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5 전쟁 이후 해병대 상륙전부대 훈련단장 지휘

5 · 16 전날 혁명주체세력 인물들의 방문 받아···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 · 법제사법위원장 임명

강기천 제7대 해병대사령관

해병대 최초의 4성 장군 강기천 제7대 해병대사령관은 1926년 전남 영암에서 출생했다.
해방 후 해군의 전선인 해방병단 간부요원으로 입대해 1946년 10월 소위로 임관한 후 소해정 302호 부장, 310호 정장을 거쳐 신병교육대장으로 근무했다. 6·25전쟁 발발로 신병교육대가 전투부대로 개편된 뒤 부산으로 출동해 항만경비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포항경비부가 해군육전대로 개편되어 육전대의 해체될 때까지 육전대를 지휘한 다음 훈련소로 복귀했다. 그 후 백령도주둔부대장을 거쳐 1952년 2월 해병대로 전입한 뒤 휴전될 때까지 해병 제1전투단 작전참모, 5대대장, 사령부 인사국장 등을 역임했다.

■ 상륙전훈련 역사와 함께 하다
6·25전쟁의 휴전 이후 대한민국해병대는 해병대의 주임무인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상륙전작전처 부서를 신설해 미국의 상륙전 교범을 번역하고, 훈련소에서는 하선망 훈련장을 설치해 하선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미 해병대의 도움으로 LVT학교를 설치 운영하며, 도미 유학을 통해 유능한 교관요원들을 확보하는데도 앞장섰다.
이어 교육단에 상륙전초등군사반과 고등군사반을 차례로 개설하고, 육·해·공군 장교들에게 교육을 실시했으며, 상륙전 사판실을 건조해 입체적인 모의상륙작전 과정을 시범하는 등 그야말로 상륙전 능력 배양을 위해 혼신의 힘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1954년 10월 제1차 대대상륙단(BLT) 상륙전훈련을 실시하게 됐다. 강 사령관은 당시 인사국장으로 김석범 제2대 해병대사령관을 수행해 훈련에 참관했다.
강 사령관은 “상륙전훈련을 보며 인사국에서 뒷받침했던 업무적인 보람과 해병으로서 갖게 된 뿌듯한 긍지로 너무나도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강 사령관은 1956년 7월 상륙전부대 훈련단장으로 부임하며 그때까지 상륙전훈련을 하지 못한 6개 보병대대의 훈련을 실시 완료했다.
해병대의 기본임무인 상륙전에 대한 기본능력을 배양하게 된 것이다.
1957년 6월 최초의 연대급상륙전훈련(RLT) 때는 훈련단장으로서 훈련을 참관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훈련 과정 전체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1959년 10월, 대한민국해병대는 마침내 최초의 사단급상륙전훈련(쌍룡)을 실시함으로써 전략기동예비대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하게 됐다.

■ 5·16혁명 뒷이야기
강 사령관이 해병대사령부 기획참모부장 재임 중이었던 1961년 5월 15일, 5·16혁명 주체세력의 일원인 김동하 장군이 예고 없이 기획참모부장실을 방문했다.
김 장군은 강 사령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3~4명의 참모들과 잠시 환담을 나누고 돌아갔는데, 김 장군은 강 사령관에게 다음 날 서울지구의 기상예보가 어떤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래서 강 사령관이 내일 날씨는 왜 물어보냐고 물으니, 날씨가 좋으면 낚시나 하러 갈까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5·16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야 강 사령관은 전날 김 장군이 했던 말의 진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한 해병사단이 동해안 기지로 이동한 후 사단장 김 장군이 간혹 대구나 경주로 가서 당시 2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있던 박정희 장군, 2군사령부 참모장 이주일 장군, 안동지구 예비군사단장 윤태일 장군 등과 회동했던 일들이 거사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5·16 전날 김 장군이 다녀간 뒤 제2훈련단 참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정세웅 대령 역시 강 사령관 집무실을 찾아왔었는데, 잠시 환담을 나눈 뒤 돌아갈 때 선물이라며 미제 권총 한 자루와 약간의 실탄을 주고 가기도 했었다. 강 사령관은 다음 날에서 정 대령 역시 혁명 주체세력의 일원인 것을 알게 됐다.

