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섭 해병 1기

● 해병대정신 계승해 주기를

■ 싸워서 지면 안 된다
홍우섭 전 해병 1기 동기회장은 해군 13기로 가입대해 해군 육전대로 들어갔다.
홍 전 회장은 “당시 1중대장 정중철, 2중대장 김병호, 그리고 안창관·최낙용 선임 장교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때 대만 장개석 총통이 왔는데 우리들이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곤 이승만 박사에게 ‘참 대단한 군대입니다. 각하에게는 최강의 군대가 있습니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 기간은 3개월이었다. 훈련이 끝나자 곧장 진주사범학교로 가서 공비토벌작전에 투입됐다.
홍 전 회장은 해병대 복무 당시 충무무공훈장을 수훈했다.
해병 1기생이 갖는 정신은 초창기 소수의 병력으로 창설된 작은 인원이지만 단결정신과 불패정신으로, ‘싸워서 지면 안 된다’는 정신이었다.
싸워서 이겼다면 처벌을 덜 받지만 졌다고 하면 혼이 났다.
“무쇠는 때릴수록 강해서 강철이 된다”는 구호아래 매 맞는 것이 일상화됐다.
무지하게 맞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대단한 범죄 행위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강인한 해병대로 단련됐다.

■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후배님들은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정신을 잘 계승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해병대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는 국민들로부터 신임 받는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이다.
회고해 보면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고 해군으로 예속했던 역사가 가슴 아팠다.
그러나 그것은 해병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견제였다고 위안 삼는다.
지금 해군 출신들을 배척하는 일부 후배들이 있는데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병대와 해군을 편 가르는 것은 안 된다.
적 앞에서는 모두가 협조자고 동지들이다.
특히 해병대는 손원일 제독님의 결단으로 창설된 조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병대와 해군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아야 강한 군대로 존재할 것이다.

박세양 해병 1기

● ‘죽기 전에 꼭 통일이 되기를…’

■ “해병대 입대는 언제 하셨습니까?”
1949년 4월 15일 경북 김천이 고향인데 강복구(전 해병대전우회 총재, 예·대령) 모병관이 와서 해군을 모집한다고 해서 고향에서 함께 간 13명이 해군 13기로 들어갔다가 대기 중에 해병대(육전대) 1기생으로 지원해 갔다.

■ “해병대 1기생의 훈련이 어땠습니까?”
집에서 입던 복장 그대로 들어가서 모진 훈련을 받다보니 부모님이 나를 몰라보실 정도로 변했다.
1기생 300명이 2개 중대로 편성됐었는데 1개 중대 전체가 설사병이 걸려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지만 워낙 체력이 강해서 모두 이겨냈다.

■ “1기생 300명 전원이 낙오자 한 명 없이 모두 훈련을 수료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시 우태영(전 해병대창설동지회장), 김세환 분대장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어찌나 심하게 훈련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때야말로 정신개혁을 한 것이다. 하루 규정량의 ‘빳다’를 맞아야 편히 잠잘 수 있었다.

■ “언제 제대했습니까?”
20여 년간 군대 생활을 마치고 1971년에 상사로 제대했다. 충무무공훈장을 수훈받았다.
1961년 5대대에 있을 당시 5·16혁명군으로 서울에 입성하여 중앙전신전화국을 접수했었다.

■ “후배 해병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우회원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자랑스럽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믿어주는 해병대가 된 것을 보고 ‘과연 해병대정신이 살아있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이 든다.

■ “남기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열심 살아왔는데 아직 통일이 안 되었다. 인간은 언제 죽는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살아생전에 통일과 평화가 와서 전쟁을 잊고 사는 국민들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죽기 전에 꼭 통일이 되길 바란다.

박상용 해병 1기

● ‘해병 1기는 진정한 전쟁영웅’

