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방어선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군은 거제도를 점령하여 전략요충지인 마산과 진해를 봉쇄하기 위하여 적 제7사단 예하 제51연대 1개 대대(약 370명)를 통영 방면으로 진출시켰다.
이후 약 250명의 적이 후속하여 통영시내에는 약 600명의 적이 준동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해병대의 김성은부대는 1950년 8월 17일 7척의 해군 함정 지원 아래 장평리 해안에 한국군 최초의 단독 상륙작전을 감행하였다.
이 작전에서 해병대는 작전의 승패를 가름하는 망일봉 고지를 적보다 5분 먼저 점령하여 공격해 올라오는 적을 격퇴시킨 후 통영시내에 잔존하고 있던 적을 완전히 격멸하였다.
이후 원문고개를 점령하여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증원을 시도하던 적 부대를 격퇴시킴으로써 낙동강 교두보선의 서측방 위협을 제거하였다.
통영상륙작전은 당시 우군의 낙동강 교두보 방어작전 중에서 한국군 단독 상륙작전이자 유일한 공격작전이었다.
당시 뉴욕헤럴드트리뷴지의 여 종군기자인 마가렛 히긴스는 본국으로 타전한 기사에서 ‘귀신도 잡을 수 있는 부대’라고 격찬하여, 여기에서 유래된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표어는 오늘날까지 우리 해병대를 대표하는 표어로 국민에게 기억되고 있다.

□ 양동작전 사용해 성공적인 상륙
김성은부대의 통영상륙작전 계획은 통영반도의 북동단에 위치하는 장평리에 병력을 상륙시켜 주력 부대로 하여금 시가지 동북쪽의 매일봉 고지를 점령함과 동시에 일부 병력을 원문고개 쪽으로 보내 통영시내에 침입해 있는 적을 독 안에 든 쥐를 때려잡듯 섬멸하는 것이었다.
상륙 부대의 상륙 개시 시간을 전후해 기함 격인 703함을 비롯한 3~4척의 함정은 통영 남안 전방 해상에서 일제히 포격을 개시했다.
통영시내에 들어와 있는 적군은 국군이 통영 정면으로 상륙해 오는 줄 알고 경황없이 남쪽 해안 일대에 대한 방어를 서둘렀다.
또한 다른 한 척의 함정은 원문고개 서안만 내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이는 고성 쪽으로부터 원문고개로 진입하는 도로 일대를 포격함으로써 적의 후속 부대가 통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었다.
이러한 포격의 결과는 분명히 작전의 묘수로써, 그 양동작전이 작전의 초반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게 한 셈이었다.

□ “공산군을 남김없이 없애주십시오”
상륙부대가 상륙에 성공한 뒤 이어서 서둘러 진행된 것은 탄약상자를 비롯한 각종 보급품을 해안에다 양륙시키는 일이었다.
장평리 해안 수심 관계로 수송선을 해안에 접안시킬 수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시켜야 했다.
그 무거운 짐짝들을 발동선이나 전마선에 옮겨 싣고 해안까지 가서 다시 육지에다 들어 올려놓는 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역이 강요되었다.
처음엔 인원이 적은 보급병과 소속의 대원들만으로 진행을 하다가 그들만으로는 철야작업을 해도 끝을 내기가 불가능해 주변 민간인들이 동원되었다.
동원된 민간인들은 주로 노인들과 부녀자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는데, 노인들은 지게로 짐짝을 져 나르고, 부녀자들과 학생들은 박격포탄을 가슴에 안고 밤새도록 해안가와 탄약 집결소 사이를 왕복하느라 어깨가 빠개지고 팔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 한 사람 불평을 하는 자는 없었고 다만 시내에 쳐들어온 공산군을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없애줄 것을 간청할 따름이었다.

□ “저기가 통영이 분명한기이지요?”
상륙 개시 시간을 앞두고 포문을 열기 시작한 국군의 함포 사격은 한밤중까지 계속되었고, 그 연후에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요란사격을 계속 실시했다.
이 함포 사격으로 인해 남쪽 해안 일대의 해안촌은 해가 지기 전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 밤늦게까지 연소되어 멀리서 바라볼 땐 마치 통영시가지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특히 가까운 한산도나 통영 서쪽 해안 일대가 환히 바라다 보이는 거제도 도민들이나 그곳으로 피난 가 있던 사람들은 통영 사람들의 생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저 불꽃 좀 보소! 저기가 통영이 분명한기이지요?”
“하모, 통영이지 어디겠는교.”
“아무래도 무슨 큰 변이 일어난 기이지.”
당시 전투에 참가한 한 장교는 만약 그것이 병화(兵火)가 아니고 어촌의 야경을 돋워 주는 어화(漁火)나 사육제(謝肉祭)의 불꽃놀이 풍경이었다면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한여름 밤의 큰 구경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군편대 지원 속에 소탕작전 성공
이날 전투에는 진하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공군의 Tㅡ6기(훈련기) 4대와 F51 전폭기 3대가 해병대의 지상작전을 지원했다.
통영 상공에서 Tㅡ6기들은 전폭기들이 해군 함포의 탄착점을 로켓 포탄으로 공격한 데 뒤이어 기총 사격을 감행함으로써 이날의 전투를 입체전으로 장식했다.
또 기지로 돌아갈 때 도로상에 목격된 적의 보급물 수송차량을 공격하고, 삼천포 해안 상공에선 적병들이 타고 있는 수척의 범선을 격침시키는 등 많은 전과를 거뒀다.
공군 편대가 지원 임무를 마치고 통영 상공에서 사라진 뒤 김성은 부대장은 매일봉을 점령한 7중대로 하여금 시가지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 중앙고지인 178고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케 하는 한편 원문고개 일대에 배치되어 있는 제2중대에겐 계속 고성 방면으로부터 통영시로 진입하는 적군과 통영 시내로부터 시외로 빠져나가려는 적군을 저지 격멸하는 작전을 수행케 했다.
공격을 개시한 지 약 한 시간 후엔 178고지를 점령하게 됨에 따라 김성은 부대장은 시가지에서 집요하게 저항하는 잔적 소탕작전을 수행하게 했으니 전세는 이미 결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진 뒤였다.

□ 충렬사에 승전 신고하다
시가지 소탕작전이 끝난 것은 17일 오전 10시경이었다.
그동안 매일봉으로 이동한 김성은부대의 전투지휘소도 이날 오전 통영경찰서로 옮겨갔는데,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던 703함 이성호 함장은 김성은 부대장을 방문해 감격적인 악수를 나누었다.
시가지 잔적 소탕전을 끝마친 후 김성은 부대장과 이성호 함장 일행은 남망산 기슭에 있는 충렬사를 찾아가서 큰 절을 올리고 충무공의 영전에 승전 신고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상륙작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충무공의 어전시합(御前試合)에서 공의 후예인 우리 해군과 해병대가 북한군의 육군을 산산이 때려 부수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구한 바 있었던 김성은 부대장으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신고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4백 년 전 충무공께서 손수 사용하신 손때 묻은 많은 유물과 위패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그 유서 깊은 충렬사.
비록 끔찍한 전화는 입지 않았으나 유탄에 의한 탄흔이 역력한 듯 했던 그 충렬사 뜰 앞에 부복했던 그 두 지휘관은 전승에 대한 사은과 함께 공의 유지를 패전으로 더럽히는 욕된 후예가 되지 않고 상승의 전통을 세워 빛내는 장한 후예들이 되게 해주십사고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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