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내 해병 220기 숲속의힐링센터 대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

■ 인류와 술의 깊은 인연
다윈의 진화론에서 인류는 원숭이에서 진화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대두되었고, 초기의 화석 인류에서 현대 인류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진화 과정을 거쳐 나오는 데에는 문화적인 수단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요리는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원시 시대의 인류는 더 좋은 조건의 환경과 식량을 찾아다니는 유랑 생활을 했으며, 인류 진화와 사회 구조는 당근이나 감자 등 근채류를 요리함으로써 변화 발전하기 시작했다.
요리는 공동체 생활과도 관련이 있다.
침팬지나 유인원인 경우에는 먹이를 발견 즉시 그 자리에서 먹는다.
반면 먹이를 날로 먹지 않고 요리를 할 경우에는 여럿이 모여야 할 뿐 아니라, 먹이를 공동 장소에 모아야 하므로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술도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류에 의해 역사도 시작되었으리라 믿어지지만,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태곳적 원숭이 무리들이 잘 익은 포도를 한 아름씩 따 와서는 알맹이는 맛있게 먹고 껍질은 바위 위에 버렸는데, 그 바위가 물이 고일 수 있는 장소라서 포도껍데기가 빗물과 햇살이 한데 어우러져 빗 좋고 질 좋은 포도주가 탄생되었으리라.
목이 마른 원숭이들이 이를 마시고는 기분이 좋아진 무리들은 한바탕 춤의 향연이 벌어지니, 술에 대한 역사도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며 인류와 술은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좋은 술은 막걸리?
술을 분류해보면 증류주·발효주·양조주·혼성주로 나눠지고 세계의 술의 종류는 약 1만여 종류나 된다.
1967년 미국의 하버드대학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맛 좋고 질 좋은 술이 어떤 술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몸소 세계를 돌아다니며 조사 연구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막걸리가 1위를 차지했다.
막걸리는 곡식을 쪄서 누룩을 버무려 적당한 온도로 발효시켜 그대로 짜낸 곡주로서 체격이 야윈 사람들은 식후 한 잔씩 하면 체중이 늘어난다고 할 정도로 영양 만점이지만 식사를 하면서 마시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점과 마시고 나면 좋지 않는 냄새를 풍긴다는 약점 때문에 그 수요가 많지 않다가, 그 진가가 최근에는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새롭게 밝혀진 바 있다.
같은 양이라면 인체의 유익균인 유산균이 야쿠르트의 백 배나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출은 물론 국민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의 전통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술의 어원은 물에 불이 붙어서 수블 → 수을 → 수울 → 술로 변천되었고, 해학적으로는 목 너머로 술술 잘 넘어간다고 하여 술이라고 했다 하니 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인류와 함께 시작된 술의 멋과 맛을 즐겼을 것이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술 생각이 난 동료가 목을 슬슬 만지며 술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건네보기도 하는데, 횟집에서 우럭회에 소주 한 잔의 맛, 삼겹살을 구워 상추를 두툼하게 싸서 한 입 넣고 곁들인 소주의 맛, 여름철 목이 마를 때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 촐촐할 때나 등산을 하고 하산 길에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큼지막한 사발에 찌그러진 양은 주전에서 촐촐 흘러나오는 텁텁한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새콤한 김치에 두부를 싸서 입 안 가득히 넣고 오물오물 씹어가며 입술에 묻은 막걸리를 손으로 쓰윽 훔치고 난 후의 뒷맛이란 세계 1위다운 우리의 맛과 멋스러움일 것이다.
또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연인과 마주보는 양주잔에 조용히 스며드는 향과, 음미하듯 살짝 마셔본 한 모금의 양주는 쉽게 잊히지 않는 첫사랑의 여인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 술은 무서운 독약으로 변하기도…
충분한 안주와 적당량의 술은 소화 작용은 물론 혈액순환을 돕고 기분을 좋게 해 일석삼조의 효과에 삶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인 것이다.
술은 오랜 세월 동안 인류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인류는 불안과 공포, 고통을 술로써 해결하려고 노력하였고, 마음을 변화시켜 용기를 얻으려 하거나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데 사용돼 왔다.
이토록 술은 장점도 많지만 마시는 방법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독약으로 변하여 사고력·집중력·기억력·판단력의 장애와 가정 폭력으로 이어져 아내와 어린이 학대·성범죄·교통사고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12월의 망년회,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른 우리 민원실 직원들도 어김없이 뿌리 깊은 술잔 돌리는 자리에 함께 하였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또한 어릴 적 구슬치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이내 자리를 옮겨가며 마치 인심이라도 쓰듯 돌아가는 술잔은 마침내 술잔 부딪치는 이후를 기억 불능 상태로 몰고 가 결국은 필름 절단 사고가 났다.
다음날 직원들의 눈빛이 야릇해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직원들의 부축으로 간신히 집에 도착하였다는 근심 섞인 한마디, 비로소 술에 대한 가치관과 잘못 마신 술의 폐단에 추한 모습의 자화상, 온종일 패잔병 의식 속에 보내야 했다.
그런데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도 5·18추모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이 술판이 지나쳐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폭탄주에 취한 환경부의 한 고위 공직자는 여성 장관을 비하하는 발언 끝에 자리를 물러나야만 했다.

■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이렇듯 본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 원인은 우리의 잘못된 음주습관 때문인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신없이 돌아간 술잔의 결말이 어떠하였는지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는 자라면 그 심각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해보고 음주 습관을 바로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주(酒)’자를 풀이 해봐도 ‘삼수변(氵)’에 ‘닭유(酉)’자로 구성돼 있어 “닭이 훼에 들어간 후에 마시라”는 뜻도 되지만, “닭이 물 한 모금 입에 넣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넘기고 또 그렇게 반복하듯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다.
역사에 비춰 봐도 술을 즐기며 풍류와 시로한 평생을 보낸 유명인들도 있긴 하다.
서양의 대표적인 주선(酒仙)은 독일의 작곡가 브람스(Brahms)이다.
그는 세상을 하직하는 자리에서조차 마지막 술 한 잔을 청한 뒤 “아! 좋다. 이렇게 고마운 세상을 떠나다니”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취한 듯 눈을 감았다고 한다.
동양의 대표 격인 이백은 그의 ‘자견(自遣)’이라는 시에서 술 취한 세상의 고즈넉함을 보여준다.
“술 마시는 사이 어느덧 날이 지고, 옷자락에 어느덧 낙엽이 수북이 쌓였는데 취한 걸음 시냇물의 달 밟고 돌아갈 때 새도 사람도 없이 나 혼자로다.”
이렇듯 술에 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주선들도 술을 즐기면서도 술에 대한 교훈을 남기는 명인들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하겠다.
담배는 애용 여하에 관계없이 백해무익하여 금연운동이 한창 전개된 적도 있었지만, 금주운동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술은 적당히만 마시면 유익한 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나이 들어 정겨운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술 취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두세 명 정도 있다면 인생을 결코 헛되이 살아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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