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사천강지구전투는 1952년 3월 18일부터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될 때까지 경기 파주군 사천강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 제65군 예하 제194·195사단을 맞아 해병대 제1연대(이후 해병대 제1전투단으로 증편)가 작전을 수행했다. 총 4차례 적의 공세를 막은 대한민국 해병대는 군사분계선을 아군에 유리하게 확정짓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불리한 지형적 조건에서 16개월의 장기간 방어 임무를 완수하고 전초기지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수도권 방어에 기여하고 차후 해병대 확대 개편의 계기를 만들었다.

■ 서울의 관문, 장단지구 전선
한미 해병대가 전전(轉戰)한 서부전선(장단 지구)은 서울까지의 거리가 불과 25마일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휴전 회담 직전이었던 만큼 중공군의 대대적인 춘기공세가 예상되고 있었다.
이러한 당시의 정세 상황으로 보아 수도 서울에 대한 확고한 방어 전략이 요청되고 있었으므로 서울을 방어하는 관문으로서의 가치가 더 한층 부각되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8군사령부에서는 휴전 회담의 직전에 따르는 병력의 재배치 작업에 착수함에 있어서 서울 방어에 대한 군사적 보완책을 의미하는, 이른바 ‘믹스 마스터플랜’에 따라 중동부 전선에서 용명을 떨친 한·미 해병대를 이 지역에다 배치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지역에 투입된 미 해병사단과 그 배속 부대인 국군 해병연대의 작전 지역은 휴전 회담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 판문점을 중심으로 해서 분할됐다.
즉, 판문점 오른쪽은 미 해병사단이, 그리고 왼쪽은 국군 해병연대가 담당한 것이었다.
당시 장단지구 전선은 지형조건이 아군에게 불리했었을 뿐 아니라 휴전 회담으로 인해 일정 반경 내 어떠한 적대행위나 사격 및 탄착 행위를 금지했을 만큼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제한 조치로 인해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작전상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 중공군의 첫 기습 공격
해병대가 장단 지구 전선으로 이동하자 변동된 적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중공군은 아군의 진지 보강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주간에는 포격을 강화했다.
또한 야간에는 전투 정찰대를 운용해 아군의 전초 진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피리와 꽹과리를 불고, 치는 등 아군의 배치구조와 화력의 강도 등을 예의 탐색하기 시작하더니 며칠 후에는 약 2개 대대의 병력으로 아군 진지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들 적은 중대본부의 강력한 화력과 155밀리 우군포의 지원 등으로 일단 저지를 당했고, 거의 같은 시각에 3중대 지역으로 침투한 또 다른 무리의 적도 3소대와 중대본부 전방에서 각각 저지당함으로써 1대대 지역에서는 그들이 많은 유기시체를 남겼을 뿐 아군 진지를 돌파해 보려던 그 기습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3대대 10중대 지역으로 침투했던 적은 마침 이동 중에 있던 중대본부의 노출된 허점을 여지없이 찌를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 주저항선을 돌파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유린당한 아군 진지에 삐라를 살포하고 약간 명의 대원까지 연행해 가는 등 그들로서는 상당한 전과를 거둔 셈이었다.
며칠 후 10중대는 적진에 대한 기습작전을 감행해 굴욕적인 울분을 조금이나마 설욕했다.

■ 36고지는 ‘혼비고지’의 혈투
여름이 지날 무렵 아군 전선에는 약간의 부대 이동이 있었다.
이 부대 이동 계획에 따라 예비대대로 있던 2대대가 연대의 좌일선에, 그리고 3대대는 우일선에 각각 배치되었는데, 중공군은 1개 대대의 병력으로 3대대 7중대 2소대가 배치돼 있는 36고지와 1소대가 배치돼 있는 67고지에 대한 야간공격을 감행해 무너져 내린 36고지에서 아군과 처절한 사투를 전개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강물이 줄어들어 도섭(徒涉)이 용이해졌기 때문에 그러한 시기를 이용한 중공군은 전차와 자주포의 대대적인 지원 하에 쉽사리 36·67고지를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 모두 전초 진지는 적군의 전초 진지로부터 1km도 채 못 되는 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적군으로서는 눈앞의 가시와도 같은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이 두 진지를 말살시켜 버리거나 수중에 넣으려는 목적에서 공격을 시도해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36고지의 재탈환전이 끝난 뒤 전투단장 김석범 대령은 조그마한 고지 위에서 빚어진 피아군의 끔찍한 상륙전으로 인해 고지의 혼이나 사람의 혼이 죄다 날아가 버렸다는, 말하자면 그날의 혈전을 상징하기 위해 36고지를 ‘혼비고지(魂飛高地)’로 부르게 했다.

■ 만월야의 치열한 대첩
1차 추기공세가 끝난 뒤 중공군은 그들이 탈취한 전초 진지를 강화하는 한편 그 전초 진지들을 근거지로 하여 아군의 새로운 전초 진지를 정찰과 기습 등으로 수시로 위협했다.
그들은 연일 수백발의 포탄을 퍼부어서 아군 진지의 교란과 파괴를 일삼는 바람에 아군 진지에서는 상당한 수의 희생자를 내기까지 했다.
한편 이에 대응하여 아군도 전차와 야포 등을 동원하여 적의 새로운 전초 진지를 강타하는 한편 매복과 기습활동 등을 강화했다.
신임 전투단장 김성은 대령은 적군의 공세징후로 분석하는 한편 만약 적이 공세를 취한다면 필시 추석 때와 같은 만월야를 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령의 판단은 적중해 중공군은 대대적인 공격준비 사격과 함께 1개 사단 규모의 병력으로 31·33·39고지 등 3개의 전초진지를 일제히 공격해 왔다.
연대는 사전계획 된 화력지원 하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사투를 거듭한 끝에 전초기지를 사수하고 중공군의 공격을 격퇴했다.
전초기지에서 전투를 치렀던 3대대 11중대와 2대대 6중대는 날이 밝자 수백구의 적 시체가 가을 들녘의 짚단처럼 뒹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사천강은 말 없어도…
연천지구에서 돌아온 국군 해병전투단은 과거와 다름없는 소강적인 대치상태에서 휴전의 날을 맞이했다.
1951년 3월 중순 서부전선으로 이동한 지 만 1년 4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해병대는 배후에는 임진강을 두고, 진전에는 사천강을 둔 지형적으로 평지와 높은 감제고지와의 대치상태와도 같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더구나 중공군이 그들의 포진지와 병력 및 탄약 집결소를 정치적인 제한 조처가 취해져 있는 판문점 개성간의 평화도로에 인접한 지점에 설치해둠으로써 그것을 함부로 폭격하거나 포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해병대와 판문점 우측의 미 해병사단으로서는 압도적으로 우세한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대대적인 포격에 그야말로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진동리·통영지구작전을 비롯해 역사적인 경인(京仁)지구 작전에서 용명을 떨쳤을 뿐 아니라 도솔산과 9·24고지 탈환작전에서 찬란한 전통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바 있었던 대한민국 해병들은 그 전통과 명예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가운데 끝내 수도 서울의 중요 관문인 서부전선을 이상 없이, 그리고 자랑스럽게 지켜냈다.
청사에 영원히 기록될 사천강변의 대혈전은 세월이 비록 아무리 흘러간다 해도 강변에 묻혀 있는 그 끔찍했던 비극과 숱한 무용담은 말없이 흘러가는 사천강, 붉은 피로 밤낮으로 물들었던 그 사천강이 영원히 기억하고 있으리라.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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