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도에서 시작한 해병대 근무
해병 110기 가수 윤항기 선배님의 ‘보고싶다 동기들아’ 동기생 찾는 기사를 읽는 순간 찡한 마음으로 현역 시절이 떠올라 회상해 봅니다.
저는 해병 125기입니다. 15기 선임 하늘 같은 선배님들과 진해와 상남에서 3개월간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치고 김포여단으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61년 12월 고향 집을 떠나 62년 4월 처음 고향 경기도 땅을 밟아보는 순간 그 기쁨은 지금도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보충대로 가지 않고 바로 배치, 강화도로 갔습니다.
살벌하고 으스스한 느낌, 일개 분대가 지키는 초소로 배치되어 임무는 단 한 가지, 2명 한 조로 서해 해변에서 전자가 밤 12시까지 후자가 날 샐 때까지 경계근무를 섰습니다.
바닷물을 타고 뱀처럼 머리만 내밀고 넘어오는 북한의 간첩을 잡거나 발견해 신고하는 임무였습니다.

■ “야~ 이 개아들들아!”
초소장님의 근무수칙 “인민군은 해병대 귀 하나만 짤라 가도 제대다. 눈 똑바로 뜨고 근무해라.” 자라고 해도 못 잤습니다.
지금은 강화도를 중대가 지킨다, 대대가 지킨다 하는데 그때는 1개 소대가 지켰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24시간 내내 김일성 찬양 노래, 위대하다고 살기 좋은 천국이라고 개코같은 소리를 듣기 싫도록 확성기를 크게 해서, 우리도 확성기를 맞불을 놓았지만 점잖게 “야~ 우리는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지하철 건설한다(62년도)” 한마디만 했습니다.
가끔 확성기 방송이 양쪽 모두가 그칠 때가 있습니다. 그럼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그럴 땐 우리 몇이 모여 하나둘셋 해서 “야~ 이 개아들들아!”라고 고함을 치지요.
그러면 인민군 놈들은 무차별 총을 난사합니다(총알이 우리까지는 못 옵니다). 우리는 번개처럼 반공호로 몸을 날립니다.
가끔 총기 오발 사건이 닌다고 M1총에 장전 못 하게 8발짜리 크리크를 종이로 써 마무리 부분을 소대장의 도장을 찍어 줍니다.

■ 지금도 생생한 전우들
우리 부대의 김포 근무가 끝나고 다음 근무지 포항으로 가기 위해 트럭을 타고 영등포역으로 가는데 한강 넘어 파주의 심학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집에 갈 수 있겠지 했다가(심학산 아래 북쪽으로 서패리는 제가 나서 자란곳) 집에 부모 형제를 못 보고 먼 포항으로 가는데 고개 마루턱에 우리 식구들이 있는 것 같아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분대별로 흩어져 있다가 포항에 오니 소대 전체가 한 내무반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때는 구호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다’, ‘적과 싸울 땐 죽을 때까지 싸운다’였습니다. 지금의 필승도 좋지만요.
김포 있을 때 선임 고참은 제대했고, 제대가 가까운 고참은 이곳에 잔류, 포항에선 110기가 최고참인데 110기가 세 명이나 있어서 나와 같은 경기도 안수남씨, 호남 노옥영씨, 영남(?) 최호덕씨가 있었는데, 이들은 하늘이지 우린 땅, 그만큼 사랑도 받았지만 하늘 같이 모셨지요.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름이고 모습이고 생생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저와 함께 근무했던 이들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최재근(해병 12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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