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에 몸을 싣다
‘입영 문화, 어떻게 달라졌나?’를 취재하기 위해 포항행 KTX에 몸을 실었다. 필자는 새벽 3시 기상, 전에 취재한 기사 작성 후 13일 마감시킬 신문에 보도하기 위해 경북 포항 교육훈련단(단장 서헌원 준장)에서 주최하는 해병 1215기 입영문화제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떠났다.
8시 40분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2시간 27분만인 11시 7분에 포항역에 내렸다. 열차 안은 몇몇 귀대하는 해병들과 1215기로 입대 예정인 젊은이들이 부모 및 가족들과 같이 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통상 한 개 기수에 1,000명 입대해 5,000여 명의 가족들이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측됐다.
뒷자리에 김민승 입대자가 엄마와 같이 앉아 있었다. 말을 걸었다.
“오늘 입대하나요? 몇 번 만에 합격했나요?”
“10번 만에 합격했습니다.”
“왜 그렇게 해병대에 집착했었나요?”
“해병대가 좋아서요.” 

요즘 젊은이들은 이유가 없는가 보다. 안양에서 출발했다는 그는 대학교를 다니다 1년 전부터 전형 가산점수를 위해 매월 시험을 봤다. 내 옆자리 승객이 그 친구 아버지(김대석)였다.
아버지 고향이 파주고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 근무 중이라면서 기아차 해병대전우회원들의 활동을 통해 해병대가 친숙해졌단다.
미리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육단 사거리에 도착하니 12시 50분이었다.
자가용으로 오는 승용차와 택시들이 교육단을 향해 계속 들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포항시해병대전우회원들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법, 모두 한자리에 모아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사람이 운집하는 곳에 해병대가 항상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해병대를 좋아하고 젊은이들이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 영내에 설치된 부스, 친절한 안내와 서비스

교육단 입구에는 현역들이 나와서 안내하고 경례를 붙이며 예의를 다하고 있다.
필자가 50년 전 용산역에서 야간 군용열차에 몸을 실고 새벽에 진해 경화역에 내려 겁먹으며 들어갔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들어가니까 대구경북지구병무청과 오천해병대전우회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입영자들에게 음료 서비스와 각종 입영 정보를 홍보하고 포토존을 설치해 부모들에게 군복을 입혀서 아들과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 등 국방 의무를 다하려는 사람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여 시중을 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천해병대전우회원들은 매월 입대 후배들을 위해 많게는 10여 명이 나와 따뜻한 커피를 주는 등 5년째 봉사 중이다.
한쪽에서는 입대하는 아들을 격려하는 글쓰기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이렇게 국방의무를 다하려는 사람들에게 극상의 대우를 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들의 배포는 무엇인가?’ 괜스레 입대 기피자들이나 미필자들을 향해 혼자 중얼거리며 욕이 나왔다.
병역기피를 위해 국적을 바꿔가며 조국을 배신한 자에게 입국허가 불허를 한 것에 대한 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해병대 모집 홍보관에서 입대 안내를 하는 이종석 원사(左)와 김명진 상병

오천해병대전우회 봉사자들. (왼쪽부터) 김봉선(부 43), 암명득(부 48), 서수홍 회장(부 40), (한 사람 건너) 최옥자(회장 부인)·정복순 여성회원

■ 즉석 기념촬영 ‘추억의 포토’

박민혁 군은 아버지(박만수)와 부자지간이 교육단에 함께 왔다.

목포대 재학 중 두 번 만에 해병대 합격, 입대하는 정승우 군과 정난영(부), 선희(모), 지우(누나) 가족들

목포대 재학 중 두 번 만에 해병대 합격, 입대하는 정승우 군과 정난영(부), 선희(모), 지우(누나) 가족들

■ 해병대입영문화제 시작되다

국민의례 하는 서헌원 교육단장(中), 박의식 포항시부시장(右), 최철준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

경북도립예술단 지원 난타 공연

14시 정각이 되자 3개월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입영문화제가 시작됐다(나머지 달들은 실내 강당에서 입대식을 거행한다).
가족들과 입영자들을 마주한 가설무대를 향해 서헌원 교육단장(준장)과 박의식 포항시부시장, 최철준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이 입장했다.
서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말을 인용해서 입대자들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줬다.
이어 “7주간의 훈련을 통해 멋진 해병으로 태어나는 아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돌봐 줄 것이니 부모들은 안심하시고 아들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주길 부탁했다.
경북도립예술단에서 지원하는 행사로 가수들과 난타 공연이 힘차게 펼쳐졌다.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을 아껴 입영자들에게 번개인터뷰를 했다.

