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해병신문

배대균 배신경정신과 원장 사진=박흥배 보도국장

■ 들어가며
배대균 배신경정신과 원장은 예비역 해군소령 출신으로 6·25전쟁의 현장과 해병대의 역사를 찾아 연구하고 있다.
수필집 8권을 발간한 수필가이기도 한 배 원장은 장진호전투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번역하며 미 해병대의 전쟁사를 알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진동리전투 현장을 답사하며 당시 해병대의 흔적을 찾고 증언을 수집하고 있다.
6·25전쟁 해병대 최초의 승전이었던 진동리지구전투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책을 발간 예정인 배 원장을 만나 해병대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갖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안녕하십니까? 배대균 배신경정신과 원장님을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의사이자 수필가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경정신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창원 마산합포구에서 배신경정신과를 54년 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1966년 민간인 교육기관의 교육 5년을 인정받아 해군 의무관 대위로 임관해, 1968년 주월백구부대로 종군하고, 1969년 해군소령으로 예편했습니다.
1991년 한국수필로 등단해 수필집 8권 외 영문번역집 등을 출간하며 문학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 배 원장님은 해병대와 어떤 인연이 있어 해병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까?

저는 경남 진해 출생으로 덕산초등학교와 진해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렸을 때 여순반란사건을 진압한 해병대가 진해시내를 6시간 동안 행진하고 덕산초등학교로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해병대를 보게 됐습니다.
해병대 발상지에서 해병대를 만나게 된 셈이지요.
이후 해군군의학교 군의후보생 19기로 입대해 대위로 임관 후 군의후보생 20기, 21기 훈육관으로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때 해병대와 꼭 같은 훈련을 받았습니다.
해병대들이 교육 받는 상남훈련소에서 침투사격, 유격 및 산악훈련 60mm, 105mm, 바주카포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우리가 왜 해병대와 같은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 해군 군의후보생들이 무슨 이유로 해병대와 똑같은 훈련을 받았던 것입니까?

한 군의관이 청룡부대로 배속 받아 월남전에 참전했었습니다.
그 군의관이 작전 중에 베트콩과 논두렁에서 마주쳤는데, 마침 그 베트콩이 실탄이 떨어져 탄창을 갈아 낀 후에 그 군의관을 쏴서 희생됐습니다.
그때 군의관은 권총을 차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2~3미터 앞에 있는 적에게 사격을 먼저 하지 못해 당한 희생이었던 것입니다.
그 후부터 군의관들도 해병대와 꼭 같은 교육훈련을 하면서 전투력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군의학교 동기생은 100명이었는데, 그들 절반은 해병대로 배속됐고 나머지는 해군으로 갔습니다.
저는 훈육관을 맡을 당시 거제 성포에서 장성포까지 50km를 하루에 행군하기도 했고, 상륙작전에 의무지원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렇게 피눈물 나는 해병대 훈련을 한 것이 평생토록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병대와 같은 훈련을 받은 것은 저의 큰 자랑이기도 합니다.

→ 해병대에 대한 원장님의 관심은 장진호전투에서 활약한 미 해병대원들에 대한 책을 번역 출판한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두 작가가 저술한 책 ‘The Last Stand of Fox Company’를 2년간 번역 작업해서 국내에 출판했습니다.
처음에는 원제 그대로 ‘폭스중대의 최후의 결전’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으나, 국내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같아서 ‘장진호전투’로 책명을 바꿔서 다시 냈습니다.
그 책을 번역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전우애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 장진호전투에 대한 어떤 점이 그렇게 원장님께 인상 깊게 남았는지요.

