대대 등 4개 대대는 김성은 전투단장의 지휘하에 서부전선을 맡았다.
당시 3대대 11중대장이었던 내게 적 1개 군단 3만 명을 우리 1개 중대가 막아 적의 공격을 지연시키라는 김성은 전투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김성은 대령은 눈물을 흘리면서 내게 말했다.
“임 중위, 미안하다. 너와 나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전투에서 같이 싸워 이겼고 살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너와 하직할 수밖에 없겠구나! 나를 희생시켜 국가가 살아난다면 우리가 이 조국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죽음을 각오하고 버티어 다오.”
나는 278명의 중대원들을 이끌고 3만 명 공격군단을 맞아 최전방에서 한 시간을 지연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적의 포사격을 우려해 기관총 6문을 옆쪽으로 배치하고 난 뒤 밤 9시경이 되자 적의 지원 사격과 함께 돌격이 시작됐다.
적의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데다 2개 연대가 공격해 오는 아우성 소리까지 뒤범벅이 돼 천지가 진동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순간 까만 구름으로 꽉 차서 칠흑같이 어두웠던 밤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더니 달빛이 환하게 비추며 적들이 정면을 비켜 옆쪽으로 새까맣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이미 옆으로 배치해놓은 총구 앞으로 적들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지시에 기관총 여섯 문이 적을 향해 불을 뿜었다.
곧이어 총알은 떨어지고, 어둔 밤 속에 육박전이 벌어졌다.
깜깜한 밤중에는 사람이 눈에서 파란 빛을 발산한다.
아마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사의 막다른 길에 선 사람의 독기가 서린 눈이기 때문일 것이다.
육박전을 치르는 현장에서는 피아간에 파란 안광만 번뜩일 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피 튀는 살인의 현장, 모두가 피에 굶주린 마귀들이 춤추는 광란의 현장이다.
모두가 미쳐 있는 그때, 우리는 8시간을 온몸에 피범벅이가 되어 싸웠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난 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은 다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장단·사천강지구에서 조국을 지켜냈다.
 

임경섭 (예·소장)
해병 1기·부 1기·해병대사관 4기
※ 지난 2011년 임경섭 장군 본지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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