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8월 3일, 진동리(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쪽 고사리에서 북한군 제6사단 정찰대대에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적 제6사단 공격의 예봉을 꺾고 침공을 저지, 창군 이래 최대의 전공을 세워 전 장병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얻었다.
동년 8월 7일부터 미 육군 제25사단을 주축으로 편성된 킨(Kean)특수임무부대가 방어작전 시 공세활동의 일환으로 진주 방향에 대규모 역공격(1950.8.7.~8.12.)을 실시하는 동안, 우리 해병대는 서북산 일대의 적을 격퇴하여 진동리와 마산 간의 보급로에 대한 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낙동강 방어선을 튼튼히 구축하는데 기여하였다.

□ 부산의 서쪽 관문, 마산을 방어하라!
1950년 낙동강지구 전선이 위기에 직면해 있던 무렵 주요 적정의 하나는 한동안 행방이 모연했던 북한군 6사단이 서울에서 천안을 거쳐 서해안으로 우회하여 낙동강 방어선의 배후를 찌르기 위해 기동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적군의 이러한 행동은 진주·고성 방면으로부터 그들의 최종 목표인 부산을 점령하기 위해 마산을 공격하려는 작전 기도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이 지구 전선의 중요성을 간파했던 미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은 진주 방면의 미 육군 29연대와 24사단 19연대 및 24사단에 배속된 김성은·민기식 부대와 최천 경찰 부대 외에 상주 방면에서 작전 중이던 미 육군 25사단을 마산 지구로 급거 이동시켜 부산의 서쪽 관문인 마산을 결사적으로 방어하려 했다.
8군사령관의 이 같은 결심에 따라 김성은부대는 민기식 부대 등과 함께 마산으로 침공하는 적을 진동리 서방에서 저지하라는 중임을 육군 서남 지구 전투 사령관 이응덕 소장으로부터 부여받았다.

□ 천재일우의 기회가 바로 눈앞에…
마산에서 일박한 김성은부대는 8월 1일 밤 고사리로 이동해 8월 2일 새벽 지휘소를 설치했다.
김성은부대는 3중대를 북쪽 능선에 배치하고 7중대는 그 후방에 있는 344고지에 배치하여 동진하는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8월 3일 진지 구축을 마친 7중대는 배치되자마자 진지 전방의 주막집 주인에게 부탁해서 마련한 300명분의 주먹밥을 1인당 3개씩 분배했다.
그런데 그날 밤 공교롭게도 그 주막집에 북한군이 동태를 살피러 와 우리 군의 위치를 물으며 주인을 구타했다.
이를 파악한 7중대는 즉시 중대본부에 알리며 비상을 걸고 은밀히 전투 배치를 했다.
그러던 차에 그 천재일우의 기회는 드디어 목전에 당도하고 말았다.
전차를 앞세운 적의 차량 부대가 2소대(소대장 이병문 소위) 좌일선의 기관총 총좌의 바로 코앞, 3~4m 전방에 당도하여 일단 정지를 하자 차량 위에 승차하고 있던 병력이 하차를 하기 시작했으니 세상에 이런 호기가 또 어디 있었겠는가.
□ 공전의 큰 전과 거둔 고사리전투
7중대장 안창관 중위는 바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지체 없이 칼뱅 M3을 휘두르며 일제 사격을 지휘했다.
그러자 중대의 모든 화기가 미친 듯이 포효하기 시작했고 그 포효 속에 진전의 적들은 순식간에 도살되어 비명 소리는 밤하늘에 사무치고 땅바닥 위엔 피의 홍수가 졌다.
전투가 끝난 것은 일제 사격이 시작된 지 약 30분이 지난 뒤였다.
이날 밤 아군이 거둔 전과는 적 사살 87명에 포로(부상자) 3명이었고, 노획한 무기는 전차 2대를 비롯한 각종 차량 8대 및 중기, 경기 등 8문, 각종 소총 58정 등이었다.
이는 북한군 6사단의 정찰대(수색중대)를 거의 전멸시킨 거나 다름이 없었던 것으로, 이 같은 공전의 큰 전과는 6·25전쟁이 발발한 이래 최초의 큰 전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해병들이 노획한 미군 트럭(북한군이 진주에서 미군으로부터 노획한 것) 속에는 해병들이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미군들의 ‘C-레이션’이 상당량 적재되어 있었는데 해병들은 그 깡통 식량을 가지고 파티를 열기까지 했다.

□ 지게꾼으로 변장해 빼앗긴 중기 되찾다
고사리에서 많은 전과를 거두었던 해병대는 적의 기습 공격을 받고 서북산으로 향했다.
서북산에서 고달프고 처량한 하룻밤을 세운 뒤 고된 도보 행군과 요소요소에서 조우한 적과의 교전 끝에 함안에 도착했다.
함안에 집결 완료한 김성은부대는 미 육군 25사단에 배속되어 진동리지구로 출동하기 위해 일단 마산으로 향했다.
이때 1중대는 전방 고지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당했을 때 맨 선두 차에 타고 있던 병력은 모두 탈출할 수 있었으나 차 안에 중기관총 1문을 두고 온 일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중기를 찾아와야 한다는 중대장의 엄명이 내려지자 기관포소대의 이용순 하사는 남루한 지게꾼으로 가장해 극적으로 그 중기를 지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 하사는 어설픈 듯하면서도 극히 자연스런 행동으로 그 차량에 접근, 마치 이상한 물건을 보기라도 한 듯 한참 동안 만지작거려 보다가 슬며시 그 위에 풀을 덮은 다음 지게 위에 얹어 지고 왔던 것이다.
그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을 적병들이 그에게 사격을 가하지 않았던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는 일이나, 대원들은 필시 그의 훌륭한 연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 전대미문의 일 계급 특진 명령
이 무렵 진동리는 미 육군 27연대가 진동리-마산 간의 보급로 확보를 위해 연일 고전을 치르고 있었다.
특히 적 병력이 야반산을 공격 점령함으로써 병참선이 위협을 받게 되자, 김성은부대 7중대는 공격 명령 임무를 수행한 끝에 야반산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7일 아침 김성은부대 전 장병에게 일 계급 특진(8월 5일부) 명령이 내려졌다.
전문에 의해 내려진 장병 전원에 대한 이 같은 특진명령은 일찍이 건군 이래 그 유례가 없는 일이었으므로 장병들의 기쁨이란 그야말로 감격적인 것이었다.
특진의 영예를 누리게 된 김성은부대는 미 육군 24사단에 배속 명령을 받게 되었는데, 명령을 받은 아군의 진해통제부로부터 150여 명의 병력을 보충 받은 연후 다시 진동리로 출동했다.
여기서 서남 지구 전투사의 민기식 부대 및 경찰 부대 등과 함께 이른바 ‘킨 특수 부대의 중차대한 전투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해병대는 연일 출몰하는 적병들과 격전을 치렀다.
특히 8월 9일 김성은부대는 미군들이 점령한 254고지에서 배치되어 우군 부대의 550고지 공격을 지원하는 등 진동리 지구의 방어전투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충실히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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