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참전수기
| 짜빈동전투 수기 | 아! 잊지 못할 짜빈동 전투

▲ 정문용(해병 175기)

산인민속전시관 대표

인헌무공훈장

■ 전원 전투준비로 집합!
55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전투를 회상한다.
1967년 2월 14일 아침 먼동이 트자 “오늘도 무사히 살았구나!” 하는 안도를 하며 눈을 뜨니 갑자기 “기상! 전원 전투준비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적의 포탄이 날아올까봐 집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3소대 전원은 정정상 소대장의 인솔하에 11중대 진지에 도착했다.
11중대 방석은 30고지라고 믿기지 않는 자그마한 언덕 지형이었는데, 중대본부와 각 소대 진지가 어디인 줄 파악도 못한 채 어둠이 깔려왔다.
곧 개인 텐트를 치고 병기 손질 후 “오늘 저녁도 무사히 자려나?”하며 잠이 들 무렵인 11시경 갑자기 “꽝! 꽈~꽝!”하는 소리와 함께 철조망에 매달아놓은 조명탄이 터지며 환한 대낮으로 화했다.
“아차!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소총을 들고 교통호로 뛰어들었다.
그리곤 갑자기 조용해졌다. 야생동물이 건드렸나 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긴장으로 늦게 잠이 들 무렵인 새벽 4시경 “꽝! 꽈~꽝!”소리와 함께 온통 콩볶는 듯한 총소리가 사방에 들려왔다.
한여름에 우박이 쏟아지듯 하는 총알을 피해 M-1소총과 탄띠만 들고 교통호로 몸을 날렸다. 곧이어 이다성(목포 출신) 수병이 들어왔다.

■ 그렇다! 용감히 싸우자, 물러서지 말자
다행히 11중대 벙커는 견고해서 적의 방망이 수류탄 정도는 문제가 안 되었다.
벙커 안 캔 통에는 수류탄과 실탄이 가득해 마음이 든든했다. 이것이 바로 유비무환(有備無患) 아닌가?
이 수병과 나는 정신없이 사격을 가했다. 반자동클립이어서 8발을 다 쏘면 한사람이 갈아껴주고 하니까 적들은 기관총인 줄 알 거다.
조명탄이 뜨면 사방이 대낮 같고 꺼지면 어둠이 깔리는데, 밝을 때 보니까 적들은 수풀로 위장하여 쳐들어오다가 바짝 엎드리는 것이다. 정말 벌떼들만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월맹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정규군 1개연대가 1/10밖에 안 되는 청룡을 공격해온 것이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 여기서 싸우다 죽어야 한다.
그때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다! 용감히 싸우자, 물러서지 말자’ 생각하니 공포가 사라졌다.
정신없이 쏘고 있는데 누가 기어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우리 소대원이 부상을 당해 헤매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재빨리 허리춤의 압박붕대로 감아주곤 벙커 속으로 들여보낸 후 다시 이수병과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어둠에서는 왜 그리 총알이 많이 보이는지….
적군이 기어와 수류탄을 한 평도 안 되는 우리 벙커 안으로 던졌다.
터지는 소리가 밖의 총소리에 가려 그냥 ‘푹석’하는 정도였는데 나의 온몸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목, 왼팔, 왼쪽다리, 오른쪽 대퇴부 등 성한 곳이 없었다.
어릴 적 오줌을 바지에 싸 흘러내리는 것 같이 피가 흐를 뿐 아픈 것도 몰랐다.
바지를 찢어 대강 지혈조치를 하곤 ‘호랑이가 물러가도 정신만은 잃지 말자’는 각오로 있을 때 누가 “어디 맞았소” 하고 물었지만 나는 전투능력을 상실한 채 벙커속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부상전우들의 신음소리만 들려왔다.
신음과 고통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을 지경이어서 기어 나온데 마침 나를 발견한 분대장이 다른 벙커로 들여보냈다.

■ “만세! 만세” 함성
나 혼자만 있는 그곳에서 ‘이제 생을 마감해야 보다’하며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며 먼동이 트는 게 보였다.
‘아! 이젠 살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만세! 만세”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우리 해병이 승리했다. 월맹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곤 퇴각해버렸다.
내가 그때 그 벙커에서 기어 나오지 않았다면 나도 지금 국립현충원에 누워있을 것이다.
무슨 영화에서나 보는 것같이 우리 3소대는 이다성 수병 포함 4명 전사, 7명 부상자가 났다.
나는 응급조치 후 미군병원으로, 다시 육군 야전병원으로, 거기서 다시 고국으로 후송되어 지금은 전상이 6급1항의 노병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 전쟁은 부질없는 짓이다.
전쟁은 부질없는 짓이다. ‘나의 총에 맞아 돌아간 월맹군들은 얼마다 될까?’ 이 또한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아픔으로 살고 있는 것이 나의 평생 업보라고 생각한다.
그날 전사하신 청룡용사들과 11중대 전우님 모두와 1대대 1중대 3소대 전우 여러분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필승!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적해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