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월이 지난 후 추동헌 대령 표지 등장하다
금년 1월 해병대창설동지회가 서울 국제호텔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우태영 동지가 회장을 맡았으나 고령(94)으로 더 이상 맡지 못하겠다고 하자, 96세 최 연장자인 정광호(제8대 해병대사령관, 예·대장) 초대회장이 “그러면 추 대령이 맡아!”고 명하자, 금년 88세인 추 대령은 공손히 일어나서 “예, 사령관님께서 명하시면 따르겠습니다”고 해병대창설동지회장직을 수락한다.
그것이 곧 해병대의 기본 정신임을 알았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며 그때 추동헌 대령을 무적해병신문 표지인물로 점찍어 놓았었다.
무적해병신문 표지인물은 아무나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첫째, 해병대를 빛낸 사람일 것, 둘째, 해병대전우들이 본받을 삶을 산 교훈적인 사람일 것, 셋째, 금전과 권력에 유혹받지 않는 객관적 판단이 서는 사람일 것을 고수해왔다.
그래서 본지는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최고의 신문으로 자리 잡았고 표지에 등장할 아직도 많은 인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표지인물로 점찍은 지 8개월 후 통영상륙작전과 진동리지구전투 기념을 맞아 해병대창설동지회장 추동헌 대령을 표지인물로 선정하여 해병대의 역사를 재조명해본다.

■ 추동헌, 학도병에서 해병대창설동지가 되기까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법학과 다니던 20살 청년 추동헌은 6·25전쟁을 맞아 학도병으로 들어갔다.
6·25 북한남침이 있자 부산 시내 거리에는 확성기가 울려 퍼졌다.
“젊은이들이여, 적과 싸우자! 조국을 구하자!”며 한 사람이라도 더 전선에 투입시킬 병력을 모으기에 바빴다.
동아대학생들도 “우리도 나서자! 가자!”고 하며 학도병으로 지원하여 전선으로 이동할 때 추동헌도 합세했다.
그들에게는 군번도 계급도 없고, 육군인지 해군인지 군별도 없이 오직 적이 있는 곳에 투입된 것이다.
“훈련은 어디서 받으셨습니까?”고 질문하자 “훈련받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저 총 몇 발 쏘며 총기 다루는 법만 가르치고는 곧장 서부전선으로 투입됐습니다.”고 답했다.
전선에 투입되자 건장한 추동헌에게 삼등병조 계급을 주며 선임하사를 시켰다.
나중에 보니 자신이 해군 소속임을 알았고 해병대가 창설되어 제주도로 이동할 때 해병대창설요원이 되어 함께 이동했다.
제주도에 가서 제주도 학생들로 모집된 해병3·4기생들 교육을 담당했었다.
당시 정광호, 강복구, 이서근 등 현존하는 해병대 창설동지들이 함께 했었다.
그러다가 통영상륙작전과 인천상륙작전에 선임하사로 참전했었다.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곤 다시 서울 수복각전에 참가하여 서울로 향하여 진출하기 시작했다.
최일선 소대 추동헌 선임하사는 서울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연희고지전투에서 소대장(성명미상·해간 1기)이 전사하는 바람에 소대장 역할을 대신해가며 최일선 소대를 지휘했다.
임시소대장 추동헌은 명령의 의해 연대 뒷산을 넘어 경무대 뒷문 쪽으로 야간에 이동, 잠복했다가 이튿날 새벽 일제히 공격을 개시해서 급기야 경무대 안쪽의 깃봉에 태극기를 계양하는 전과를 세웠다(역사에서는 이 사실이 누락된 채 경무대 정문으로 진입한 해병대가 정문에 태극기 계양한 것만 기술되었다고 증언함).
당시 지휘관 추동헌 선임하사의 증언을 참조해 보면 해병대가 중앙청, 경무대정문, 경무대 안쪽 모두에 태극기 꽂은 선봉대임을 알 수 있었다.
추동헌 선임하사는 이번에는 평양탈환 최선봉부대로 원산을 거쳐 진격해 나갔다.
얼마나 빠른 속도였는지 미처 보급품이 조달되지 못해 비행기에서 투하시킨 보급품을 찾느라 하루 종일 헤맬 때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모두 ‘뒤로 전진(후퇴)’하여 다시 원산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육로를 통해 내려오면서 계속 전투에 참가했다.

