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포탄으로 얼룩진 K9 포상.

● “얼마나 화가 났던지 3번이나 ‘사격 준비 끝!’을 외쳤다”

연평도 포격전 당일에는 해군과 연계한 해상 사격훈련과 포병 전술훈련평가가 계획되어 있었다.
오후에 합참으로부터 사격 승인이 나서 훈련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재사격을 위해 뇌관을 교체하고 있던 도중 ‘꽝’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실에 있던 모든 대원들은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여 1층으로 올라가 포상을 바라보았다.
까만 연기가 중대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주둔지 주변과 마을까지 포탄이 파열하는 모습이 보였고 여기저기서 화염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부대장님의 사격 준비 지시 명령이 내려왔다.
포탄이 낙하 되는 상황에서 즉각 사격 준비를 지시했다.
0포는 북한의 도발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 3번이나 “사격 준비 끝!”을 외쳤다.
‘사격 준비 끝’을 외칠 때 고마움과 자신감이 넘쳤다.
부대장님은 “사격해!”라고 단호하게 명령하셨다.
적을 향해 사격하는 우리의 모습은 긴장감보다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고, 적의 기습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소산을 하고 다시 사격 준비를 해서 대응했다.
갑작스러운 적의 기습 포격으로 선제 타격을 받은 중대와 적의 포탄에 목숨을 걸고 개인의 임무에 충실하고 상하 간에 서로를 챙겨가며 긴박한 상황에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 준 중대원!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살아줘서 고맙다.

▲ 김정수
해병소령
당시 포7중대장
화랑무공훈장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격으로 불타고 있는 연평도 모습.

● ‘죽이고 싶다. 쏘고 싶다. 아주 아주 간절하게도’

그날은 ATT 평가 사격 날이었다.
원래는 포반이 모두 사격에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하여 2문은 대기포로 운용하였다.
첫 번째 사격과 두 번째 사격은 이상 없이 사격하였다.
“좋아! 사격은 이상 없다!”
모든 사격이 끝나고 마지막 임무인 최후 방어 사격만 남았다.
뇌관을 교체한 후 사격지휘소에 보고하기 위해 포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눈으로 믿지 못할 광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0포 후방 측면에서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오르는게 눈으로 들어왔다. 정비반장이 외쳤다.
“북한의 보복사격이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그 소리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야산과 부대는 불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신속하게 포로 뛰어가 외부포상에 있는 포 안으로 들어갔다. 머릿속에는 포탄을 적 심장으로 날려 복수를 하여야 한다는 집념밖에 없었다.
‘죽이고 싶다. 쏘고 싶다. 아주 아주 간절하게도.’
대응사격이 끝나고 신속하게 소산했다. 적들이 또다시 공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된 소강상태가 되자 밖으로 나왔다. 연기에 가득 찬 연평도가 눈에 들어왔다.
‘산을 뒤덮은 화염과 포상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이게 전쟁의 시작이구나.’
적 포탄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얼어있던 인원도, 회피한 인원 없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해병들이 자랑스럽고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번 계기로 1%라도 적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에 맞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과 우리 중대가 노출된 것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교육훈련만이 우리 각개 병사들을 살리고 무사 전역할 수 있다는 것을 뼛속까지 새기며 2010년 11월 23일 14시 34분을 잊지 않겠다.

▲ 김상혁
해병상사
당시 포7중대 포술담당
인헌무공훈장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