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출신으로 홀로 남하해 안남면에 둥지를 튼 문채신(89) 옹이 오는 12일 생신을 맞아 해병대전우회원들에게 생일상을 받게 돼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타향살이 67년, 아흔을 앞둔 고령의 나이임에도 강인한 해병정신을 좌우명 삼아 해병전우회 행사 참여는 물론 후배들의 안부를 꼬박꼬박 묻는 열의를 보여 온 문 옹은 해병대전우회옥천군지회 후배들에게는 실제적인 모범을 보이는 선배로써 귀감이 되고 있다.  

그동안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아온 문옹은 후배들이 정성을 다해 차려주는 이번 생일상을 받게 된 모든 것이 “꿈만 같고 감사하기만 하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그간 고령의 나이지만 예전 해병전우회의 정신을 토대로 공식적 활동을 이어온 문옹은 남다른 인생 이력을 펼쳐보인다.  

문옹은 황해도 서흥군 출신으로 6.25 전쟁 발생 이후 1951년 1·4 후퇴 때 23살의 나이로 아내와 어린 처남과 함께 남하했다.  

당시 문옹의 부모는 북한에서 지주였다. 당시 북한은 토지개혁을 핑계로 지주들을 친일파로 몰아 전 재산을 몰수했다. 가족들의 안전과 생계가 곤란했지만 문옹의 부모는 나이와 고향을 이유로 피난을 거부하는 바람에 눈물을 삼키고 남하를 감행했다.  

이후 대전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국군에 지원했다. 전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들의 안전을 위협한 김일성에 대한 복수심도 한몫했다.  

그러나 피난민의 신분으로 입대는 어려웠다. 다섯 번이나 입대를 거부당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전병무청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입대를 결심했다. 

대한민국의 국민과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지만 차마 만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으며 살고 있다.  

권영건(해병대전우회옥천군지회)前회장은 “선배님은 피난민 신분으로 입대가 불가능했음에도 입영을 기피하는 현 세태에 해병대에 입대한 훌륭하신 분”이라며 “대한민국과 옥천군민들을 위해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오신 선배님이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사셨다는 하는 마음으로 생신잔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황규인(해병대전우회옥천군지회) 회장은 “전국적으로 선배님처럼 고령나이에 해병전우회 활동을 하는 분은 없다. 행사 때마다 매번 오셔서 참석하고 격려해주시는 선배님을 위해 지난 2016년 회원들과 힘을 모아 생신잔치를 준비해 왔다”며 “그러나 선배님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생일상을 크게 받고 싶지 않다고 오히려 후배들끼리 술 한 잔 하라며 돈을 건네주셨다”고 환한 웃음을 띠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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