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전에서 전우의 시체 500미터 끌고 나와
최태식 전우는 해병 162기로 1965년 1월 입대해 다음 해 상병 때 월남에 지원하여 청룡부대 2대대 7중대 1소대로 배치됐다.
당시 치열했던 악몽을 5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꾸고 있다.
당시 베트콩의 치열한 사격으로 분대원 13명 중 10명이 희생되고, 자신을 포함하여 3명만 간신히 살아난 전투에서 사랑하는 후배를 잃은 것이 아직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그날 피아간의 총격전이 한창일 때 옆에서 정신없이 응사하는 후배와 “야! 김 해병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하고 대화로 생사를 확인하던 중 대답이 없더란다.
보니까 머리를 향해 쏟아지는 사격으로 관통을 당하여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이다.
‘해병대는 전우와 끝까지 같이 한다’는 정신에 입각, 총 멜빵으로 자신과 전우의 양다리를 연결해 묶어서 500미터를 흐르는 눈물로 땅을 적셔가며 포복으로 끌고 나왔다.
숨진 시체가 엄청 무거움에도 오직 그 주검을 적에게 내줘선 안 된다는 전우애가 초인적 괴력을 발휘케 했다.

■ 나무로 인생을 끝내겠다
제대 후 홍천 고향집엘 갔더니 월급(40불 50센트, 한화 10,500원) 넉 달 치를 아버지께 보낸 돈으로 소 4마리를 사놓으셨다.
‘사나이가 내 집을 한번 지어야겠다’ 결심하여 몇 달간 낑낑대며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인생을 한번 멋지게 지어야겠다’고 생각이 변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과 동시 무일푼으로 서울로 나왔다.
가진 것이라곤 해병대정신 한 보따리가 전부였다.
그때가 제대한지 일 년도 안 된 1968년 11월이었다.
펩시콜라가 막 나올 당시 그 공장에 입사했다.
기술도 없고 배움도 부족하니 힘으로 하는 일 밖에 더 있겠는가….
공장에서 나무 상자 제작하는 부서에 근무했다.
월급 6천 원 중 하숙비 4천 원 내고 나면 분명히 2천 원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항상 부족한 것이다.
‘내가 살길이 뭔가? 그렇다! 시골에서 자랐으니 나무로 시작해서 나무로 인생을 끝내야겠다’고 결심이 서자 곧장 나무 박스 공장을 차렸다.
그때가 입사 8년 후인 1976년 11월 28이다.
그 후 작년 11월 28일 설립 40년을 기념했다.
지금은 플랜트, 기계류 등 중량품 수출 포장과 팰릿(pallet) 선두주자(주식회사 진흥기업수출포장)로 동종 업계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다.
땀 흘려 달려오다 보니 문득 동기생들이 보고 싶었다.

■ “자기는 오줌 먹어가며 내게 물을 줬다”고 잊지 못하는 동기생
‘너희들은 어디서 무엇 하면서 살았느냐. 동기생들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본지에 동기생 찾는 광고를 냈더니 9명이 연락 왔다.
너무 반가워서 아내와 함께 동기생 만나러 경주, 통영 등 전국을 투어 했다.
그런데 9명 중 7명이 고엽제 환자가 되어 함께 술 한 잔 나누지 못한 채 밍밍하게 만나야만 했다.
통영 사는 동기생을 만나러 갈 때였다.
그 동기생이 “나는 아무래도 너의 모습이 안 나온다”고 50년 전을 연상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나는 너를 알아볼 수 있으니 그 자리에 서 있거라” 하고 만남 장소로 갔다.
그런데 저기 누가 서있는데 그때는 대꼬챙이 체격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쪄있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변신되어 있는 것 아닌가?
두 부부는 그날 50년 전을 말하면서 눈물과 폭소로 하루를 샜다.
그 동기생은 자기 아내에게 “내 생명의 은인 최태식을 꼭 만나야 한다. 저는 오줌 먹어가면서 나에게 물을 줬다”고 잠꼬대처럼 말했단다.
그 이유는 당시 밀림 속에서 너무 목이 타 물을 달라고 했는데 최 전우가 덜컥 자신의 수통을 건네주더라는 것이다(수통의 물은 생명수여서 누구도 주지 않는 법이다).
그것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단다.
사실 자신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 이유는 밀림에서 수통에 오줌을 받아 소금과 설탕을 넣어 흔들어 마시며 물을 아꼈기에 물 걱정은 안했다고 했다.

■ 남을 배려하는 인생이다
이런 심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매년 독거노인들을 위한 행사와 불우 이웃 돕기로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중이다.
최 전우에게 “갖고 있는 해병대정신은 무엇입니까” 묻자 “한다면 합니다. 그러나 양보와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아는 해병대정신이어야 합니다”고 말한다.
최 전우는 슬하에 아들 둘이 있다.
모두 방위 판정을 받아 군에 안가도 되지만 큰 아들(창훈)을 해병대 694기로 보내 지금 회사에서 경영자 수업 중이다.
둘째 아들은 해군을 제대했다.
이렇게 3부자 모두가 바다의 사나이들이다.
최태식 해병에게 항상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최태식 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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