▲ 이수길 예비해병

이정민(부 341·右) 중사의 동생 이수길 입대자와 아내, 딸(이시언). 이수길 입대자는 월곳면에서 아버지 농사일을 도와주다가 두 번 만에 합격해 1215기가 됐다. 국민에 충성하고 강한 해병이 되어 국방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해병대로 입대했다고 말했다.

▲ 이익현 노병

백령도에서 손자 입대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이익현(병 14) 노병

▲ 동반입대 동창생들

(우측부터) 곽태일(대전), 김재학(군산), 권은총(대전) 동아마에스터고 동창생들. 금년 고등학교 졸업 후 현대차 설비보전팀에 입사해서 교육을 마치고 군에 입대, 제대하면 정사원으로 발령난다고 했다. 해병대가 좋아서 친구 3명이 한 번에 입대하였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해병대전우회원 3명이 불어날 것이다.

■ 해병대전우들의 교통정리 봉사활동

교육단 입구에서 교통정리 봉사활동 하는 포항시해병대전우회원들. (우측부터) 김영환(부 114) 수석부회장, 박기현(병 819)·유영국(부 286)·이종원(병 913) 기동대원, 박시택(병 341) 기동대장

■ 입대 장병 및 가족들을 위한 참여 행사

교육단은 입영자 가족 참여 이벤트관을 설치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벌이고 있다.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카드에 글을 쓰고 있는 어머니.

입영자들을 위한 가족과 친구들의 카드 메시지.

■ 해병대 선배 아버지 등장하다
입대자들과 번개팅을 하는 동안 무대에서는 아버지가 등장했다. 해병 265기라고 하는 말에 귀가 번쩍 뛰어 달려갔다.
사회자가 아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묻자 “중간에 돌아오면 죽는다. 11월 24일까지 꼼짝 말아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강하게 밀어붙인다.
부자간의 이별을 커버하기 위한 아버지의 숨은 뜻이 보인다. 그렇지만 ‘역시 해병대 아버지다’는 생각에 어깨가 올라갔다. 함께 등단한 해병 345기 이영기 아버지는 1980년 6월 30일 입대했다며 아버지가 아니고 선배로써 진심으로 후배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꼭 해병대정신을 이뤄라”며 “어떤 역경과 고난을 이겨야 한다”고 이창호 아들에게 선배로서 명령을 하달하는 순간이다.

입대하는 아들을 격려하는 해병대 선배 아버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업어주는 아들

■ 고무신 선서식
입대자와 애인이 함께 등장하며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겠다’는 이색적인 선서식을 해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입대 새내기들은 그 선서식으로 애인 지키기에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서>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고무신으로서 남자친구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우리의 평화적 연애를 위하여 노력하며, 주변 유혹의 손길에 굴하지 않고 고무신이 꽃신이 되는 그 날까지 성실히 기다릴 것을 입영 장정 및 동반가족, 친구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2016년 10월 10일 고무신 대표

고무식 선서식을 한 입대자 연인

■ “아들아 수고해, 건강해, 7주 후에 만나자” 엄마의 편지
엄마(이지현)가 해병 1215기가 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재권)에게 말하는 따뜻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랑스러운 해병 1215기 입소 장정 이재권 엄마 이지현입니다. 먼저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단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울러 우리 입소 장병 가족 분들, 그리고 우리 아들들을 7주간 선생님 같이 잘 이끌어 주실 교관님과 관계자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랑하는 아들 재권아! 엄마는 이렇게 면 해병대교육훈련단에 도착해도 피곤하지 않구나. 지금 이 시간에 아들을 생각하니 말이다. 아들아 태어나서 엄마 품에서 쌕쌕 숨을 쉬며 고사리 같은 손과 초롱초롱했던 눈동자였던 네가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 해병대를 지원하여 건강한 어른이 됨을 이 자리를 통해 신고식을 한다니 말이다. <중략>
아들! 엄마는 해병 1215기 수료식 때 늠름한 해병이 되어 있을 아들 모습이 보고 싶구나. 엄마가 미리 그 모습을 생각하니 이 세상에서 아들 재권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의 환희와 같은 느낌을 또 한 번 느낄 것 같구나. 그러니 최선을 다하여 훈련에 임해주길 바란다. <중략>
아들! 엄마도 들었는데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말이야. 적군은 물론 적군의 귀신까지 모조리 잡는 무적해병이 되어 만나자꾸나. <중략> 아들들아 수고해, 건강해. 동기들아 행복하기를 바라. 영원한 친구 같은 아들에게 엄마가 전한다. 7주 후에 만나자 아들···.

이재권 예비해병과 어머니 이지현 씨.