■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암호명
부산에 살고 있는 박상용 해병 1기를 찾았다.
작년부터 다리를 못 써서 걷지 못하는데다 부인마저 좌결신경통이어서 부부가 요양원에 있다고 했다.
해병대 빨간 모자를 씌워드렸더니 금세 눈빛이 살아나며 거수경례를 하였다.
고길훈부대로 배속되어 군산·장항·이리지구전투에 참가하여 총상을 입고 통영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진동리지구전투, 원산상륙작전, 함흥전투, 평안북도 함북경계 금산령까지 진격했다고 말한다.
진동리지구전투에서 대퇴부 관통상을 입어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치료 후에 젊은 혈기로 아픈 줄 모르고 전선을 누볐었다고 하며 자신과 해병 1기생들이야말로 진정한 전쟁의 영웅임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개풍군 월암리에서 수색작전을 나갔다가 소대장(임상용 소위)이 총탄 6발을 맞아 나무 들것을 만들어 뛰었다고 했다.
당시 암호명 ‘비원’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해병대 사랑이 해병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도솔산지구전투에서 승리하자 이승만대통령이 가장 믿어하는 해병대를 서부전선으로 투입했던 것은 탁월한 지도자의 선택이었다면서 해병대가 싸웠기 때문에 서울을 사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 악몽으로 시달리는 70년
충무무공훈장(2), 화랑무공훈장(2)을 수훈한 박상용 노병은 진동리지구전투에서 당한 부상으로 지금 걷지 못하다면서 단시 병원 기록이 없어서 전상자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5·18희생자들에게는 몇 억씩 주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노병들에게 고작 월 33만 원씩 주고 있는 보훈 정책은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옆에서 부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저 양반은 악몽을 계속 꾸며 괴로워하고 있어요. 칼을 머리에 두면 악몽이 사라진다고 하여 지금도 칼을 머리에 두고 주무십니다”고 하는 현실에 필자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지울 수 없었다.
박상용 노병의 눈에 눈물이 흐르며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하며 손에 쥐어주는 여비를 간신히 뿌리쳤다.

안계수 해병 1기

● ‘최고의 지휘관이었던 김성은 장군’

■ “누구에게도 지지 말라”
“홍우섭 동기가 신문을 보내줘서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해병대의 자랑이에요. 나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동네에 줘서 읽어보라고 했어요.”하며 노병을 찾은 기자에게 “살다보니 이런 후배님이 있어서 찾아주니 감사합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묻지도 않았는데 날짜까지 외면서 줄줄 해병대 복무 시절 얘기를 꺼냈다.
1949년 10월 지리산 함양 산청 공비토벌작전을 마치고 11월에 제주도 4·3사건 토벌작전 참가, 1950년 6월 25일 해병학교 부사관(당시 하후생) 1기로 입교하여 수료 후 해병 3·4·5기생을 교육시켰고,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 해병 2대대 6중대 1소대 2분대장을 맡아 12명의 분대원을 지휘하여 서울탈환작전에 참가했다. 당시 화력은 M1소총과 칼빈소총이었다.
김성은 장군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누구에게도 지지 말라”며 당시 최강부대 켈로부대원들과 싸움 상대였다고 했다.
“해병대는 소수병력으로 대부대를 격파해 이겨야 한다. 일보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외출해서 맞고 들어오면 혼나지만 이겼다면 그 어떤 것도 용서했다고 했다.
“바로 그것이 ‘김성은정신’이고 ‘해병대정신’이다”고 말했다.

■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건 천운
장단지구전투에서 86고지가 포격으로 6미터가 내려가 80고지로 변활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며 그곳에서 살아남은 것이 천운이었다고 술회했다.
일등병조(중사)로 있다가 김일성고지에서 일 계급 특진으로 병조장(상사)이 되어 제대해서 승주군청 순천기 공무원으로 살아오는 동안 해병대전우회(초대 전남연합회장) 참여해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했었다고 했다.
입대 당시 순천에서 일곱 명이 해병대에 갔는데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엄학섭 동기가 일본에 살아 있다고 했다.
아내가 몇 년 전에 작고하여 지금은 순천에 혼자 살고 있다면서 아들 넷을 낳아 잘 키워서 큰아들(해병 267기 안병후)은 서강대, 둘째는 고려대, 셋째는 한양대 공대 막내는 중앙대를 나와서 잘 되었다고 기쁜 얼굴을 했다.

이두호 해병 1기

● ‘해병대전우회 산파역 주인공’

■ 해병대전우회 초대 사무총장
이두호 노병은 1949년부터 1958년까지 만 8년간 근무 후 일등병조(중사)로 전역했다.
1980년부터 해병대전우회를 전국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해병대전우회를 조직할 당시 전두환 정부에서는 각종 사회단체를 모두 정리할 때여서 예비역 단체를 설립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런 여건을 극복하면서 해병대전우회를 창립하려고 여기저기 뛰다보니 정보당국에 포착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안사와 경찰에서 내사를 하고 불려가서 집중 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했습니까?” 질문에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어 없어져서 해병대전우들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였던 시대였어요. 그렇다고 재향군인회 소속으로 해병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1기생이기 때문에 전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로 뛰었던 거예요”라며 또렷하게 당시를 말했다.

