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역사를 이야기하는 해병 2기 원로들.                               사진 = 박흥배 보도국장

■ 권영수 회장
해병 2기생들을 신문에 보도하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예비역들도 물론이지만 모군이 잘돼야 한다.
해병대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데 그 이유는 국민들에게 잘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5천만의 해병대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윤주성 총무
우리 2기 동기생들은 모두 439명이다. 현재 살아있는 회원이 34명인데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10여명 정도 된다. 해군 14기로 들어갔다가 해병 2기가 됐다.
나는 함흥전투를 마치고 진해 교육단에서 독도법조교로 있었다.
진해여고 자리에 도솔산 전투 부상병들을 후송하는데 너무 넘쳐서 천막을 치고 밖에서 수용했다.
어느 날 유골이 왔는데 동기생 조용한이었다.
너무나 분개해서 “나도 출동시켜주쇼” 하니까 화염방사기가 곧 들어오는데 그때 교육받고 출동하라고 했다. 그래서 교육받고 출동했었다.
우리 동기생 중 신현우 동기는 태극무공훈장 다음인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 정희용 노병
나는 서울에 살다가 해군 14기 모집에 응해서 들어갔다.
훈련소 대기상태 중 중령이 단상에 서더니 “해병대로 오라. 그러면 북한 땅에 제일 먼저 들어 갈 것이다”고 연설하는데 모두 해병대로 갔다.
그랬더니 소위가 올라서서 “해병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고 해군에 남아 있으라고 붙들었다.
그렇게 해병대로 가서는 ‘빳다’를 엄청나게 맞았다. 꼭 일본군 식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나는 빨강 모자를 쓰고 다닌다. 전철을 타면 저기서 젊은 사람이 와서 앉으라고 한다.
알고 보니 해병대 후배님이다. 해병대가 있으면 뭐라도 사준다.
그러면 “안 됩니다” 말한다. 선배가 주는데 안 되는가“고 말하면 받는다.
우리 해병대는 모두 그런 정신을 갖고 있다.

■ 허영철 노병
나는 김성은부대장 휘하에 있었다. 진주 쪽 같은데 그쪽에서 인민군 포위망을 뚫고 사천까지 왔다.
사병들이 모두 지쳐서 있는데 최병덕 총참모장이 김성은 부대장에게 “누구 명령으로 후퇴했나”며 총살시키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우리들은 최 총장에게 총을 들이댔더니 그냥 가버렸다. 누구 맘대로 우리 부대장을 총살시킨단 말인가? 그때 그 전장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상황을 모른다.
그 후부터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더 강해야 하겠구나’ 다짐을 받아가면서 정말 대한민국의 국군으로써 최강부대가 되었다.

■ 권영수 회장
나는 분대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는데 영덕을 지나서 강원도 녹천리까지 올라가면서 인민군들을 계속 추격 중이었는데 갑자기 인민군들이 사라졌다.
틀림없이 부락에 숨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락을 수색하는데 할아버지가 나와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정중하게 절하면서 “대장님, 제 아들이 아파서 누워 있습니다”고 말하는 것이다.
새파란 20대인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이 ‘아들을 위해서구나!’ 하는 생각에 “철수” 명령을 하고 나왔다.
아무래도 꺼림칙한 것이 남아있었다. 나중에 상관에게 사실을 보고했더니 “잘했다”고 말했다.
인민군의 생명이 그 할아버지 때문에 건져진 것이다.
우리 동기생들의 서울 탈환 루트는 마포-연희동-서울역이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나와 조성구 동기생이 손헌일 제독과 신현준 사령관(당시 준장)의 호위병이었던 것이다.
손 제독과 신 사령관이 항상 같이 다닌 걸로 보니까 그때 손 제독이 모두 지휘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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