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강추위 극복하며 6일 동안 설원을 달리는 고난도 레이스
사하라·고비·아타카마·남극 모두 석권 ‘한국인 11번째·최고령’

이호연 제31대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11월 열린 남극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함으로써 세계 4대 사막마라톤대회 정복에 성공했다. 세계 4대 사막마라톤대회란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칠레의 아타카마사막과 남극 대륙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극한의 환경을 돌파하며 달리는 경주이다. 이 대회에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세계인들이 참가하지만, 끝까지 완주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4개 대회를 모두 완주하는 자에게는 ‘그랜드슬램’ 호칭이 주어진다. 강인한 해병대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이호연 사령관이 모든 해병대전우들에게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 안녕하십니까. 이호연 사령관님께서는 이미 지난 2014년 사하라사막 마라톤과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후 본지에 소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타카마사막 마라톤과 남극 마라톤까지 완주에 성공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시게 되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지난 2014년 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을 모두 완주하고, 이번에 남은 남극대륙 완주를 성공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레이스를 하는 도중 ‘이 나이 들어서 왜 이런 고생을 할까’ 하는 마음에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딛고 마지막 완주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마음과 도전에 대한 큰 성취감,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인으로는 11번째(한국인 최고령자)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돼서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 세계 4대 사막마라톤대회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완주한 남극마라톤이 가장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세계 4대 사막마라톤대회 중 사하라사막·고비사막·아타카마사막이 무더위를 극복하며 모래사막을 달린다면, 남극에서는 강추위를 극복하며 설원을 달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대회 규정상 사하라사막·고비사막·아타카마사막을 각각 250킬로미터 완주한 자에게만 남극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3개의 사막마라톤을 모두 완주해한 사람만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남극마라톤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죠.

- 사령관님은 현역 시절부터 국제철인경기와 일반 마라톤에 참가하는 등 강철 체력으로 유명하셨는데요, 이번 남극마라톤대회를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네, 저는 물론 평소부터 꾸준하게 체력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막마라톤은 일반 마라톤처럼 평탄한 코스에서 달리는 것이 아닌데다 개인 식량과 비상 의약품, 생존 필수 장비 및 물품을 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체력 단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참가 준비를 위해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 1회, 정규 마라톤 2회와 매일 10~20킬로 구보 및 산행 등으로 1년 동안 대략 1,800킬로를 달리면서 사전에 체력을 단련했습니다.

체험하지 않으면 쉽게 한계 부딪혀…
무엇이든 도전하는 마음자세 필요
“어려움 이겨내면 성숙해질 수 있다”

- 남극마라톤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겁니까?

먼저 세계의 ‘땅끝마을’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라는 곳까지 이동하는데 항공기로 약 30시간 정도 걸립니다.
거기서 다시 특수 선박으로 3일간 항해해 남극 대회 장소에 도착한 후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경기 방식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설원에서 6일간 실시되는데, 당일 기상을 고려해 일일 평균 8~10시간 동안 달리는 거리를 환산해 기록을 측정하고, 그 다음 날 경기를 위해 선박이 밤새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해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하면서 총 6일간 진행이 됩니다.

- 남극마라톤의 경우 뜨거운 날씨 속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막마라톤과는 달리 혹한과 싸워야 하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이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남극은 봄철이긴 하지만 최하 영하 25도의 기온으로 아파트만한 크기의 유빙이 떠다니는 추운 날씨입니다.
이번 대회 중 3일째에는 극심한 눈보라와 순간적인 기온 급강하로 인해 경기 도중 철수하는 일도 있었죠.
특히 자연보호를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강력히 통제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펭귄 등 남극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는 빵, 견과류, 라면 등은 강력히 규제하고 먹는 장소도 지정을 합니다.
선수들이 가져간 모든 물품을 대형 진공청소기로 청결하게 하고, 신발은 매일 소독한 뒤 경기 장소로 이동하며, 간이 화장실은 경기 종료 후 다시 가져오더군요.

- 이번 남극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어떠했나요?
이번 대회에는 24개국 총 61명의 사막 전문 마라토너가 참가했는데 저는 23등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인 2명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다른 한 명이 사정상 참가를 못 하는 바람에 한국인은 저 혼자였죠.
출전자들은 대부분 젊은 전문 마라톤 선수와 과거 유경험자들이었습니다.
연령은 대부분 30대가 주축이고, 이번 참가자 중 제가 3번째로 고령자였습니다.

- 사막마라톤을 하다 보면 ‘포기를 해야 하나?’ 고민될 만큼 힘든 순간도 있을 텐데요.

참가 선수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돈을 주고 달리라고 하면 못할 짓인데, 내가 낸 돈이 아까워서 달린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견디기 힘든 고비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고,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이 있지만 완주 뒤에는 또 다른 도전 욕망이 솟아나더군요.
지난 번 아타카마사막대회 때는 해발 약 3,500미터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 영상 40도의 고온 환경으로 식사에 어려움이 있어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번 남극대회에서는 추위에 대비한 장비와 정보 부족으로 가벼운 발 동상을 입는 등 어려움이 있었죠.
그렇지만 남들이 쉽게 가보지 못하는 세계 오지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경관에 감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시겠지요. 가족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사실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을 텐데요.

향후 몽블랑 울트라 산악 마라톤이나 극지 마라토너들을 위해 개발된 새로운 코스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사막마라톤에 도전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고, 또 위험한 상황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강한 반대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특히 남극마라톤 도전 때는 더욱 심했습니다만, 저는 도전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굽히지 않고 설득을 했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저의 도전에 대한 의욕과 동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결같이 걱정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모험에는 반드시 도전정신과 용기가 뒤따르는 것 아닙니까?
위험과 반대를 회피하면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것을 성공할 수 없는 거죠.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완주를 위해 성원해주셨던 옛 전우들과 현역 후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해병대장병들에게 새로운 꿈과 용기, 그리고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그리고 사령관님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 사막마라톤에 도전하셨다는 얘기는 전에 이미 하신 바 있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해병대전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인간은 극한의 한계 상황에 직면해봐야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비범한 대안이나 요령을 터득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체험해보지 않고 이루어지는 생각은 쉽게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법이죠.
또 정신력과 인내력은 근력과 같아서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함양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 속에서 자신이 성숙해지도록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과 고통이 뒤따르지만 꿈과 용기를 갖고 무슨 일이든지 도전하려는 마음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록 사막마라톤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도전에 대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하나씩 하나씩 성취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도전정신을 키워 나아가는 해병대전우들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호연 사령관

남극 마라톤 모습

사하라사막 마라톤 완주 (2014년 2월)

고비사막 마라톤 완주 (2014년 5월)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완주 (2014년 10월)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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