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해병 192기 전국동기회 창립식이 서울 용산구 소재 호텔캐피탈에서 열렸다.
이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김성욱, 남조석 등 동기들이 그동안 소식을 몰랐던 동기생들을 수소문하여 연락을 한 결과 70여 명이 연결됐고 그중 30명가량이 집합, 동기회 창립식을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성욱 동기(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는,
“1967년 7월 31일 진해 경화역에 내려 신병훈련소에서 8주간 훈련받은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해병 192기 동기들은 각처에서 간헐적인 만남들을 해왔으나 전국동기회로 발족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여서 창립식이라 칭한 것이다. 해병 192기는 최초 700여 명이 입소하고 2~3일 후에 다시 700여 명이 입소하여 모두 1,407명이 4개 중대(6·7·8·9)로 편성되어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서두를 시작해 참석한 동기생들을 50년 전 타임머신으로 돌아가게 해 70노병들을 감회에 젖게 했다.
그는 “신병교육대 사진을 보면 ‘67기 08차(67년 입대, 8월 7일 입대선서)’로 표시되어 남들이 67기로 오인할 때가 많다”며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동기회는 각자 자기소개를 끝내고, 정관을 심의하여 통과시킨 뒤 회장 김성욱, 부회장(차기회장) 김명회, 총무 남조석 동기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나가자 해병대가’ 제창으로 회의가 끝난 후 식사 시간이 되자 5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동기생들은 가슴에 단 이름을 불러가며 50년 인생담을 나눴다.
해병대 동기생 이름으로 만났기에 50년 만에 만난 것이 감격스러웠고, 서먹함이 없이 곧장 말을 트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이날 김성욱 초대회장은 식사와 선물 등 일체를 협찬했다.

해병 192기 전국동기회 창립식이 지난 5일 열렸다.

□ 동기회 자기소개 이모저모

▲ 권정호
동기들을 만나니 기쁨이 벅차오른다.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남은 생애 동기들과 교류하며 함께 노후를 즐기고 싶다.

▲ 김광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전기와 자동차가 없는 시골 산중에서 해병대에 간 것이 영광이다. 지금은 한국전쟁희생자 전국회장을 맡고 있다. 이제 192기 동기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 김남국
훈련소에서 기상나팔과 취침나팔을 분 사람이 나였다. 기상나팔 불면 얼마나 일어나기 힘들었겠는가? 미안했다. 나는 KBS에 있다가 나와서 지금 삼척에서 악기판매를 하고 있다.

▲ 김만성
이 자리에 서게 되어 가슴이 뛸 정도로 감회가 깊다. 월남에서 받은 급여로 당시 17평 땅을 산 것이 종자가 되어 지금까지 남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

▲ 김명회
쌍용그룹 30년 재직 후 지금은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있다. 여러분들이 세상을 뜨면 내가 거둬주겠다. 우리 죽는 그 날까지 뜨거운 전우애로 살아가자!

▲ 남조석
살아줘서 고맙다. 오늘을 있게 해준 김성욱 동기가 자랑스럽다. 어떤 동기는 죽지만 않으면 동기회에 나갈 수 있다고 말해 눈물이 울컥했다. 오늘의 식사와 모든 경비도 김성욱 동기가 부담했다. 감사의 박수를 보내자.

▲ 박광원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어색하고 쑥스럽다. 그래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기들이라 끈끈함이 느껴진다. 오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 배기호
몇몇 동기들이 오늘이 수요일이어서 시간이 안 맞아 참석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 다음번엔 다 같이 모여 회포를 풀었으면 좋겠다.

▲ 선호명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항공회사에 17년 근무했다. 해병대 기질로 일했다. 할 말이 너무 많다. 이 자리를 통해 그간 살아온 얘기를 찐하게 나누고 싶다.

▲ 이남웅 (목사)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짧다. 여러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동기가 되겠다. 모든 행사 순서가 끝나면 대표로 식사기도를 하겠다.

▲ 이삼문
50년 만에 만나니 감회가 깊다. 너무 감회가 깊은 나머지 뭐라고 말이 안 나온다. 동기들 모두 너무 보고 싶었다.

▲ 이효천
너무 오랜만이라 무슨 말부터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반세기만에 모일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감개무량하다. 다시 만나니 좋지 아니한가? 동기들아 반갑다.

▲ 임선재
시골에서 쌀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동기들이 놀러 오면 언제든 대환영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모임을 갖고 만났으면 좋겠다.

