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병대 1연대는 6·25전쟁 당시 양구 북방의 해안분지를 확보하기 위해 1951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북한군 제1사단이 점령하고 있던 김일성고지(924고지)와 모택동고지(1026고지)를 탈환한 전투를 치렀다. 해병대는 8월 31일 새벽 공격을 개시해 북한군의 강력한 저항과 매설된 지뢰로 공격이 정체되고 사상자가 속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 투지와 용기로 혈전을 거듭한 끝에 9월 2일 김일성고지를 점령했다. 또한 9월 3일에는 끝까지 저항하는 북한군에게 수류탄을 투척하면서 일제히 돌진, 백병전 끝에 모택동고지도 완전히 점령하였다. 이 전투는 해병대 주요 작전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으며, 전투 결과 중동부전선의 전세가 국군과 유엔군에게 유리하게 됐다.

▲ 폭우 속 대출동
1950년 8월 27일, 대한민국 해병대는 미 해병 제1사단의 예비연대로서 재정비로 전력을 가다듬은 후 차기 작전을 위한 출동명령을 받고 장도에 올랐다.
해병대에 부여된 새로운 공격 목표는 속칭 김일성고지로 알려져 있는 924고지와 그 서쪽에 솟아있는 모택동고지(1026고지) 등 중동부전선의 전략적인 요지였다.
8월 하순경이었지만 산악지대인 이곳의 가을은 이미 짙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폭우가 내려 덮치는 바람에 일몰시에 출발한 차량 대열은 폭우로 인해 손상당한 200리 가까운 길을 밤새껏 굽어 돌았다.
길이 형편없었는데도 노련한 미 해병사단 수송대대 운전병들은 신나게 차를 몰아 다음날 아침 인제 북방 평촌에 도착했다.
하차장은 흙탕물과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된 바람에 모두가 흙투성이가 되어 그 꼴들이 말이 아니었지만, 이날 오후 한줄기 소낙비가 지나고 난 뒤 크고 작은 천막들이 일제히 세수한 것처럼 말끔히 씻겼다.
해병대원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희색이 만면해 출발 때와 달리 스스로 행운을 점치고 있는 듯 했다.

▲ 철통같은 적의 방비
김일성고지와 모택동고지는 ‘펀치볼(만대리 분지)’ 확보를 위한 전술적인 요지인 동시에 북한군의 본거지였던 내금강을 제어할 수 있는 발판이자, 중동부전선을 북방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쐐기였다.
또한 좌측의 가칠봉 공격에 많은 출혈을 강요당하고 있던 육군 제5사단의 작전을 용이케 할뿐더러, 우측 미 해병 제9연대로 하여금 전방 동북방의 고지 일대를 무난히 점령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인 요지였다.
따라서 김일성고지 및 모택동고지 탈환작전의 성공 여부는 곧 중동부전선뿐 아니라 155마일 전 전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적도 이 같은 이유로 소련제 중무기로 무장된 제3군단 예하의 최강 부대인 제1사단 3연대를 이 일대에 배치해 견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한편, 전면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지뢰를 매설해 가히 그들이 난공불락을 호언장담할 만큼 철통같은 방비를 갖추어 놓고 있었다.
한편, 해병 제1연대는 장병들의 사명감과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각 고지 이름을 ‘김일성고지’와 ‘모택동고지’로 명명해 결전에 임할 장병들의 비장한 결의를 촉구했는데, 이것이 곧 이 고지들을 통칭케 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첫날의 공격과 연대장의 부상
8월 31일, 드디어 공격의 날이 밝자 3대대 9중대 1소대(소대장 이민출 소위)는 적의 전초고지를 점령했다.
그러나 1소대가 전투 배치를 막 끝날 무렵 적의 맹렬한 공격으로 안개속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때 야포의 지원 사격이 처음에는 전방의 적진을 강타하더니만 갑자기 아군에게 포탄을 퍼붓는 오폭 사고가 일어나 40~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9중대는 사기가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상부의 명에 따라 다음날 아침 철수한 뒤 10중대가 우회공격에 나사게 됐다.
한편, 공격 연대장 김대식 대령과 미 고문관 맥거웨이 중위가 함께 부상을 당하는 불행도 겪었다.
두 사람은 11중대 지역에서 전황을 살피던 중 부상병을 싣고 산길을 내려오는 민간인 노무자들에게 길을 비켜주다가 그만 풀숲 속에 매설된 적의 지뢰를 밝았다.
발 앞부분을 다친 김대식 대령은 곧 회복됐으나, 맥거웨이 중위는 중상을 입어 영영 불귀의 몸이 되고 말았다.

▲ 점령했다 빼앗긴 김일성고지
3대대 10중대와 11중대는 미명을 기해 행동 개시, 11중대는 우, 10중대는 좌로 전개하여 목표고지 공격을 개시했다.
전진을 계속할수록 적은 집중 포격과 사격으로 필사적인 저항을 시도했다.
강력한 토치카도 문제지만, 모택동고지로부터 갈겨대는 기관총 사격의 위력은 특히 대단했다.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지뢰와 무수히 굴러 떨어지는 수류탄, 그리고 정면과 측방에서 불을 뿜는 기관총들 사이로 혈전이 계속됐다.
하지만 용맹무쌍하게 돌격한 해병대원들은 신 장비 화염방사기를 이용해 적의 토치카를 무너뜨리고 김일성고지를 점령했다.
살아남은 1중대원은 불과 기십 명으로 필시 감행해올 적의 역습을 대비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적은 약 3개 중대의 병력으로 파상적인 공격을 해왔다.
인원도 실탄도 부족한 1중대 장병들은 어쩔 수 없이 후방으로 밀려나와 1대대 3중대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8부 능선에 배치된 3중대는 적의 역습 부대를 격퇴시키기 위해 한 차례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적의 완강한 방어에 공격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 김일성고지의 재탈환
9월 2일 아침, 항공 및 야포 지원 속에 김일성고지를 재탈환하기 공격이 개시됐다.
고지를 사수하려는 적병들은 약 세 시간을 버티며 최후의 일탄을 발사할 때까지 필사적인 저항을 계속했다.
이때 용감무쌍한 1소대 선임하사관 김복현 중사가 느닷없이 고지 위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놈 도망친다. 돌격 앞으로!” 하며 소리쳤다.
적병들을 놀라게 하고 대원들의 사기를 고무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소리에 어리둥절해진 적병이 등을 돌려 달아나기에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해병대원들은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다.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던 중대장 강복구 중위는 수류탄에 맞아 중상을 당했음에도 장병들을 격려하느라 들것 위에 꼿꼿이 앉은 채로 후송당하는 일화를 남겼다.
오후 1시 30분경 적이 난공불락을 호언장담하던 그 마의 김일성고지를 완전히 점령했다.
그리고 이 여세를 몰아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백병전 속에 모택동고지도 점령할 수 있었다.
치열한 혈투 끝에 김일성고지, 모택동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 해병들의 눈물겹도록 강인한 투지의 결과였다.
빛나는 승리로 장식된 김일성고지 일대 해병대의 공략전에 대해 미 해병들은 이구동성 “KMC NO.1”이라며 극구 그 뛰어난 용맹을 찬양해 마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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