■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에 오르다
강 사령관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법제사법위원장)으로 임명 받은 것은 해병대사령부 행정참모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1963년 2월이었다. 5·16혁명 주체세력이 아니었던 강 사령관이 최고위원 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당시 최고회의는 혁명 주체세력들이 아닌 현역 장성들을 대폭 최고위원으로 임명할 정도로 구성멤버들의 반목과 알력이 심화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약화된 체질개선과 실추된 권위회복을 위해 박정희 당시 의장이 비상한 결심으로 이 같이 대대적인 개편 조치를 단행했던 것이다. 이 인사 개편을 단행하기 위해 박 의장은 전례 없이 각 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특히 중도적인 인물들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사령관은 최고위원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하며 혁명 과업 완수를 위해 소신껏 기여했다.
특히 1963년 5월에는 기존의 국군조직법을 개정하여 해병대사령관을 합동참모회의의 정식구성원이 되게 함으로써 해병대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개최하는 군무회의에 참석해 해병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발언권과 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등 해병대사령관의 위상 격상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
정치 분야까지 관장한 강 사령관은 박 의장의 3·16성명으로 촉발된 정국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재야 정치인들과 접촉하며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1963년 10월 15일 민정 이양을 위한 대통령 선거가 시행돼 박정희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밑거름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 비밀특령으로 이스라엘 및 월남 방문

월남 직접 방문하며 얻은 정보 통해 월남전참전 준비

해병대 최초 4성 장군··· 박 대통령에게 큰 신뢰 받아

■ 박정희 대통령의 비밀 특명
1963년 12월 최고회의가 해산되고, 그 이듬해 5월 소장으로 승진한 강 사령관은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으로 약 4주 간에 걸쳐 이스라엘과 자유월남공화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목적은 이스라엘 대사관의 서울 개설 문제와 그와 관련된 중동 지역에 대한 객관적인 정세 분석을 하기 위함이었고, 월남을 방문한 목적은 한국군의 파병 요청과 관련된 문제를 타진하기 위함이었다.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뒤 7월 그는 해병 제1상륙사단장으로 임명됐다. 박 대통령은 부임 인사차 온 강 사령관에게 해병사단을 철저히 훈련시켜 월남으로 갈 준비를 하라며, 이 사항은 국회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극비에 부치라고 당부했다.
강 사령관은 월남 방문 기간 중 확보한 특수전과 관련된 자료와 자신이 직접 견문했던 지식을 활용해 특수교육을 위한 교육장을 만들어 파월에 대비해 철저한 훈련을 실시했다.
강 사령관은 오래 전부터 구상해 놓은 바에 따라 ‘출전준비’를 해병사단의 통솔 방침으로 정하고, 집행 중에 있던 기존 훈련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소단위 부대의 기동훈련, 유격전훈련, 산악전훈련, 사격훈련 등 월남전에 대비한 훈련 계획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정부에서 월남 파병에 대한 결정을 내려 국회 승인을 받은 것은 1964년 7월이었다.
강 사령관은 1965년 7월 해병사단 기지 내에 파월장병들을 위한 특수교장과 특수교육대를 발족했다.
월남의 촌락을 그대로 본 따 만든 특수 게릴라 훈련장은 베트콩의 지하 동굴과 지하 진지, 각종 장애물과 지뢰, 부비트랩 등 베트콩이 사용하는 전법과 전술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한 것이었다. 이는 강 사령관이 직접 월남 현장을 방문하며 얻은 정보들로 만든 그의 창작품이었다.

