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경로당 20년째 회장
서울 강동구 토박이로 살고 있는 강동구해병대전우회의 살아 있는 역사 김인태(병 73) 노병을 찾았다.
금년 83세(1935년생)인 김 회장의 기백은 아직도 철철 넘쳐나 있어 보였다.
“내가 살아온 보람이 바로 여기 있는 거예요”고 말하는 김 회장 사무실은 강동구 천호동의 20평 남짓한 크기의 사설 경로당이었다.
“이 경로당을 차린 지 20년이 넘었어요. 누구든지 65세 이상 노령이면 와서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지요. 임대료를 내가 낸지 20년이 넘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있어요.”
경로당 소개를 하면서 낮 12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와서 재미있게 놀다 간다고 했다.
이 사무실을 꾸려나가다 보니 노인네가 아직도 저력이 있다며 고마워하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 “너 그 정도면 됐다” 청년 시절의 기개
김 회장의 봉사 정신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원래 천호동은 광주군 구천면 곡교리였는데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되면서부터인가 수천 호가 살만한 지역이 되리라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천호동으로 이름 지어진 것이다.
당시 청년 김인태는 광주군 지역 청년이었지만 그가 놀던 무대는 서울 을지로 바닥이었다.
을지로 3가에는 한국체육관이 있었고, 조금 지나서 한양공고 옆에도 체육관이 있었다.
당시 체육관이 있는 동네를 따라서 젊은이들의 힘겨루기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 날 김인태가 퇴계로로 진출했는데 세 명이 두들겨 패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
퇴원 후 분이 안 풀리자 김인태는 그들의 소굴로 찾아가서 “나 때린 세 놈들 모두 나와라. 한판 붙자”고 했다.
제일 큰형이 나오더니 “너 그 정도면 됐다. 우리하고 사이좋게 놀자”고 제안해서 퇴계로까지 영역을 넓혀나갔던 인물이다.
원래 김인태는 체구는 작어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펀치가 아주 강했다.
5월에 해병 70기로 영장이 나와서 평택 병무청으로 집합했는데 해병대 인솔자가 나오더란다.
“내가 해병대가서 왜 고생해야 하는가” 하고 도망쳐 나왔다가 그해 10월에 다시 영장이 나와서 하는 수 없이 진해행 열차를 탔다.
김인태는 열차 안에서 한번 사고를 쳤다.
당시 영장이 이천군, 부천군, 안성군, 광주군(당시 천호동은 경기도 광주군이었다) 지역이었는데 군용열차에서 ‘떡대’ 3명과 한판 붙어서 제압하는 바람에 소문이 나 훈련소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지냈다.

■ 인생을 바꾸게 한 술 주사
군에서 보급대 수송반에 근무하다가 1960년 9월 제대했다.
제대 후 ‘이제는 마음 잡고 열심히 일하자’고 버스 회사에 이력서를 냈으나 해병대는 서비스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계속 퇴짜를 맞았다.
그렇게 상심하고 있던 중 또 한 번 일생을 바꾸는 사고를 쳤다.
어느 날 아침 10시부터 클럽에서 술을 먹기 시작해서 저녁까지 먹은 기억이 있었는데, 이튿날 아침에 주위가 이상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6촌 형님을 패서 이빨 6대가 나갔다고 했다.
‘아뿔싸! 내가 미쳤구나!’고 후회와 동시에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 후 지금까지 술은 입에도 안 댔어요” 하며 그때의 사정을 김 회장은 말했다.

■ 구둣방 잡일부터 양화점 사장, 그리고 봉사활동 시작
그 사건이 김인태를 인생 전환점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젊은이로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구두 수선공으로 들어가서 3년간을 오직 구두공으로 일했다.
그리곤 양화점을 내서 많은 돈을 벌었다.
어느 정도 재력이 쌓아지자 이번에는 해병대전우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전우들이 강동구에 약 3,000명이 넘었는데 그 명단을 구해서 일일이 전우회 가입을 권유하여 오늘의 강동구해병대전우회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김 회장은 뒷자리에서 후원하고 도와주는 일과 구청 등 관공서 업무를 지원해 줬다.
강동구에서 자라고 늙은 사람이기 때문에 요로에 김 회장과 손이 안 닿은 사람이 없었으니 무슨 일이든 하기가 쉬웠다.
거기다가 해병대가 봉사하겠다고 하니 누군들 협조를 안 했겠느냐마는….
김 회장이 존경하는 사람은 우태영 전 창설동지회장이라 한다.
강동구전우회 창설 당시 전우회중앙회 사무총장이었던 우태영 선배를 보고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자청하여 지금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친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나이를 초월한 정력가로 매사에 적극적이다.
노령에 정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육체가 건강하면 정신이 건강하듯 김 회장의 건강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인태 노병, 더욱 건강하십시오.

김인태 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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