■ 걸 그룹, 늑대들과 함께 춤을!
앞으로 30분 이내면 스탠드에 앉아있는 신병 새내기들은 부모 형제의 손을 뿌리치고 연병장으로 뛰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내 부모를 지키고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귀신 잡는 해병이 되기 위해 “악! 악!” 극기 훈련을 이기고 해병으로 태어 날 것이다. 그들에게 입소 전에 베푸는 자유의 시간이다.
출연했던 걸 그룹과 ‘번개애인’이 되어 함께 신나게 춤을 추는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찍었다.

■ “와, 의장대다!” 참석한 가족들의 환호와 박수
이어 세계 최고의 해병대 의장대 시범이 군악대의 반주로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의 환호와 함께 ‘내 자식도 저 모습으로 변하겠지….’ 하는 기대와 기쁨의 얼굴로 부모들은 안도하는 평안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병대 의장대 시범 모습

■ 지옥의 사자, 교관들 등장하다
드디어 MBC-TV ‘진짜사나이 2’에 등장했던 ‘시베리아 호랑이’ 편현석 소대장이 단상에 올랐다.
“모두 연병장으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새내기들은 힘차게 뛰어나왔다.
각 교관들이 정렬시키는 가운데 벌써부터 기합이 바짝 들었다. 미리 연습하고 나온 사람들처럼···.
소대장은 새내기들을 집합시킨 후 부모들을 향해 “엄정한 군기와 강한 기초체력을 만들어 훌륭한 해병을 양성하는데 책임지겠다”고 다짐하며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큰소리로 말하게 명령한 다음 부모님이 있는 곳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이별식을 거행했다.
어떤 엄마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기대에 찬 모습으로 아들의 손을 놓아주는 모습들이었다. 식이 끝나니 15시였다.

“연병장 집합” 명령에 뛰어나오는 새내기 해병대원들.

MBC-TV ‘진짜사나이 2’로 유명한 ‘시베리아 호랑이’ 편현석 소대장

눈시울을 붉히며 입대장병들을 박수로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

부모님에게 큰절하는 입대장병들.

■ 신병교육훈련과정 소개
연병장 집합에 앞서 양성교육대대장이 신병교육훈련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1주차 가입소 기간이 끝나면, 2주차 정신교육·제식훈련·병과소개 및 면담, 3주차 개인화기사격·수류탄투척 훈련, 4주차 경계·전투수영·화생방·구급법 훈련, 5주차 상륙기습·KAVV탑승·공수기초·참호격투 및 격투봉 훈련, 6주차 유격기초·완전무장행군·각개전투·천자봉정복 등 극기주훈련, 7주차 수료식 및 면회·실무 배치로 끝난다고 했다.
훈련병들에게 매일 1식 3찬의 식사가 주어지며 건빵이 보급된다.
매주 일요일엔 각 종파에 따라 종교 활동이 허용되고, 병과 분류는 일주일 후인 10월 17일 실시된다. 그 안에 개인 적성검사와 정밀진단에 의해 부적격자는 10월 14일 아침에 자동 퇴소됨을 알렸다. 병과 분류의 공정성을 위해 헌병과 감찰 관계자, 신병 대표가 입회한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병과 분류를 확인시킨다.
부모들이 자식들 부대 배치를 알려고 전화하지만 답변을 거부하는 대신에 인터넷을 통해 확인을 하라는 당부를 했다. 10월 19일 개인소지품을 발송한다며 군인으로서 충분한 대우와 건강을 책임질 테니 음식과 위생품 등은 허용을 불허한다는 당부를 했다.
단, 안경과 렌즈 착용은 허락하고 휴대전화, 담배, 라이터는 절대 불허한다. 교육 중 과목 불이행자, 교육시간 미달자, 군기불량자는 규정에 의해 유급시키며 중대과실자, 장기입원자, 훈련부적격자는 규정에 의해 제대시킨다고 했다. 그렇게 엄격한 규정과 군율에 의해 7주 간의 극기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멋진 해병으로 거듭 태어나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 입소식을 보고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표어와 같이 자유분방하고 야생마와 같았던 젊은이들을 충성된 국민과 아들로 태어나게 하는 곳이 해병대교육훈련단이라는 생각에 이의가 없다.
서헌원 장군(훈련교육단장)의 인상이 아버지와 같은 자상한 모습에 부모들은 마음 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부모의 손을 떨치고 힘차게 연병장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여친’과 키스하며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그건 오산이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가 새내기들에게 국가를 맡겨도 된다는 안도감과 가슴 뿌듯함을 느낀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자랑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저들의 선배이고 영원한 해병이니까···.
해병 1215기여, 그대들은 영원한 해병들이다. 파이팅!

영원하라, 해병 1215기!

신동설 발행인  sds15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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