그 책에서 보면 전쟁이 벌어지면 적을 무찌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교훈을 알게 됩니다.
싸우면 이겨야 하고 그래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장에서의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247명의 중대원 중 겨우 60여 명이 살아서 부대 영문으로 들어오는 게 나옵니다.
다친 사람과 들것에 실려 오는 전우들을 맨 먼저 들여보내면서 나머지 병력들이 영문으로 들어오는데, 부대원 모두가 일렬로 서서 맞이하는 눈물겨운 장면이 나옵니다.
장진호전투에서 후송되어오는 미 해병대원들을 참호로 데려오면서 그중에 ‘Mr. 정’이라는 통역관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을 아무리 수소문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나 자신 역시 부족한 군의관이었지만 해병대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해병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로 써서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현재는 진동리전투에서 해병대가 활약한 현장을 직접 탐방하며 그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는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올해는 6·25전쟁 발발 68주년이지만 아직도 친북좌파들은 지능적으로 조직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적행위들이 가득합니다만, 이 땅의 젊은이들은 북쪽의 전쟁 준비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비판적입니다.
이미 그들에게 굴종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우리 국민의 안보에 대한 의식 수준입니다.
6·25전쟁은 인류 전쟁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잔인한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휴전 상태에서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국민 전체가 정신무장하여 대항해야 합니다.
전쟁에서 이기려고 하면 체력도 최신무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적과 싸우고자 하는 의지와 전투의식입니다.
안이해져 가는 우리의 안보의식 고취에 기여하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 현재 6·25전쟁사 중에서도 마산, 함안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방하며 연구하고 계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마산전투와 함안전투는 6·25전쟁사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투들이었습니다.
특히 마산전투는 당시 가장 길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처절한 전투였습니다.
45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치러진 전투에서 아군은 1천여 명 전사, 3천여 명 부상을 입었고, 적군은 4천여 명이 죽고, 3천여 명이 포로가 됐습니다.
만약 우리가 마산전투에서 패했다면 부산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우리나라가 전복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전투가 6·25전쟁을 대표하는 전투를 거론할 때 제외돼 있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서북산과 여항산, 진동과 함안을 직접 답사하면서 증거를 찾고, 증언을 수집했습니다.

→ 전투 현장 탐방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셨습니까?

한번은 전적기념비에 헌화하고, 전투 흔적들을 찾아보기 위해 진동리전투의 격전지 서북산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서북산 740m고지는 가파르고 수목들이 우거져 있었는데, 등산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흔적들은 묘연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조사하다 산중턱 시야가 밝은 한 지점의 바위에서 탄흔을 발견했습니다.
보아하니 철갑탄 흔적인 듯 했는데, 바위가 크고 넓어 잠복하기에 안성맞춤이었으니 교전이 벌어졌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바위 밑면은 바위 조각들이 수없이 떨어져 나가있었는데, 다름 아닌 수류탄 폭발이 만들어 낸 탄흔들로 간주됐습니다.
바위 밑에는 제법 깊은 굴이 있었습니다.
서북산 산중턱과 정상은 사방에 참호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때로는 2인 참호도 있었고, 한 참호는 3~4인용으로 전방에 축대가 쌓여있으니 기관총 포상이 있었습니다.

→ 아직 그렇게 진동리지구전투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수십 년 전 우리가 겪었던 전쟁의 참상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진전면 둔턱 부락의 일정 때의 탄광을 찾아갔는데, 이곳은 1950년 8월 중순부터 인민군 6사단의 무기고로 사용되었으며 적들의 요새였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하여 여항산을 수시로 장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광산구의 콘크리트 벽은 탄흔들이 역력했습니다.
진전면 금암리는 북으로는 함안 군북과 진동으로 통하는 삼거리 길이 있으며 해병대 김성은부대가 1950년 8월 3일 인민군 6사단 정찰대대를 섬멸한 지점입니다.
진동리지구전투가 한창 시작되던 8월 1일, 김성은부대는 이곳 삼거리에 소재한 파출소에 연대본부를 설치했으며, 2일 후 새벽 발산재전투를 치렀습니다.
그 맞은 편 야산에서 불발 수류탄과 1발과 캘리버 50구경 실탄 한 발을 발굴했습니다.
이처럼 아직까지 남아 있는 전쟁의 흔적들을 찾아내는 일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취재 : 신동설 발행인

■ 배대균 원장

▲ 경력
마산시 의사회장, 마산시립교향악단 합창단 창단, 국제로타리클럽 3720지구총재, 경남도 문화진흥위원, 경남도 교육위원, 경남도 반공연맹 지회장, 미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탐험기 번역

▲ 문학 활동
부산일보 노처녀의 아픔 청탁(1962), 지방수필동인지 창립회원(1969), 한국수필로 등단(1991)
작품 : 생각나는 사람, 배가 산으로 간다, 한국인의 문신, 필름, 5월에도 피지 않는 나무, 꿈 속의 꿈 등 8권

▲ 수상
마산시민이 주는 상, 경상남도 묵화상, 국무총리상, 국민훈장 석류장, 국민훈장 목련장, 주한미군 ‘좋은 이웃상’ 적십자표상, 88올림픽 휘장, 월남종군 공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