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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기 유 하사이강민 해병대 263기 동기회장

군에서 같이 근무한 동기가 한 명 있습니다.
계급으로 따지면 그는 하사관이요, 나는 병인데 굳이 동기라 하는 것은 같은날 입대 하였다 하여 입대 동기라는 것이고 그도 해병대에 병으로 지원했는데 훈련받다 연병장에서 누군가에게 잡혀가서 얼떨결에 부사관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하사가 되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그때 1973년 여름 해병대는 이런일이 흔했습니다.
별 달고 전역한 어느 예비역 장군이 우리 동기회 모임에 오셔서 하신말
‘야. 나는 군대서 30년을 근무했는데도 할 말이 별로 없는데 자네들은 3년 근무하고 50년을 써먹고 만나면 뭐 그리 할 말이 많으냐’하시며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모이는 단체마다 어디 말 없고 탈 없는 모임이 어디 있겠느냐 마는 해병대도 동기회나 전우회나 모임마다 한 두 가지씩은 전부 나름의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을 거라 짐작 됩니다. 
유비, 관우, 장비처럼 죽으면 같이 죽을것 같이 도원결의를 했던 전우들이 돈 때문에 의리가 갈라져 평생 원수가 된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나쁜 놈이란 막말로 그 빛나던 도원결의를 끝장낸 전우도 있으리라 봅니다. 전역 후 먹고 살기 위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지나간 군 시절 해병대를 끄집어 새겨 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 유 하사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더우기 그가 나와 관계된 전자 부품회사를 운영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와의 관계는 동기가 아닌 거래 회사 사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하사는 나에게 부품 자금이 필요하니 돈 오백만원만 빌려 달라는 것입니다.
평소에 돈 잘못 필려주면 돈 잃고 사람 잃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 거절했으나  너무도 딱한 사정과 끈질긴 요구에 아내가 꼭꼭 숨기고 있던 비상금까지 털어 한 달 후 돌려 받는 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후 기다리던 돈은 입금이 안 되었고 전화 연락마저 안 되어 동기회사를 찾아가니 공장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사무실 집기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습니다.
사연을 들어 보니 동기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여기저기 돈을 빌려 야반도주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사장 녀석 해병대 간부 출신이라 해서 의리도 있는 줄 알고 빌려주었더니 방위병만도 못하게  처신 하고 줄행랑첬다’며 괜한 해병대까지 몰매를 맞는것 같아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갔던 아내마저 당신 말끝마다 ‘동기 내동기’ 하며 감싸더니 겨우 끝이 이런거 냐며 비웃는 바람에 참으로 동기에 대한 배신감에 허탈해 했습니다.
유 하사 
서해 최북단 고도의 섬 말도에서 같이 근무하며 추운 겨울 그 깊은 OP 참호 속에서 담요 한 장을 서로 덮어가며 추위를 녹였던 어떤 때는 라면 한 그릇을 가지고 네가 먼저 하며 서로의 모든 것을 양보했던 내 동기 유 하사와의 이별이 이런 거란 말인가. 돈 오백만원을 잃어버린 것도 섭섭 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아름다운 추억 하나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아 그 쓸쓸함이 턱 밑에까지 차 올랐습니다. 그래 그냥 군 생활 3년 하며 그 가운데 만났던 지나가는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하고 그 추억의 지갑을 닫아 버렸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유독 해병 대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를 내 세워 전역해서까지 옭아매 두려는 해병대 정신까지 미워저 나의 마음이 더 괴로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평소 안면이 있던 동기 회사 여경리가 날 보더니 내 옷소매를 잡는것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가한 곳으로 날 데리고 가더니 안 주머니에서 신문지에 싼 한 뭉치의 꾸러미를 주면서 ‘사장님이 어제 떠나시면서 군대 동기가 오면 이걸 꼭 전해 주라’고했다며 나에게 내 밀고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떨결에 받아든 꾸러미 속에는 만원. 천원 짜리 지폐가 한 가득했고 거기에는 눈물에 얼룩진 편지 한 장이 함께 있었습니다.녀석이 준 돈뭉치와 편지를 받아 들고 나는 손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옆에 아내도 미안 했던지 .’ 아이고 이 양반 미리 이런 사정 애기나 좀 하지. 하며 그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세상에 돈보다 귀한 것이 있다는 걸 인생 60년을 살고서야 알았습니다. 
동기가 전해준 돈 꾸러미를 옆에 차고 걸어 가는데 왜 그리 눈물은 나는지 슬픔의 눈물도 기쁨의 눈물도 아닌 가슴에서 수십번 거르고 걸러서 흘리는 진한 눈물 이내 발등에 뚝뚝 떨어 지고 있습니다.

동기 보아라 
긴 애기를 쓸 시간이 없구나.
내일 중국으로 떠난다. 모든 것이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쳤다.
사람들은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가겠지만 자네만은 내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나에게 짊어진 모든 채무는 내가 반드시 값는다. 비록 지금 사업이 어려워 잠시 피신하지만 결코 내 인생 자체를 부도내고 싶지는 않다.
자네와의 우정이 돈보다 먼저이기에 여기 작은 돈을 모아 자네에게 진 빛을 갚는다.
이자는 이다음 우리 만나면 말도 황혼의 별장에서처럼 어깨동무하며 한잔 하는 것으로 대신 하자.
                       영원한 해병대 동기 하사 유 길재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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