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해병신문

박영규회장

- 오윤진 장군님이 명명한 ‘해병, 그대 청룡의 기백으로(이하 ‘해청기’로 표기)’ 박영규 회장님을 뵈어 반갑습니다. 우선 해청기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월남참전 청룡전우들의 전쟁수기를 모아 ‘아! 청룡이여’ 책자를 ○○○○년에 발행했었습니다.
이 책은 글 쓴 사람들과 그 외 전우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돈으로 출판하여 요로에 무료로 보급했습니다.
기왕이면 해병대 현역들에게 월남전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생각에서 100권을 들고 회원 부부 동반하여 제2사단장을 찾아갔습니다.
사단장께서 포병대대에서 체험을 하시라며 포병대대장에게 명했습니다.
김세창 전 회장님은 짜빈동전투의 포병영웅으로 기록된 분이어서 포병대원들의 환영이 대단했었습니다.
우리들은 자주포대에 탑승하여 연병장을 한 바퀴 도는 감격적 체험을 했습니다.
내친김에 1사단도 가자고 하여 책 100권을 포항사단에 기증하고 LVT대대에서 직접 수륙양용장갑차를 타고 영일만에 떠서 해병대 상륙작전의 진면목을 알게 해줬습니다.
그 후 같이 갔던 아내들이 해병대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고 전폭적인 지지를 하게 됐습니다.
남자들이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사회활동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내가 허락하고 지원해주니까 힘이 나서 모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그 후 해청기는 어떤 발전을 했습니까?

해청기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회원수가 963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처음에는 월남참전 전우들만 회원이었는데 점차 후배님들이 참여하면서 회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큰 단체가 되었습니다.
해청기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되어 점점 모임이 재미있어지는 겁니다.
저희들은 아내들이 협조해주는데 힘입어 회원들을 만나면 밥도 사고 회비와 찬조금을 내는데도 아내 눈치를 안 보게 된 겁니다.
서울에서 100여 명, 경기 수도권에서 150여 명 정도가 매월 만나는 등 활성화된 단체입니다.
또 매월 셋째일요일은 등산을 갑니다. 이 등산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 회장직은 언제 맡았습니까?

3년 전에 김세창 전임 회장께서 부인을 간병하느라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면서 나를 등 떠밀다시피 해서 맡았습니다.
저 역시 사업에 바쁘다보니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2년을 마치고 작년에 회장직 사임을 하려 했는데 이번에는 후배님들이 “선배님 가만히만 계십시오. 저희가 다 알아서 도와드리겠습니다”고 다시 등을 떠미는 겁니다.
그래서 3년차 회장직을 맡고 있는 중입니다.

- 월남 전적지를 많이 다니셨겠습니다.

제가 경남 합천에 살고 있었을 때 ‘후청룡’ 이름으로 구봉갑(병 414) 후배님이 월남참전자 선배들의 체험담을 녹취하러 다니다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인터뷰도 접하고 해청기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 후 월남참전자들 15명과 다녀왔고 저는 이원기(병 154), 구봉갑(병 414) 전우와 여섯 번을 다녀오면서 청룡전적지를 빠짐없이 방문했습니다.

- 그곳 청룡부대 전적지 상황을 소개해주십시오.

월남 청룡부대 전승의 역사가 모두 뒤집혀 있습니다.
짜빈동 전승지에 가보면 한국 해병대 419명이 전사한 대승을 거둔 곳이라고 표기되었습니다.
당시 11중대 병력 모두 통틀어 250명이 안되는데 419명이 희생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거기다 당시 짜빈동 영웅들이 눈뜨고 생존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요즘 대한민국 역사의 왜곡이 상당히 황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곳의 청룡부대의 흔적은 모두 지워져 있습니다. 여단본부 앞 해병대 앵커를 붙인 기단석이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흔적입니다.
그 기단석을 국내에 들여와서 사령부에 기증하려고 했지만 현역들의 적극적이 못한 역사인식 때문에 좌절됐습니다.
한편 생각해보면 월남과 외교문제 등 예민한 부분이 있겠다는 동정심이 갑니다.

