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안중근 의사는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29세 때 민족 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하고,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두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한 후 체포되어 이듬해 3월, 31세의 나이로 뤼순(旅順) 감옥에서 처형됐다. 다음은 재판 과정에서 행한 진술로 의거의 의의를 밝힌 연설이다.

내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죽인 것은 결코 사람을 죽이기 좋아서 한 것이 아니라, 큰 목적을 발표하는 한 수단으로써 살해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오늘과 같이 말할 기회를 얻은 이상에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지 않을 범위 내에서 의견을 진술할 필요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목적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를 말했으나, 방금 말한 바와 같이 이토를 죽인 것은 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 한 것이다.
노일전쟁 개전 당시의 일본 천황의 선전조칙(宣戰詔勅)에 의하면, 동양의 평화를 유지하고 한국의 독립을 공고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노일전쟁의 강화(講和)가 이루어져 일본이 개선할 때 한국인은 마치 자기 나라의 개선과 같이 느끼고 크게 환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토가 통감으로 한국에 주재하게 되어 5개조의 조약을 체결한 것은 한국 조야(朝野)의 인민을 속이고, 또 일본 천황의 뜻을 따르지 않고 한 것이므로 한국 조야의 인민은 이토를 원망하게 되어 이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였다.
그 후 또한 7개조의 조약이 체결됨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이토통감의 행동은 방약무인해졌고, 한국을 위해 불이익이 된다는 것을 더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이토 통감은 강제로 전(前) 황제를 폐위하고, 더욱 방약무인한 행동을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인민은 통감보기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여러 곳을 유세하는 한편 싸우기도 했고, 특히 의병의 참모중장으로서 각처의 전쟁에도 참가했다.
따라서 내가 오늘날 이토를 살해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독립 전쟁을 수행하는 의병의 참모 중장 자격으로서 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 출전했다가 포로가 된 것에 불과하며, 결코 일개 자객으로서 심문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이토가 한국의 통감으로 부임한 이래 체결한 5개조 및 7개조 조약 등은 한국 황제를 강제로 압박하여 무력으로 체결한 것이다.
본래 이토 본인이 한국에 와 있는 이상 한국 황제 폐하의 외신(外臣)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태도가 자못 심하여 황제 폐하를 억류하고 폐위시키기까지 했다.
나는 이러한 일제 침략자들을 처단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과 동양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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