■ 선임하사가 장교가 되기까지
1952년 전쟁이 지속되는 중에 추동헌은 기왕 전쟁에서 죽을 바에야 지휘관이 되어 자신의 전투 역량을 펴보겠다는 야심에서 해병대사관(이하 ‘해간’으로 표함) 8기생으로 입교했다.
입교 후 교육을 받을 때 제주도에서 같이 교육시키던 강복구, 이서근 등이 무시무시한 교관으로 있는 것이다.
해병대창설동지이지만 당시엔 피교육생과 교관사이로 사적인 통로는 모두 닫아버리고 오직 강한 지휘관으로 태어나기 위한 교육에 전념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군기고 강군 육성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해병대소위로 재탄생한 추동헌은 작전통으로 유명한 장교가 됐다.
그 이유는 ‘해병대 전체에서 작전 제1인자’로 알아주는 이서근 중대장 밑에서 전쟁 당시에 작전을 배웠기 때문에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별명을 받게 된 것이다.
소대장, 중대장을 거쳐 사령부 정보과장으로 있다가 나중에 국회 연락관으로 주재하게 되었다.
당시 김성은 국방부장관은 추동헌 중령을 퉁영상륙작전 때부터 알아본 지휘관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이 하사관이 아니고 국회 연락관으로 정치인들과 대화수준이 잘 통하는 것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동아대 법대 출신으로 고시공부를 했던 사람이었으니 사법 계통과 정치인들과의 직간접 교류가 강할 수밖에 없는 사람임이었던 것이다.

■ “더 원대한 포부를 가져라” 김성은 국방부장관의 권유
김성은 장관은 “자네 공부를 더해서 고시에 패스하게나”고 학문을 더할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해서 동국대학교 야간 법과대학원을 다니고 거기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대학원장은 추동헌 중령 박사에게 야간 강의를 맡겨서 교수의 길로 유도하였다.
그리고 전역하면 정식으로 교수로 와줄 것을 요청하고 교수 자리 하나를 비워놓겠다고 했다.
이 사실을 김성은 장관에게 보고했더니 “거기서 공부하고 교수하고 말 것인가? 더 원대한 포부를 가져라”고 말하면서 미국 유학을 갈 것을 권유했다.
김 장관의 권유로 미국 유학 코스를 준비하다가 월남전 대대장으로 명령이 났다.
기왕이면 대령까지 끝내고 미국에 가자고 마음먹고 청룡부대 제3대대장으로 나갔다.
제3대대 본부에서 대대장이 하는 일은 ‘예하 중대방석과 각 작전지역에서 부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가? 항상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가?’ 등으로, 6·25전쟁 경험을 통하여 작전을 익힌 그 개념에 따라 단 한 명의 부하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신념에 차있었다.
추동헌 대대장은 24시간 헬기를 대대본부에 대기시켜놓았다.
그리곤 수시로 공중에서 중대 소대 배치 현황과 일선 시찰을 했다.
어느 날 헬기가 하늘에서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모래바닥에 추락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척주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고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 “국가가 나를 살려주지 않는다. 자력으로 살자” 해병대작전계획 펼친 삶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더 큰 야망을 펼치려는 꿈을 품고 제2의 인생을 향하려 했던 추동헌 예비역 대령은 조용히 옷을 벗고 새로운 인생을 수정·설계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죽을 때까지 노후를 스스로 마련해야겠다. 국가가 나를 먹여 살려줄 수 없다”는 결심이 그를 주택건설업의 길로 눈을 뜨게 했다.
군대에서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지형을 정확히 보는 작전개념을 알고 있는 그는 살고 있는 동네 동교동을 봤다.
당시 동교동은 논과 밭이었는데 그곳에 부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았다.
예비역 추동헌 해병대 대령은 곧 유명한 목수 세 명과 유명 부동산 업자를 규합하여 집을 잘 짓고 잘 팔 수 있는 작전계획을 짰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모두 다 하려고 욕심을 낼 때 추 대령은 예하 각 부대가 연합하여 적을 공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작전개념을 도입하여 사업을 펴나갔다.
그것이 적중하여 최고로 잘 지은 주택을 최고 값에 팔았다.
그렇게 해서 하나씩 지어 판 것이 10여 채나 된단다.
지금도 동교동에서는 ‘추 대령집’이라고 이름 지어졌고 잘 지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그 추 대령은 지금 동교동에 빌딩을 갖고 임대료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중이다.