○ 일생을 끈질기게 도전한 ‘해병대 사나이’

■ 나는 해병대로 가야겠다
박영규 회장은 인천(김포) 검단검문소가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 1965년 11월 1일 해병 171기로 입대했다.
초등학생 때 해병대 아저씨들이 쓰던 팔각모를 즐겨 쓰고 다녔던 소년이었다.
그때 이미 해병혼이 어린 박영규에게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팔각모를 쓰고 다니면 해병대 아저씨들이 “꼬마 놈이 무슨 팔각모냐”며 귀퉁배기를 줘박히기도 하는 등 귀여움을 받았었다.
군대 갈 나이가 되자 육군 징집영장이 나왔다.
‘나는 해병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박영규는 해병대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으나 불합격의 쓴잔을 마시고 다시 도전해서 두 번 만에 해병 171기로 입대한 것이다.
신병교육이 끝나고 김포지구 하성리 부대로 떨어져서 임진강 초소에서 야간근무를 밥 먹듯 하는가 싶더니 두 달 만에 부대 교대로 포항으로 가게 됐다.
포항으로 가서 육군공병학교로 명령을 받아 12주간을 교육받고 포항사단 내에 모든 도로를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할 때에 골재생산기계 오퍼레이터를 맡아 골재생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다가 제대 만기가 되니까 자신의 의향도 묻지 않고 무조건 문관 명령을 내려서 4개월간 붙잡혀 더 근무했다.
근무 도중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예비군소집 등 제대 명령이 순연되기 시작했고 문관이었던 박영규는 현역으로 돌아갈 것을 자원해서 동해안 후포리에서 경계병으로 다시 군 복무를 연장했다.
그때는 계급과 병장 월급 등이 없는 군적이 전무한 상태였다.
만약 그때 공비와 부딪혀 전사했으면 이름도 안남을 것이다.
그만큼 옛날에는 이해하지 못 할 일이 많았을 때였다.
또 한 가지 이해 못 할 일은, 박영규 제대 명령이 하달 안 되는 것이었다.
조회를 해보니까 자신이 월남 청룡부대원으로 되어 월남에 있는 것으로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연대 전체가 월남으로 갔기 때문에 자신의 명단도 도매금으로 가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용규는 월남참전자가 아니면서 월남참전자로 당시의 기록이 남아있지만 양심상 월참자로 혜택을 사양하고 있는 중이다.

■ 코리안은 사람이 아닌 곳에서…
제대 후 한보그룹 전신 초석건설에 입사해 12년간 근무했다.
1975년 요르단 중동건설 현장으로 나갔다.
성경에 나오는 갈릴리호수는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요르단 4개국이 접안하는 호수다.
거기서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물이 요단강으로 흘러가면 요르단에서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600km라는 장거리 수로를 건설하는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중동지역에서 한국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코리안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태권도 30분을 하고 조회 20분 동안 그날의 할 일을 재점검하고 신속한 식사를 마치면 도시락을 각자 싸서 25km거리를 달려가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온도계는 그곳에서는 녹아내려 작동이 안 될 정도로 뜨거운 햇볕에서 숨을 못 쉴 정도 였습니다. 현지인들의 눈에는 그렇게 근면한 코리안들이 사람처럼 보이질 않았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국제시장 인생들이고 대한민국 경제 건설의 초석들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사막의 모래위에서 외화를 벌어 조국 경제건설에 초석 역할을 했던 박영규는 귀국하여 중장비를 구입해 건설 현장을 뛰었다.
옛날 건설 회사들은 거의가 부도를 내거나 당해서 망했고 노무자들은 노동대가를 못 받는 일이 수두룩했던 때였다.
왜냐하면 약속어음에 당좌수표발행, 임금지불 지연 등으로 모래 위에 지은 성 같은 취약한 구조의 대명사가 건설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계에 뛰어들어 하청사업을 하는 박영규 사장은 부도를 세 번이나 맞아 도산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였다.

■ 아내의 내조 있었기에…
박영규 사장은 경남 합천, 충북 충주, 전만 고흥, 인천 등에서 어떤 때는 살집이 없어서 처형 댁 방 한 칸에서 살기도 하는 등 모진 고난을 겪어야 했다.
그런 중에 두 번의 화재를 당했다. 한번은 살던 집이 몽땅 재로 변해버렸고, 또 한 번은 대출 빚으로 구입한 장비가 불에 타버리는 등 남들은 일생에 한번 당하기도 힘든 일을 여러 차례 당하는 고초를 겪은 사람이다.
박영규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서 “내가 해병대가 아니었으면 아마 죽었을 겁니다. 해병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그 정신이 나를 살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내(김해자)가 너무 감사한 사람입니다”고 말하며 해병대 예찬론과 아내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남편을 믿고 따라와준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에 저는 더 큰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고 말하는 박 회장의 오늘은 일생을 끈질기게 도전하여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해병대가 자신을 지탱해준 것이 감사해서 해청기 회장을 맡는 동안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하는 등 해청기 조직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에서 해병대(병장) 근무할 당시 오천읍 동네 아주머니가 중매를 서줘서 만난 착한 시골여성과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 둘(장남 병철 47세, 차남 병주 44세)과 손녀를 둔 다복한 가장이고 아버지고 할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