■ 1기생의 의무감으로 만든 해병대전우회
“보안사와 경찰서의 방해를 어떻게 돌파하셨습니까?”고 궁금증을 말하자 “조직이 완료될 즈음인 어느 날 나를 부르더니 ‘왜 조직을 하려느냐?’ 묻더군요. 그래서 ‘첫째, 사령부가 없어진 것에 한을 갖기 때문이다. 둘째, 예비역 해병대끼리 뭉쳐서 일단 유사시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니까 말이다. 셋째, 내가 2기생이라면 손대지 않겠지만 1기생이기 때문에 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임한 것이다. 내가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정치에 개입하지도 않을 사람인데 방해하지 말라’고 했더니 고생이 많다며 감탄을 하면서 손을 떼었습니다”고 대답했다.
“오늘의 해병대 후배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질문하자 “오늘의 젊은 현역들이 일등 청년들만 들어갈 수 있는 해병대로 성장한 것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예비역 전우들이 얼룩무늬복장을 입고 교통정리 등 지역사회 봉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해병 1기 노병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봉식 해병 1기

● ‘포항의 맹주’

■ 강인하게 교육 받은 해병대정신
19살 되던 해 대전에서 해군 모집에 응해서 해군 13기 가입대 시절 육전대(현 해병대)로 지원해 해병 1기 300명 중의 일원이 됐다.
포항 신병훈련소에서 연 3~4회 정훈교육 시 “나는 해병대의 창설자다. 해병대가 타군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강하다. 단결해야 강해진다. 단결하여 강한 군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인한 해병대정신을 교육 받았다.

■ 노병의 유언
해병대 창설 70년이 다가온다. 느끼는 바가 많다. 지금 해병대는 옛날 내가 교육받고 현역으로 있었던 해병대에 비해 나약해졌다.
초지일관하여 강한 정신력을 키우고 강한 체력과 단결력으로 나가자.
선배들의 걸어온 길을 되새겨 보면서 해병대의 전통을 이어가자.

■ 전장에서의 아내와 만남
인천상륙작전을 마치고 나는 1연대 3대대 10중대 1분대장으로 원산초등학교에 주둔해 있었다.
전령이 물을 길어 와서는 ‘예쁜 조그만 아가씨가 있습니다’하여 가서 물었다.
고향이 충북 괴산이고 어머니와 남동생이 같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 중공군 4개 사단이 밀려오는 바람에 원산항에서 수송선으로 승선하기 직전 그 식구들을 피난민 대열에 합세시켜 배에 태워줬다.
나중에 부산 피난민수용소를 찾아갔지만 없었다.
그 후 휴전 직전 휴가를 나와서 괴산군청에 찾아가서 물어물어 증평 청안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아가씨(김영자)를 만났다.
그러고 1년 후에 결혼을 해서 4남매(장녀 이성실, 2녀 이인실, 3녀 이현실, 장남 이기홍)를 낳아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그 아들과 딸들이 모두 포항에 거주하고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

○ 해병 1기로부터 시작된 ‘해병대 역사’ 이야기

■ 해병 1기생과 기합
해병 1기생에게 가해진 기합은 대체로 순검이 끝나면 공포의 ‘빳다’ 타임으로 시작됐다. 기합은 사소한 부주의도 용납하지 않고 전 부대원 연대책임으로 결부시켜 단결심을 진작시키는 한편, 나태된 정신과 해이해진 기강을 쇄신 확립하는 데 있어서 기(氣)가 빠졌으니 기를 주입시킨다는 뜻으로 가해지는 체벌을 ‘기합’이라 했다. ‘빳다’ 횟수는 소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10~15대 정도에서 끝났다. 맞고 난 후 해병 1기생들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감사합니다!”를 큰 소리로 복창했다.

■ 해병대의 ‘긴바이’ 정신
균배(均配)를 일본어로 ‘긴바이’라고 부른다. 즉 고르게 분배되었다는 뜻이다. 일본 해군은 매주말 점검에서 개인 지급된 보급품의 결손이 적발되면 전원이 호되게 연대문책을 받았다. 때문에 어떤 수단 방법을 써서라도 보충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해병대의 ‘긴바이’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당시 각종 장비와 환경이 열악했던 군 상황이었던 만큼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했던 미 해병대 무기마저 ‘긴바이’하며 우리 군 전력에 보탠 것이다. 대한민국해병대의 ‘긴바이’는 어디까지나 부대 발전과 전투력 증강에 기여하는 관점에서 명확히 구별되고 한계가 뚜렷했다.  취재=【신동설 발행인】, 사진=【박흥배 보도국장】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