▲ 전영치
진해에서 태어나 지금도 진해에 살고 있는데 일부러 시간 내서 올라왔다. 진해에 동기생 7~8명 중 현재 4명만 생존해 있다. 살아있으니 이렇게 다시 만나는 날도 있는 것 같다. 모쪼록 다들 건강하길 바란다.

▲ 최준태
20대 청년들이 70대 반백의 노신사가 되어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26소대에서 함께 훈련받던 김성욱 정말 반갑고 고맙다

▲ 최화백
요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면서 자전거를 타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첫째도 둘째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모두들 몸 성히 잘 지내자꾸나!

▲ 홍정환
50년 만에 동기를 처음 만나는 자리를 주선한 김성욱, 남조석 동기에게 감사하다. 박수를 보내자! 다들 전국 각지에서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오늘의 창립식을 시작으로 정기적인 모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 신임회장 인사말 |

○ 나를 살게 한 힘의 원동력, 해병대정신

■ 가족을 위해 떠난 월남
나를 소개할 때는 “좋은 DNA를 물려주신 아버지 감사합니다”고 떠나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오늘 역시 나를 낳아준 아버지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아버지는 이북에서 3형제를 데리고 월남하셨다.
나의 형님과 아우가 모두 해병대다. 형님은 월남전참전 중 부상을 당해 고생하다가 고인이 되셨고 아우는 사고로 세상을 떴다.
내가 해병대에 가게 된 동기는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합격했지만 동생까지 대학에 보낼 가정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해병대에 지원해 월남이나 가자. 거기서 죽지 않고 살아온다면 그때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병무청 앞에 해병대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기에 모집동원관에게 나의 사정을 말했더니 합격하여 4개월이면 월남에 갈수 있을 것이고, 1년(파월기간)간 죽지 않는다면 대학 4년간 학비는 거기서 받는 월급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해병 192기가 되었고 1967년 8월 7일 입대선서하고 4개월 만에 월남으로 파병됐다. 나는 동기생 중에서 제일 먼저 월남에 갔고 이병 계급으로 월남 땅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 누구든지 건드리면 폭파하겠다
제대 후 공직에 있다가 독일 광부로 나갔다. 거기서 갱도에 들어가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텃밭 농사를 지어가며 돈을 벌었다.
‘내가 독일에 온 목적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다’고 생각하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하루에 3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훈련을 받을 때나 월남에서 작전할 때의 고통도 이겨냈는데 이것쯤이야···’고 모든 것을 이겨냈다.
월남전에서 그 무더위 속 우기에 판초를 뒤집어쓰고 작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
그 고통을 해병대정신으로 묵묵히 이겨냈기에 해병대는 나의 분신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겨내기 위한 정신을 불어넣어준 해병대에 감사한다.
고엽제를 알고 나서 91년부터 고엽제 활동을 시작했다. 호주에서 최영환 목사가 고엽제 자료를 가져와서 국방부에 제출했지만 당시 국가가 뒤숭숭할 때라 “참전 군인들까지 그러면 되는가?” 라며 묵살하고 심지어는 협박까지 했다.
나는 ‘신사적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자 “우리 권리를 찾는데 우리 방식으로 하자”고 하여 결사대 50명이 LPG 가스통을 짊어지고 광화문 네거리에 누워 버렸다. “누구든지 건드리면 폭파하겠다” 하니까 아무도 접근 못했다.

■ 나는 해병대에 감사한다
드디어 국방부에서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이 있다고 공표하고 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듣고 철수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김영삼 후보가 고엽제에 관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해 넣겠다는 약속을 했다. 작고한 김덕룡 의원이 법안을 만들었다.
김영삼 후보는 선거공약을 만들어 봉함엽서로 1,200명의 고엽제전우들에게 발송했었다. 나는 그것을 지금도 내 책상 유리판 밑에 잘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26년 세월을 고엽제와 씨름하며 살았다.
가는 곳마다 해병대 동기회가 있는데 우리 동기회가 없다는 것이 마음 불편했다. 오늘 반세기만에 모인 동기들이 지금 훈련소 자리가 없어져서 가지는 못하지만 사령부에라도 가서 함께 해병대의 기쁨을 누리자.
인생의 황금기는 65~75세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금기는 70~75세라고 한다. 늙었다고 생각 말고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자.
지금 딸 셋이 있는데 큰 딸은 미국에 있고 나머지 두 딸은 서울에 살고 있다. 남들은 아들이 있어야 한다지만 딸들이 잘해줘서 아들 부럽지 않다.
이렇게 한 가정의 아버지고 가장으로 지금까지 꿋꿋하게 살아오게 한 그 힘의 원동력이 해병대정신이었다. 나는 해병대에 감사한다.

김성욱 신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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