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소통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창옥아카데미의 김창옥 대표를 만나 반갑습니다. 방송과 강연을 통해 ‘소통전문강사’로 맹활약 중인데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까?

저는 제주도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자랐습니다.
노동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청각장애가 있으셔서 저와 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시는 어머니는 육남매를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고, 때문에 저는 불통의 환경에 오래 노출돼 있었지요.
그래서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습니다.
성장하면서 그 부분이 점점 채워지게 됐는데 그게 좋아서, 누군가도 나처럼 이렇게 좋아졌으면 하면 마음으로 소통을 주제로 한 강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해병대 출신인 것을 알면 많은 해병대전우들이 반가워할 것 같습니다. 해병대는 어떻게 입대하게 되었습니까?

저는 해병 713기로 1993년 6월 입대해 1995년 8월 제대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입시에서 두 번 연거푸 낙방했었습니다.
그때 실패에 의한 좌절감이 생겨서 얼른 사회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도피처가 바로 군대였습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프리카와 같은 세계 오지에 가서 일을 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하려면 아무래도 특수한 훈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제가 6남매 중 막내로 자란 까닭에 제 자신이 유약하다고 느껴져서 제 성격을 ‘인간 개조’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덧붙여 팔각모 등 해병대 복장이 너무 멋있어서 이왕 갈 거면 해병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해병대 현역 당시 생활은 어땠습니까?

포항 교육훈련단에서 신병 수료를 한 뒤 통신병과 후반기 교육을 받고 강화도에서 박격포 통신병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사령부가 이전할 때 투입돼 전역은 화성에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도 있는데, 특히 수색대를 지원하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됩니다.
해병대의 강인한 훈련을 받고 싶어 입대했기 때문에 수색대에 갔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실 그때는 수색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했어요.
또한 자대 생활을 후방에서 하다 보니 아무래도 훈련보다는 경계 근무와 작업 시간이 더 많았던 탓에 아쉬움이 남지요.

→ 해병대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까?

해병대는 기수 조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어려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이병 때 사령부로 전출돼 가보니 제가 막내였는데, 상병 5개월이 될 때까지 후임이 한 명도 안 들어왔었습니다.
동기들과 연락해보면 “이제 자기 밑으로 20~30명 있다”고 자랑하는데 저는 그때까지도 열외 없이 막내 노릇을 해야 하니 미치겠더군요.
그때는 그게 참 힘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 경험이 저에겐 하나의 약이 되었습니다.
바로 ‘열외 정신을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지요.

→ 힘들었던 해병대 생활이 새로운 정신을 일깨웠던 것이군요.

그게 바로 해병대정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막내라서 그저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이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단련시키는 기회가 된 것이지요.
‘열외 정신’을 버리면 ‘영원한 현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항상 ‘영원한 현역’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 동기들처럼 일찌감치 막내 자리를 벗어나 열외를 할 수 있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해병대에서 여러 가지 눈칫밥을 먹었던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 해병대 막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된 것입니까?

선임이 주머니를 툭툭 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바로 “담배 없어?”라고 묻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저는 비흡연자에다 눈치도 빠르지 않다 보니 그걸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한 대 맞는 거죠.
그렇게 선임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대접 받는 것보다 대접하는데 더 익숙해졌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사로서 강의를 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을 ‘서포트’하는 일입니다.
청중을 배려하고, 서비스하는 방법을 저는 일찌감치 해병대를 통해 익힌 것입니다.

→ 말씀을 들어 보니 해병대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며 돌이킬 수 있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너무 힘들었던 탓에 전역한 뒤에는 한동안 해병대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 안에 각인된 해병대정신이 저 스스로를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연단했다는 것이지요.
전역 후 저는 음악에 비전을 품고 음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음악을 배운 적 없고, 집안도 가난했던 제가 음대를 들어간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문 배달을 한 돈으로 음악 과외를 받아 6개월 만에 경희대 성악과에 합격했습니다.
바로 ‘해병대에서도 살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나’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였습니다.

→ 성악을 전공한 뒤 ‘목소리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5살의 늦깎이 대학생으로 음대에 입학한 뒤 주위를 돌아보니 저는 부족한 점투성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음악을 해온 동기들에 비해 저는 아무래도 기초가 너무 부족했었어요.
그렇다고 유학 갈 수 있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졸업 후 지방에 있는 시립합창단에 들어갔는데 급여 수준은 무척 낮았지요.
그런데 그 무렵 한 병원 의사 분이 “목소리를 바꾸고 싶은데 레슨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분은 지방대 의대를 나왔는데, 서울 지역 의대 출신 의사들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어요.
그런 콤플렉스가 평소의 행동·말투·표정을 딱딱하게 만들어 어깨와 목에 힘을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분에게 성악 발성법을 가르쳤더니 굳은 얼굴이 풀리고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그렇게 ‘보이스 컨설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군요.