■ 강기천과 월남전
청룡부대(해병 제2여단)는 1965년 9월 20일 결단해 출전태세를 완비하고 10월 3일 파월됐다.
청룡부대 장병들은 미 해군 수송선 두 척에 올라 월남으로 향했다.
출국 신고를 한 뒤 환송행사요원들의 열띤 환송을 받으며 멀고 먼 이국전선으로 떠난 장명들을 보며 강 사령관은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큰 짐 덩어리를 벗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전투 손실에 대비한 보충 병력을 계속 확보해야만 했고, 1년에 한 차례씩 파월해야 했던 교체 부대 병력에 대한 특수교육을 계속 실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 사령관은 당시 장병들에게 출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자유민의 전우로서, 또한 6·25전쟁 때 자유 우방국들로부터 입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공산 침략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유월남공화국을 돕기 위해 출전한다는 파월의 의의와 사명감을 불어 넣기 위해 애쓴 것이다.
특히 불패상승의 해병대정신을 제고하기 위해 정신교육과 정훈교육을 한층 강화하며 장병들의 출전 의지를 북돋았다. 또한 월남전이 한창 전개되며 중상을 입고 후송되는 1급 또는 2급 전상자들이 늘자 이들을 위한 자활 복지촌의 필요성을 느끼고 3년여에 걸쳐 ‘새마을’촌을 건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1966년 7월 중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제7대 해병대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강 사령관은 재임 기간 중 1965년 10월 청룡부대가 캄란만에 상륙한 후 1971년 12월 제1진 철수 병력이 월남을 등질 때까지 수행된 수많은 작전 가운데 약 80%에 해당되는 작전을 수행했다. 비록 당시 강 사령관의 몸은 국내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월남전선에 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또한 강 사령관이 수행해야 했던 임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청룡부대에 대한 뒷받침이었다. 강 사령관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일으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령관이었던 것이다.

■ 해병대 최초 4성 장군
1969년 1월 1일부로 강기천 사령관은 대장 계급으로 승진했다. 대장 계급은 해병대사령관에게는 최초로 부여된 계급이었던 만큼 강 사령관 개인에게 있어서도 일생일대의 큰 영예였다.
강 사령관은 그날 아침 청와대로 가서 해·공군 참모총장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에게 승진 신고를 하고 박 대통령이 친히 달아준 대장 계급장을 받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때 이미 1966년 7월부터 1968년 7월까지도 돼 있던 해병대사령관 임기가 1년 연장을 허용한 군인사법 규정에 따라 1년간 더 연장된 상태였던 터라 기쁨이 더욱 크지 않을 수 없었다.
국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해병대사령관을 대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강기천 개인에게 뿐 아니라 해병대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국가전략 기동예비대로써의 막중한 사명을 훌륭하게 완수하고 있는 해병대의 위상을 그만큼 높여주는 일이었다.
강 사령관은 박 대통령의 배려에 깊은 사의를 표명함은 물론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충성심을 곤고히 하며 해병대사령관으로서의 분발을 굳게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박정희와 강기천
강 사령관은 민족중흥의 역사 창조를 위해 헌신해온 박정희 대통령의 숭고한 애국심과 뛰어난 영도자로서의 인격, 지도력에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진실되고 풍부한 인간미로 남다른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 사령관은 자신이 직접 박 대통령을 수행했던 호남지방 순시 때를 떠올리며 당시 칠백의총의 관리가 허술함을 크게 꾸짖으며 정성껏 복원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호국성웅과 충신들의 사당이나 동상을 건립하며 민족정기를 자손만대에 떨치고, 역사적인 전적지와 문화유적을 보수 복원해 국민의 호국정신을 전승시키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의 눈물겹도록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얘기를 강 사령관에게 직접 들려주며 개인적인 슬픔을 나눈 적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겨레 모두가 지니고 있던 그 가난과 슬픔의 한을 결국 풀어낸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이었고, 이를 도왔던 강 사령관이었던 것이다.

고명석 기자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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