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렀습니다. 고 유영익 교수가 우리 곁을 떠나신 지 꼭 한 해가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 폭염의 삼복 더위에도 학문의 숲길을 함께 걸으시며 동행하셨던 존경하는 선생님들께서 오늘 이 자리에 같이 해 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하늘나라에서 흐믓한 미소로 행복해 하시는 고 유영익 교수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참 기쁩니다.

제 나이만 80에 저는 유영익 교수와 재혼을 했습니다. 고인은 저보다 하루 먼저 세상에 오신 동갑(내기)이셨습니다. 2010년 초, ‘이승만 박사, 박사학위취득100주년기념’ 초청’으로 강연차 프린스턴에 오셨었는데, 그 때에 고인을처음 뵈었습니다. 제가 대학. 동아시아 도서관. 한국과에서 일을 했다는 직업의식 때문이었는지 우남의 자료 발굴과 수집은 저도 모르는 사이 제 사명감으로 빠져 들면서 동부 일원으로 지역이 넓혀져 갔습니다. 이 때부터 아마 필라델피아에서 ‘태산아!’ (1912년 월간조선 5월호에 발표됨)의 묘지가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겁니다. 날마다 프린스턴과 서울을 숨가쁘게 오가던 우남 자료 첨부된 이메일은 때로는 다사로운 정감을 이메일에 묻혀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싫지는 않았습니다. 끝내는 가방 두 개를 들고 2015년 10월 1일, 서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10월 3일에 혼인 예배를 드렸고, 그리고는 내내 고인 유 교수와 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8년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경애하는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께서 만수무강하시기를 비오며 댁내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글을 맺으면서,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다음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28일 이종숙 드림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둘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에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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