성악을 하면서 배운 발성법으로 소통, 화법을 가르치는 ‘보이스 컨설턴트(voice consultant)’란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 다른 것처럼 목소리에도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소리의 개성은 간과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그래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삶이 다른 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요.
저는 자신만의 삶이 묻어나는 소리,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진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는 내용을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 방송을 통해 점점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고, 강의 내용은 목소리에서 소통에 대한 것으로 바뀌게 되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서울 종로의 스피치학원에 프리랜서로 일하다 KBS-1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당시 내용이 재밌었는지 시청률이 상당히 나오는 바람에 전국의 기업체, 관공서, 지자체, 문화센터 등에서 강연이 쇄도했지요.
제 강의 내용도 목소리, 발성법 위주의 강연에서 점차 인생 스토리를 전하는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어린 시절 부모님과 소통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 제게는 열등감으로 남았었지만, 그런 제 과거를 밝히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서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 것입니다.

→ 강연 때 어머니 이야기를 종종 하시는데, 구수한 사투리로 하시는 말씀이 무척 재미있더군요.

어머니가 전라도 해남 분이세요. 유머 감각을 어머니께 받은 게 있지요.
제가 “엄마, 나 홍삼 보냈어” 하면 서울 어머니들은 “그래, 잘 먹을게” 아니면 “뭐하러 보내니” 하시잖아요.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창옥아, 보내지 마. 느그 애비 저런 거 많이 묵으믄 죽을 때 언능 안 뒤져부러”라고 하세요.
제가 “엄마, 계좌 이체로 돈 좀 보냈어”하면 “뭣한디 보내, 엄마 3년 살면 뒤진다” 그러세요.
물론 3년은 지났지만 정정하시죠. 최근에는 “엄마 백 살까지 살까?” 그러세요.
예전에는 지면 인터뷰를 할 때 어머니께서 글을 모르시니 꼭 제 사진을 넣어달라고 했었어요.
요즘은 제가 TV에 자주 나오니까 시골 분들 다들 그렇듯 제가 대단해진 줄 아세요.

→ 해병대 시절 어머니와의 일화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소개해주시겠습니까?

해병대에서 막내 시절을 보낼 때 대민 지원을 나가게 됐습니다.
강화도의 시골 마을에서 농사일을 거들어주던 중 저희 집으로 전화를 할 기회가 생겼어요.
평생 맞을 매를 다 맞으며 힘들게 지내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어머니가 그리웠었죠.
그런데 막상 전화를 해 어머니가 받으니 아무 말도 못하겠더군요.
어머니께서는 제 전화인 줄 느끼셨는지 “막둥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대민 지원을 나간 마을에는 감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홍시를 바라보며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데 눈물이 흐르더군요.
그때 어머니께서는 치아가 안 좋아 씹는 게 힘드셔서 홍시를 좋아하셨거든요.
어머니에게 홍시 사드시라고 그달 해병대에서 처음으로 받은 월급을 집으로 보냈어요.
나중에 전역하고 집에 가서 보니 책상 서랍에 제가 보냈던 돈이 편지 봉투 속에 그대로 있는 거예요.

→ 해병대에 있을 때 부모님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군요.

그때 알게 된 사실이 가족을 떠나 군대에 갔을 때 저는 비로소 가족을 볼 수 있었다는 거예요.
대민 지원으로 농사일을 도우며 힘든 것을 깨닫고 ‘우리 부모님이 평생 노동을 하며 이렇게 나를 키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거죠.
부모님을 떠나 해병대에서 지내다 보니 그제야 부모님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중에 전역한 뒤에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에 늘 순종하며 반대한 적이 없어요.
가족과의 소통이 이뤄지며 사이가 좋아지게 된 것이죠.

→ 원활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까?

우리는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친구’와의 관계, ‘나와 내 직업’과의 관계 등 우리는 매 순간 여러 관계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이러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자신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가족 간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해병대전우들에게 가족과 잘 소통하는 법을 제시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해병대 때의 기합이 남아 있어서 제 주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해병대전우 선배님들은 분명히 저보다 더 그러실 거예요.
우리 해병대들은 모두 기본적인 기합이 정신에 깃들어 있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건 기합은 드는데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아내와 자식, 부모님 등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게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 한 마디를 건네더라도 부탁하고 제안하는 말투를 사용하는 등 현실적인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 최근에는 해병대를 방문하며 강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해 사령관 면담을 하기도 했고, 1사단·2사단 등에서도 강연을 실시했습니다.
제가 해병대를 위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건강한 해병대’가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모습을 가질 때 진정한 의미의 견고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를 위해서는 팀워크를 통해 군기와 사기를 동시에 높이는 일이 필요합니다.
미 해병대 지휘관이 “전우애와 성품이 좋은 해병대원들이 전투력도 높다”고 말했답니다.
그런 해병대원들은 자신이 부상당해도 전우들을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해병대도 이렇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부조리한 것들을 버리고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할 테고, 이런 일에는 저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오랜 만에 해병대 시절을 떠올린 소회를 정리해주시지요.

저는 지금도 때때로 가을이 되면 제가 해병대 때 근무했던 강화도에 가보곤 합니다.
또한 제가 나태해지는 것을 느낄 때에는 해병대캠프라도 한번 가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해병대는 제 마음속에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게는 이제 네 살 된 쌍둥이 아들이 있는데, 애들이 자라면 꼭 해병대에 입대할 것을 강력 추천할 계획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해병대가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며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창옥 대표

김창욕 대표의 현역 시절 모습, 신병 때 바짝 기합 든 모습

병장 때 여유로운 모습

김창옥 대표는 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소통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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