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호에는 해병대헌병전우회 연합회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초대회장 박순재 상사는 평생을 헌병인으로 살았던 분이어서 초대회장으로 당연한 분이었지만, 사병 출신 故유인옥 2·3대 회장은 전우회뿐 아니라 재야의 거물이었습니다. 이번 헌병대전우회 특집에서는 특별히 유 前회장의 해병대정신을 알리기 위해 유족을 초대했습니다. 우선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는 딸만 셋입니다. 제가 장녀로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일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3·1빌딩에서 30년간 뷔페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아버지 생존 시에는 해병대 어른들이 많이 오셔서 영업이 잘 되는 편이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게 큰 도움을 많이 받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건물주가 아버지에게 필요한 도움을 다 받고 나니 건물 수리를 한다고 나가라고 하는 겁니다.
아버지는 “내가 죽더라도 절대로 문 닫지 말아라. 나이 들어 특별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전우들을 위해서 반드시 사업을 유지해라”하시며 “30년의 저력이 있으니 좋은날이 올 것이다”고 저에게 유언하셨습니다.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종로1가와 광화문 사이에 있는 르·메이에르 건물로 이전했습니다.

-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종인데 젊은 인텔리층의 따님이 힘듦을 극복하면서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버님은 해병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남다르게 많으신 분입니다.
해병대 장년층과 노령층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타군은 회관이 있어서 모임을 자체회관에서 대우받으며 하지만 해병대는 그런 곳이 없다고 하셨던 겁니다.
동기회나 전우회 모임 시 시내 중심가에서 실비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장·노년층은 더욱 그렇거든요.

- 그러니까 해병대를 위해서 계속하는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그분들이 많이 오십니까?

여기로 와서는 수색대 전우회 임명제 회장님을 비롯해서 동기회 10개 단체 정도밖에 안 오세요.
모두들 이전한 것을 모르시는 같습니다.
문자를 보내드리지만 그냥 광고로 알고 지나치시는 것 같습니다.

- 저희 신문에서 이런 깊은 뜻을 몰라서 송구합니다. 장녀께서는 지금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우선 틈틈이 주요 식재료를 제가 직접 구입합니다.
좋은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껏 조리하는 게 원칙입니다.
‘음식 장사는 정직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귀한 손님들이 드실 음식에 정직하고 따듯한 철학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또한 저희는 반조리 식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조리장들도 특급호텔 20년 이상 경력자가 대부분이신 게 저희 하이마트뷔페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아버님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겁니다.
주간에 1인당 15,900원인데요, 10명이 마음껏 최고의 식재료 음식을 들면서 회의도 할 수 있는 장소로 15만 원 정도라면 시내 중심가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다고 봅니다.

- 따님이 사장이고. 고인의 사위인 남편이 부사장인데 제가 알기로는 모두 최고의 학벌과 직함을 갖고 있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남편(부사장 김민철)은 지난 1월에 KBS다큐멘터리 기술유망기업 편으로 1시간 동안 취재되어 방영되었습니다.
IT분야의 헬스케어 부분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 대표입니다.
저는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겸임교수로 있다가, 출산 후 서울대사범대종합교육원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그렇지만 12월 3·1빌딩 철거공사와 동시에 르·메이르빌딩 이전과 공사, 또한 이전 후 메르스라는 큰 고난의 시간을 겪은 후 이 사업을 놓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버님의 말씀을 받들어야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라 생각하여 이 사업(1985하이마트뷔페)에 올인하고 있는 겁니다.

-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군요. 아버지는 어떤 정신으로 살았기에 그렇게 철저하십니까?

아버지는 해병대정신으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저희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하라”고 교육시키셨습니다.
당신은 암과 여러 가지 지병으로 20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가 가신분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금년을 넘기지 못 합니다”고 했는데 그 후 4년간을 더 사셨습니다.
수술을 하고 온몸에 피고름이 나오면 제가 모두 닦아드리곤 했습니다.
금방 돌아가실 것 같은 분이 해병대 행사가 있으면 목욕하시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단정한 모습으로 빠짐없이 참석하셨어요.
저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해병대가 뭐 길래 자신을 내던지십니까?”며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꺼져가는 촛불이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같은 모습의 아버지가 해병대 일에서는 당당하고 기가 살아나며 금방이라도 소생하는 것 같은 ‘해병대 아버지’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해병대정신이 아버지를 4년간 더 사시게 하였구나…!” 생각하니 해병대에 감사했습니다.
저에게는 동생 둘(2녀 경진·미국 MBA 출신 블룸버그통신 뉴욕 본사 기자, 3녀 은진·UCLA 졸업)이 있는 장녀라는 책임감에 스스로 돌쇠가 되자고 맘먹고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고 그 정신을 배웠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첫 손주를 보지 못하시고 떠나시고, 저는 15일후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기 아빠 김민철의 ‘김’, 엄마 유은정의 ‘유’와 으뜸‘원’을 넣어서 ‘김유원’으로 작명해주고 가셨습니다.
이다음에 아들을 해병대로 보내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따르게 할 생각입니다.

- 고인은 해병대의 전설적 인물이셨습니다. 30대 나이에 전국요식업중앙회장을 맡았고 특급호텔 등의 전문적인 경영을 하셨던 분입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잘 살아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아버지는 조직의 대부도 아니고 권세가도 아닙니다.
아버지는 사람을 사귀면 그 사람을 너무 귀하게 여기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사는 분이셨습니다.
술집에 가시면 제일 못생긴 여자를 옆에 불러서 용돈을 주며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하신분이랍니다.
아버지를 만난 분들은 모두 아버지를 존경하고 좋아하셨습니다.
“정승이 돌아가면 사람이 없고…”라는 말이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분들이 문상을 오셨습니다.
자식으로, 또는 유족으로 그때 오셨던 분들에게 늘 빚지고 사는 것 같았는데 오늘을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더욱 감사한 일은 해병대헌병전우회 주성식 회장님과 이원순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헌병대 선후배님들이 모두 오셔서 장례를 치러주신 일입니다. 이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의 만남에 감사드립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베픈 자가 베풂을 당한자보다 더 은혜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남을 배려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뜻이겠습니다. 고 유인옥 회장은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해병대전우들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을 귀하게 여겼기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마음을 자식에게 전하였고 자식이 선친의 유지를 계승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저희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하시는 모든 일에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아주 먼 훗날 “나의 사랑하는 손자 유원이가 해병대가 됐구나…!”는 ‘하늘나라 해병대’ 유인옥 前해병대전우회 부총재 겸 前해병대헌병전우회 전국연합회장님으로부터 칭찬 받는 따님이 되실 것을 확신합니다.

故유인옥 전 회장 장녀 유은정(좌), 김민철 부부

해병대헌병전우회장(葬)으로 치른 故유인옥 전 회장 장례식 당시 운구 모습

신동설 발행인  sds15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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