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해병신문

지난 6월 2일 해병대전략연구소에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재미동포 한나 김(Hannah Kim)이 공정식 6대 해병대 사령관과 이근식 예·대령, 오산근 소년전차병 1기를 찾아왔다.

그녀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찾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당시의 이야기와 자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 후세에 남기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난 1월부터 세계 24개국의 여정을 마치고 4개월 만에 서울에 막 도착했다.

이날도 공정식 사령관과 이근식 대령과 오상근 소년 전차병 1기에게 큰절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전쟁 당시 생생한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작년 까지만 해도 한국전 참전 용사인 찰스 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뉴욕주)의 수석보좌관이었다.

지난해 12월 랭글 의원이 정계를 은퇴하자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90일 동안 참전용사 방문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도 많이 했지만 ‘코리아’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반도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전투에 임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여러 나라가 나섰어요. 우리가 할 일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결이 그것입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참전용사들의 염원과 목소리를 담아 후세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아직 자유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평화통일에 더욱더 노력을 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우리 부모님 세대는 나라를 발전시켰죠. 지금 한국이 잘사는 것도 그분들의 희생이 때문이에요. 우리 세대가 할 일은 점점 잊혀가는 한국 전쟁의 기록을 찾아 전 세계 참전용사들을 만나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 하고 소장 자료와 당시 이야기를 모아 후세에 남기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캐나다를 출발해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북한까지 24개 국가를 방문했고, 그녀의 가슴속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참전용사들을 만날 때 마다 그분들 곁에는 항상 태극기가 있었고 전쟁을 잊지 않고 있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간호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02세 할머니를 만났는데,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셨고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6살 때 미국 LA로 이주했다.

유관순이나 잔다르크처럼 멋진 여성으로 남고 싶었고 언젠가 조국을 위해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2006년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날’부터 정하고 싶었다.

6·25 전쟁이 역사에 묻혀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휴전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리멤버(Remember) 7.27’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모국에 대한 애정과 아직도 살아 있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일, 그리고 전쟁을 통해 맺어진 한국과 미국의 혈맹관계를 복원하는데 뜻을 두었다.

6·25 전쟁은 남한 쪽에서만 민간인까지 150여만 명을 희생시켰고 UN 참전국을 제외한 미국 군인만 6만3천여 명이 전사 또는 실종, 10만 3천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1950년에 전쟁이 일어나고 1953년 7월 27일에 전쟁이 종결되지 않고 휴전협정을 한 것인데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과거사를 까맣게 잊어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 6·25 정전협정일을 미국기념일로 만들다

2009년 7월 27일 미국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백악관과 의사당 등 주요 관공서에 성조기가 일제히 조기(弔旗) 게양됐고, 한미 합동 공동기념식이 열렸다.

이번 조기게양은 민주당 소속 찰스 랭글 의원을 비롯한 61명의 하원의원 의해 발의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이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당시)이 조기 게양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포고문을 통해 “미국인들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하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이 고귀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고 있다”며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 6·25 전쟁 휴전에 관심이 있는 단체와 조직, 개인들이 성조기를 조기로 달 것을 요청했다.

미국에서 조기를 달아 기념하는 날은 그동안 현충일이 유일했는데 이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6·25전쟁이 미국 땅에서 ‘6·25 정전 기념일’로 영원히 기리는 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데 숨은 주인공이 한나 김이다.

그녀는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열심히 활동했고, 백악관 관계자들, 하원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관련 법안의 지지를 요청했다.

“의원들의 메일과 팩스를 최대한 활용 했고 회원들과 함께 하루에 1만여 통의 메일을 보낸 적도 있어요”

“남북한의 통일을 말하기 전에, 자유를 지키려고 희생했던 이들을 먼저 기억해 줘야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56년 뒤에 미국에서 늦게나마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인정하는 조치들이 추가로 발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 세계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을 담은 사진전을 5일 국회 의원회과에서 열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도 “참전용사에게 한민족의 감사를 전하고, 한민족에게는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해 전쟁의 비극을 평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