■ 고엽제전우고 해병대창설동지회장 추동헌, 전쟁의 상처들
“나는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 이렇게 신체가 망해져 있는데 훈장만 바라보며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고 그동안 10여 개의 훈장을 받았지만 그 어떤 것도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고 했다.
월남전에서 얻은 고엽제후유증(6급2항)으로 다리에 내리는 통증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고 했다.
보훈병원 통증전문의에게 찾아가 호소하고 “잘 봐 달라”고 사정했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주는 약으로 진통이 되고는 다시 통증으로 고생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지팡이를 짚고 살겠다. 수술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여 지팡이로 의지하는 인생이 됐다.
그리고 해병대정신으로 고도의 운동을 하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고 했다.
김성은 장관이 돌아가셨을 때 국립현충원에 찾아가 하루 종일 울었다며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고 지휘관인 김성은 장관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말하는 노병의 눈가에 스치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해병대는 영원하다. 해병대는 피보다 진하다.
그렇기에 30년이 모자라는 백년이 지난 지금에고 기억이 가물가물해 있을지언정 옛 상관과 선배를 부모님을 잊지 못하듯 꼭 같이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임을 자랑스러워하자.

● 해병대설치령 대통령령 제88호(1949.5. 5) 의거 

○ 해병대창설동지 명단

사령관 중령 신현준(申鉉俊)
참모장 중령 김성은(金聖恩)
작전참모 소령 김동하(金東河), 법무관 소령 강대성(姜大聲)
1중대장 대위 고길훈(高吉勳), 2중대장 대위 김재주(金載珠), 의무관 대위 이호준(李浩濬)
인사부관 소위 민용식(閔容植), 헌병대장 소위 정광호(鄭光鎬), 통신관 소위 이판개(李判凱), 보급관 소위 홍정표(洪正杓), 선임장교 소위 안창관(安昌寬), 선임장교 소위 정종철(鄭重鐵), 근무대장 소위 고상하(高相河)

■ 소대장
강복구(姜福求), 김성대(金聲大), 박동열(朴東烈), 이기덕(李基德), 이상규(李相奎), 조광호(曺光鎬), 진두태(陣斗台)

■ 분대장
김상연(金翔然), 김동윤(金東允), 김대열(金大烈), 김성은(金聖殷), 김재혁(金在赫), 김창원(金昶元), 류동춘(柳東春), 박병호(朴炳鎬), 박영복(朴榮福), 이기복(李基福), 이경석(李敬石), 이명남(李明南), 이일룡(李一龍), 이우섭(李禹燮), 염태복(廉泰復), 최상엽(崔相燁), 최일대(崔一大), 최창선(崔昌善),

■ 기타 참모부서 및 행정 요원들
강동구(姜東九), 강만규(姜萬奎), 고필주(高弼柱), 김복출(金福出), 김봉욱(金奉旭), 김상기(金相基), 김상현(金相賢), 김성환(金聖煥), 김세환(金世換), 김수근(金洙根), 김용환(金容煥), 김원배(金源培), 김익태(金益泰), 김재남(金在南), 김정봉(金貞鳳), 김태준(金泰俊), 김학열(金學烈), 김혁두(金赫斗), 두홍석(杜洪錫), 류성오(柳成午), 문창구(文昌九), 박경열(朴慶烈), 박대문(朴大文), 서병도(徐丙濤), 서상국(徐相國), 송경포(宋慶抱), 송성두(宋成枓), 신형(申泂), 신양수(申良秀), 안희철(安熙哲), 우태영(禹泰泳), 육성환(陸聖煥), 윤철기(尹鐵基), 이덕삼(李德三), 이도작(李道炸), 이동호(李東湖), 이서근(李西根), 이석봉(李石奉), 이영옥(李榮玉), 이영호(李永虎), 이원동(李元桐), 이차수(李次秀), 장봉섭(張奉燮), 장지신(張志信), 조금조(曺今祚), 조용성(趙傭聲), 차준국(車俊國), 추동헌(秋東憲), 한택수(韓澤洙), 홍종문(洪鍾文)

추동헌 해병대창설동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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