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시는가 싶더니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가 코앞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선 기분이다.
  나이 탓인가 하면 서운하지만, 순리라 여기면 얼추 동행할만하다.
  형형색색의 단풍도 좋고 책장 넘기는 기분도 솔솔 한 계절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의무와 책임을 절감하기에 사색하는 계절과 다름없다.
  이때 조직이나 직장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업무평가가 이뤄지고, 군대에서는 진급심사를 통해 새로운 별이 탄생한다.
  장군이 되면 100가지가 바뀐다고 전해진다.
  장군으로 진급하면 별을 달았다고 하듯이 대령에서 진급은 계급장 모양이 별로 변하면서 명예는 물론 호칭, 예우, 복장, 사망 시 현충원 장군묘역 안장까지 다양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장군의 계급을 하늘의 별에 비유하며 가문의 영광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추앙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중 특이한 몇 가지를 살펴보면, 진급 연한이 없어지고, 진급한 다음 달에 상위 직 T/O에 보직되면 바로 진급된다.
  병과가 없어지면서 어떤 부대의 지휘관 보직도 가능해진다.
  장군이 승차하고 장군표시인 별 판이 부착된 차량은 의심쩍어도 검문검색을 받지 않는다.
  호신용 권총을 휴대하고, 삼정검이 지급된다.
  타 부대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 예포를 발사한다.
  준장 13발, 소장 15발, 중장 17발, 대장 19발이다.
  장관급 국무위원과 삼부요인은 대장에 준하고 국가원수는 21발이다.
  전속부관이 배치되고, 법무관을 두어 군법회의를 열 수 있다.
  장군으로 진급하기 위해선 직위 필, 교육 이수는 필수이다.
  연대장 직을 마쳐야 하고 국방대학원 또는, 그와 유사한 고등군사대학을 이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을 갖췄다고 다 진급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원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부대 지휘평가 특급, 교육성적 A+받았다고 진급된다는 보장은 성급한 속단이다.
  ‘학교우등생이 사회우등생이 된다는 등식은 잘못이다.’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뜻이다.
  우리는 잘되면 내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으로 돌린다.
  별을 달면 고향 마을 전망 좋은 곳에 축하현수막이 걸리고 동네잔치를 벌인다.
  탈락자는 옷을 벗어야 하기에 희비는 극과 극이다.
  조직 관리의 불가피한 조치이고 결과이다.
  6.25전쟁 시는 소대장으로 전공을 세웠고, 60년대 중반 월남전에서 국위를 선양한 L 선배가 있었다.
  그는 도미 유학 전 과정을 이수하고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장군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한 그는 군 계급의 꽃인 준장을 넘어 해병대 수장이 되겠다는 야심 찬 꿈을 키우며 저 높은 곳을 향해 인생을 걸었다.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한 난공불락의 요새 24개 목표지점을 1개 연대가 탈환하며 적 2개 사단을 격퇴한 도솔산 전투, 이 전투의 승리로 ‘무적해병(無敵海兵)’이란 휘호를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하사 받으며 영원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김일성고지전투 등 격전지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미국 은성무공훈장을 수상했다.
  1965년 국가의 명을 받고 파월 비둘기부대 정보참모에 봉직하며, 한 월 우호 증진에 힘쓴 공로로 월남 1등 명예훈장을 받았다.
  대령으로 국군의 날 행사 시 VIP 관람석 상공에서 낙하산 점프를 했고, 3군 대항 국군체육대회에서 참가선수를 특별히 훈련해 우승하게 했다.
  “L 대령을 모르면 해병대원이 아니다.”는 이유이다.
  불의와 타협할 줄 몰랐으며, 그래서 원칙만을 고집하는 융통성 없는 강골로 비쳤는지 모른다.
  동료나 선배에게는 견제와 경계의 대상이기도 했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처세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는 군인 정신에 철저히 학습된 참 군인이었다.
  해병대를 사랑했고, 해병대는 그의 전부이며 삶의 보람이었다.
  그것은 해병대는 그의 삶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도 초반에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해병대 장교가 되겠다. 그러나 다음번에는 좀 더 슬기롭게 원칙에만 집착하지 않고 융통성 있는 ‘군인의 길’을 갈 것이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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