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도 전우                                                                     사진 = 【박흥배 보도국장】

■ 명함에 인쇄된 자기소개
“8·15 해방이후 진주에서 태어났고 학교 공부는 많이 못하였으며 해병대를 전역한 이래 제조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다가 현재는 자동차운송사업(개인택시)으로 행운을 실어 나르며 산을 좋아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위 내용은 이경도 노병의 명함에 인쇄되어 있는 내용이다.
기자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서술적으로 자기를 소개한 명함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경도 노병의 성격이 깔끔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또 한 장의 명함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인사위원 이경도’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개인용 명함과 업무용 명함을 구분할 줄 아는 원칙주의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경도 전우는 72년 전(1947년)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34살에 상경하여 서울사람이 되었다.
1963년 진주사범병설중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에 야간부 진주공고를 졸업하고, 1993년에 수원과학대(수원공전)를 졸업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뒤 늦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20년 후에 대학을 졸업했던 것이다.
통상 14년 걸려 초급대학을 나올 수 있는 것을 이 전우는 39년간의 세월을 바쳐야 했다.
이 전우 시대 사람들은 장남이 가족 부양이나 동생들 교육을 감당해줘야 했다.
이 전우 역시 중학을 마친 후 진주 대동공업주식회사 공장에 들어가서 용접기능사로 농기계제작 일을 하여 동생들의 학비를 조달했다.

■ 눈물겨운 전우애가 영원한 해병대로 탄생하게 해…
그러던 중 월남파병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노동 대가는 너무 빈약했기에 땀 흘리며 일한 만큼의 소득이 따르지 못했다.
궁리 끝에 군에 입대해 월남에 가서 전투수당을 받으면 가정에 보탬이 될 것이고, 전사하면 국가에서 나오는 보상금으로 가족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열혈청년 이경도는 전장에서 죽는다는 것에 초연했었다.
결심을 하자 곧바로(1967년 1월) 해병 제185기로 입대했다.
입대 당시 진해훈련소 앞바다는 30년 만에 바닷물이 얼을 정도의 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쳤다.
겨울철 바닷바람의 매운 맛을 생전 처음으로 느끼면서 해병대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돌파해 나갔다.
훈련 받던 어느 날 소대장으로부터 무서운 구타를 당할 때였다.
그때 동기생 전우가 소대장을 끌어안으면서 “소대장님 이경도를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어떤 구타가 돌아올지를 각오하면서 동기생 이경도를 역성드는 눈물겨운 전우애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우애가 무엇인지도 알았다. 이 동기는 훗날 경찰 경정으로 봉직했던 김학수 동기이다.
다행히 소대장도 구타를 멈췄다. 이렇게 훈련병 이경도는 강인한 해병대로 재탄생된 것이다.

■ 내무생활의 신조는 인생의 규범이다
그리고 평생을 남다른 해병대정신으로 살아오고 있는 중이다.
제대 50년이 지난 이경도 노병은 훈련소에서 암기한 내무생활의 신조를 지금도 암기하고 있으며, 그것을 생활지표로 하여 영원한 해병대임을 자부하며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무생활의 신조>
우리들의 내무생활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해병의 한 가족이다.
각자 건실한 지덕의 함양에 힘쓸 것이며, 해병대의 제반규칙을 엄수하고 상호 화목단결 사위에 빛나는 해병혼의 발양에 온갖 성과 열을 다하자.
위 글은 이경도전우가 즉석에서 말한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다.
“훈련소에서 외우라고 해서 외운 것이지만 이 내용이 일생동안 자신의 생활 규범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고 했다.

■ 해병대 병장, 직장예비군 소대장 되다
이경도는 36개 월 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다시 대동공업(주)에 복직했다.
회사가 대규모여서 당시 직장예비군이 연대규모였다.
연대규모는 3개 대대, 9개 중대, 27개 소대로 구성된 막강한 병력이다.
당시 대동공업(주) 예비군 중 장교만 120명이 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예측된다.
그중 타군들만 모인 소대가 편성되었는데 해·공·해병대 중 장교가 없어서 이경도 예비역 해병대 병장이 소대장을 맡았다고 한다.
이경도 소대장이 이끄는 소대는 최고의 평을 받았다.
한미연합군 침투 훈련 시와 독수리작전 등 굵직한 예비군 훈련을 모범적으로 소화시킨 해병대병장 출신 소대장의 명성은 지금까지 역사에 남아있다.

■ 정치에 야망을 갖기도 했다
1969년 만기 제대 후 33살의 나이로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군소정당인 안민당(安民黨)의 공천을 받아 출마(진주·진양·사천·삼천포 선거구)하여 비록 당선은 되지 못했으나 11대 국회의원 전국 최연소 출마자로 기록되었었다.

