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인데 내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40년간 같이 살았는데 그런 혜택을 받아야지요”

■ 고엽제전우를 간병하는 아내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엽제전우 남편 하상용(병 157) 전우를 간병하는 부인 전미혜 여사였다.
“남편이 고엽제로 15년째 누워 있는 중인데요. 무적해병신문을 보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신문 좀 보내주세요”로 시작된 대화는 곧 고엽제전우를 간병하는 부인의 속상함으로 이어졌다.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위로의 말을 하자 “어쩝니까. 내 남편인데 내가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잖아요”하는 말소리에 애증이 교차된다.

■ 저는 나쁜 아내예요…
경북 포항에 사는 하상용 고엽제전우는 현재 중도 판정인데 고도로 등급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부부는 남편이 해병대를 나온 뒤 포스코 계열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착실한 가정을 이뤘다고 한다.
해병 157기로 1966년 월남전에 투입되어 고엽제 질환을 얻었지만 젊었을 때라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25년이 경과된 어느 날 학교 앞 도로 둔턱을 넘지 못하고 다리를 끌더란다.
술에 취해서라고 판단한 아내는 “그러니까 술 좀 그만 잡수라고 했잖아요”하고 핀잔만 줬다며 자기가 나쁜 아내라고 말했다.

■ 고엽제 증상 모르는 병원들, 병 키워…
그런 증상이 빈번해지자 서울대병원, 원자력병원,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닥치는 대로 다 가봤다.
결과는 모두가 괜찮다는 답이었다. 모든 병원이 그때는 고엽제 증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일 게다.
그 후 그 다리 통증이 점차 허리로 올라와서 허리 수술을 하고 중추신경장애로 인한 중도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나머지 한쪽 다리가 아프더니 어느 날 침대에 살짝 부딪쳐 대퇴부가 깨지는 큰 사고가 났다.
부랴부랴 포항의료원을 찾았으나 부기가 빠져야 수술할 수 있다며 부기 빠지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이번에는 폐렴이 왔다.
그렇게 하상용 전우는 소변 줄을 대놓고 대변을 받아내는 중환자가 되어 지금 아내에게 자신을 의탁하여 살고 있는 인생이 됐다.

■ 4층까지 들것으로 남편 들어 올려
병원 보훈 규정상 한 달 이상 입원을 못하기에 28일간 병원에 있다가 집에서 하루 이틀 있은 후 다시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
갈 때는 119를 부르고 올 때는 사설 앰뷸런스를 대절해서 오는데 병원 한번 오가는 비용이 8만 원씩 나온다고 했다.
집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들것으로 4층까지 들어 올려야 하는 인건비 때문이다.
“고엽제전우회 환자 수송차량을 이용하지 그러냐”고 하자 그분들도 나이가 들다보니 4층까지 올리질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고엽제전우들은 모두가 환자들이라서 힘든 일은 못한다는 것을 그 가족이기에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말이다.

■ 5급 판정 받는 게 소원인데 겨우 중도라니
고엽제전우의 아내가 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5급 판정을 받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렇게 되면 월 100만 원 이상 나오고요. 만약에 남편이 잘못되면 유족 승계가 되니까 나 혼자서도 살 수 있잖습니까. 40년간 같이 살았는데 그런 혜택을 받아야지요. 그래야 남도 도우면서 살 수 있잖겠습니까? 그렇게라도 국가가 보상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상의 사정은 모든 고엽제전우 아내들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일 것이다.
고엽제전우들은 왜 자신이 아픈지 병원에서 진단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그 고통을 술로 이기려고 하다가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가정을 파탄시키기에 아내들이 이기지 못하여 남편을 버리고 떠난다.

■ 고엽제전우들 아내 모두가 위대하다
‘남편을 원망할 것인가? 아내를 원망할 것인가?’ 이것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끝까지 남편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있는 고엽제전우들의 아내들은 모두가 훌륭한 사람들이고 국가유공자들인 것이다.
고엽제전우들은 한시적인 국가보훈대상자다. 그들이 살아있을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보훈은 곧 국가안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가정을 잘 지켜주고 남편을 잘 보필해주는 아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밝은 것이다.
고엽제 부인 여러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상용 전우의 아내 전미혜 여사

병상에 있는 하상용 전우 모습

하상용 전우 해병대 특공중대 통신반장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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