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1기 전 동기회장 홍우섭

■ 물고기 속에 비수를 감추다
요왕 가까이 다가간 후 물고기 배를 갈라 비수를 뽑아들고는 순식간에 요왕을 찔렀다. 요왕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전설재도 호위병에 의해 죽었다.
공자 광은 매복해 있던 군사들을 동원해 요왕의 무리들을 모두 섬멸한 뒤 보위에 올랐다. 그가 오나라왕 합려이다.
합려는 전설재 아들을 상경으로 삼고 오자서를 객경으로 삼아 신하가 아닌 귀빈으로 대우했다. 계찰은 중원의 재후국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말했다.
“내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죽은 자를 애통히 여기고 산자를 섬겨 천명이 내리기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보위에 오른 자에게 복종할 것이다. 이것이 전래의 상법(常法)이다.”
초나라 군사는 오나라에 새 왕이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돌아갔다.
당시 요왕의 동생 공과 염여는 서나라로, 공자 촉용은 종오(강소성, 숙천현) 나라로 달아났다.
당시 오나라로 망명한 백비는 오자서의 천거로 합려를 만난 뒤 이내 그의 지은을 입어 태재로 오르게 됐다.

■ 동병상련, 동우상구
‘오월춘추’에 따르면 백비가 망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합려는 크게 기뻐하며 오자서에게 물었다.
“백비는 어떤 사람이요?”
“초나라 태재 백주리의 손자로, 초평왕으로부터 극완의 일당으로 몰려 망명하였습니다.”
곧 백비를 불러 대화를 나눈 뒤 기특하게 여겨 대부로 삼고 오자서와 함께 군국대사를 논의했다.
오나라 대부 피리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그토록 신임하는 것이요?”
“나의 원한이 백비와 같기 때문이오. 옛 노래에 동병상련(同病相憐)하고 동우상구(同憂相救)한다는 말이 있소. 그 누가 자신이 가까이 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이 애틋해하는 것을 애련이 여기지 않겠소.”
여기에서 ‘동병상련, 동우상구’의 고사성어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들은 피리가 충고했다.
“그대는 지금 겉만 보고 평가하고 있소. 어찌하여 속셈을 살피지 않는 것이오.”
오자서는 이를 듣지 않고 백비와 함께 합려를 섬겼다.
백비는 오자서와 호흡을 같이하며 합려를 패자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 패업을 논의하는 오자서와 합려
춘추전국시대를 통틀어 4대에 걸쳐 진나라에서 초나라, 오나라 등 여러 나라로 연이어 망명한 경우도 드물고 망명지에서 고관직에 올랐다가 비참하게 죽은 경우도 백비 집안이 유일하다.
증조부 백종과 조부 백주리는 누구를 모함하여 죽은 것이 아니고 변란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패배하는 쪽에 섰던 것이 화를 당한 이유이다. 백비의 부친도 이 와중에 비명횡사했다.
‘오월춘추’에 따르면 하루는 오왕 합려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과인은 오나라를 강성하게 만들 패업을 도모하려 하오. 어찌하면 좋겠소?”
오자서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초나라에서 망명한 죄인입니다. 목숨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어찌 국가대사를 모획하는데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선생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거요. 어찌 이같이 말하는 거요? 그대가 아니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소. 과연 어찌하면 패업을 이룰 수 있겠소?”
“치국은 군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 사이에 질서를 세우는 것이 상책이라 했습니다.”
“그리 하려면 어찌 해야 하오?”
“패왕의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성곽을 쌓아야 합니다. 이후 수비 시설을 완비하고 곡식 창고를 채우고 무기고를 잘 정비하여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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