■ 제대 50년이 되었어도 달달 외는 순검의 목적

<순검의 목적>
순검은 그날의 최종과업이며 이는 인원이상 유무, 취침상태, 청결정돈 및 명일전투 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음. 이상!

<부동자세의 목적>
부동자세는 군인의 기본자세이며 내로는 군인정신이 충익하고 외로는 엄숙 단정하여야 함.

<상륙작전이란>
적이 점령하고 지배하는 지역을 아군의 항공기, 함정, 차량을 이용하여 적진을 탈취하고자 하는 공격행위

이경도 전우가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달달 외운 것을 적어가며 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병대 100만 예비역 중 이만큼 암기하고 있는 사람은 이경도 노병이 유일할 것이다.

이경도 전우의 책장. 이 전우는 해병대 관련 도서를 가장 많이 소장한 해병대전우다.

■ 해병대 관련 도서를 가장 많이 소장한 사나이
이경도 전우가 어느 날 대형서점이 들렸을 때 ‘덕산에서 월남까지(정채호 저)’ 책이 있더란다.
그 책을 손에 잡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는데 직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더란다. 그때가 저녁 9시였다. 장장 4시간 동안 정독한 것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해안(海晏) 정채호 선생을 찾아갔고 그분의 집필원고 교정을 해주는 등 출판 협력자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 해병대 관련 도서를 구하기 위해 청계천 고서점을 들려 책을 구입하고 개인이 출판한 책을 구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책을 모은 것이 150여 종이다.
이 전우는 중3년 때 독서주간에 전교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최다 독자로 선정되어 교장표창을 받은 ‘독서왕’이기도 했다.

■ 노병의 통일 염원
조국과! 해병대와! 국토통일에!
나가자! 서북으로! 푸른 바다로!
상기는 이경도 노병이 국토통일을 염원하면서 항상 외치는 구호다.
원래 ‘국토통일’ 구호는 ‘고토회복’이었지만,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통일을 염원하는 남편을 향해 부인 홍순임 여사가 “실현 가능성 있는 목표를 염두해 이념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 유례없는 자랑스러운 3부자 해병대
두 아들이 모두 해병대(장남 이홍출·해병 795기, 차남 이용민·해병 851기)를 제대하여 해병대 선·후배가 되었고, 제대 후 다니던 학업(강원대)을 마치고는 아버지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버님의 평소 신념을 따라 저희 형제는 충실한 해병이 되려고 장교로 다시 들어가서 해병대에 기여하겠습니다”고 자신들의 뜻을 아뢨다.
그리고 한 날 한 시(2003년 3월 18일)에 해간 89기 전형시험에 합격하여 그해 6월 27일 형제가 나란히 해병대소위로 임관했다.
2003년 3월 동아일보, 경향신문을 비롯 전국 일간지에 형제가 해병대장교로 입교한 일이 건군, 창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대서특필하여 두 아들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
임관 15년차인 지금은 형제가 나란히 해병대 포병 소령으로 승진되어 금년에 해군대학에 입교, 고급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두 아들을 키워낸 아내 홍순임 여사는 왕년에 국가대표 투척선수였다.

이경도(左2), 홍순임(左3) 부부와 장남 이홍출(右), 차남 이용민

이 전우의 장남 이홍출, 차남 이용민이 받은 각종 표창. 이 전우의 두 아들은 모범적인 형제 해병대장교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아들 자랑
두 아들과 본인의 해병대 복무 개월 수가 2018년 3월 현재 448개월(37년간)이다.
이경도 전우는 홍출, 용민 두 아들에게 항상 이렇게 가르쳤다.
“영원한 현역으로 살아라. 해병은 모두 해병대의 대표여야 한다”
“제일 늦게 취침하고 제일 먼저 기상하라. 이 같은 정신은 지휘관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군인이 아닌 무인으로 살아가라. 군인은 직업의식으로 하는 것이지만, 무인은 한 차원 높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가치로 하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따른 두 아들은 해병대의 모범이 되는 지휘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남 이홍출 소령은 해병대사령관 표창은 물론 육군대장, 해군대장 표창을 받았다.
차남 이용민 소령 역시 같은 케이스였다.
그것도 타군 장교들의 건의에 의해 표창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장남은 중앙돌파 능력과 남에게 굴복하지 않는 체력 소유자로 태권도 4단의 체력을 가졌고, 차남은 남과 싸우지도 않지만 지지도 않는 단단한 체력의 태권도 3단 소유자입니다”고 말하는 ‘영원한 현역 이경도 해병’은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해병대 3부자의 주인공, 이경도 노병과 그 가족에게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바란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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