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0월 국경선을 넘어 들어오는 중공군 <사진=국가기록원>

■ 역사적 아이러니, 중공군 개입
중공군의 개입은 역사적 아이러니 비슷했다. 400여 년 전인 1592년 말 임진왜란으로 일본이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 지역으로 쳐들어오자 명나라는 5만의 병력을 파견, 조선을 도운 적이 있었다.
이때 중국 측은 일본군의 명나라 침입을 막고 자신들의 안보를 위한 예방전쟁, 소위 항왜원조(抗倭援朝)를 구실로 전쟁에 개입했다. 역사 되풀이가 재현된 셈이다.
한반도에 있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6‧25전쟁은 핵무장 시대의 첫 번째 국지화된 세계적인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소련은 3차 세계대전을 겁내며 중공을 앞세워 조심스럽게 자기들 공산 진영을 지원했으나 미국은 불의의 침략을 받은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자유진영 20여 개국을 이끌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특히 본격적으로 서방과 대결하기가 어려웠던 소련은 갖은 방법으로 설득해 건국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중공을 전장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펑더화이(左)와 김일성

■ 중공 인민군총사령관 펑더화이, 단신으로 북한에…
중공 인민지원군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칠흑 같은 야음을 타고 단신으로 압록강을 건넜을 때 바야흐로 선전포고 없는 국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950년 10월 19일 저녁 쌀쌀한 가을 공기를 가르면서 압록강을 건넌 순간 펑은 총사령관인 자신이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조선인민군 무장으로 위장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잊고 시안에서 입고 온 누런색 중공군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대에서 마련해준 족제비의 일종인 담비 털로 된 두툼한 외투도 놓고 왔다.
그는 면도도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반 백색의 머리카락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 쭈뼛쭈뼛 서 있었다. 그리고 조선어 통역을 데리고 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강 건너 만주의 13병단 임시작전회의실에 있던 덩화, 홍쉐즈 등 참모들은 펑이 떠난 뒤 서둘러 저녁밥을 먹고 40군을 필두로 38군, 39군이 뒤를 이어 도강을 시작했고, 다음날 저녁(20일)을 기다려 각 군 사령부 (중공군 1개 군은 한국식 군단 규모), 군사위원회 요원 등 후방지원 참모부대가 조선에 들어왔다.

■ 미군 피하고 한국군 우선 공격
펑은 적군이 압록강에 도달하기 위해 서둘러 맹공격을 하고 있으므로 절대 한국군이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위장과 엄폐, 차폐를 당부한 뒤 적이 목표 지역에 먼저 도달해 있는 경우, 한국군이 막 도착하려는 경우, 그리고 한국군과 도중에 조우할 경우를 상정하여 대처 요령을 설명했다.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이 강조한 대로 될 수 있는 한 한국군을 상대로 전투하라고 지시했다.
그것은 한국군이 우선 장비가 미군만 못하여 화력이 약하고 전쟁 경험이 일천하여 장교들의 지휘통솔에 한계가 있으며 미군에 비해 공군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등 약점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소련의 공군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는 가급적 미군과의 직접 충돌을 미루는 것이 상책이라는 정치적 배려도 있었다.

아군의 총구를 향해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광경. <사진=국가기록원>

■ 제갈공명, 손자병법을 가미한 인해전술
중공군의 전법은 야간을 이용하여 철저한 매복, 유인 작전으로 가능한 산악지대에서 근접전을 벌이고, 피리를 불며 공포심을 자극하는 심리전을 활용하고, 치고 빠지는 속전속결로 초반전에 박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방심하거나 ‘설마’하고 준비를 게을리하도록 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시 공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초현대식 장비를 갖춘 미군 등 유엔군을 대적하여 장비가 빈약한 중공군으로서는 중국 해방전쟁에서 장제스(蔣介石) 부대를 괴멸시켰던 삼국지 시대의 제갈공명이나 손자병법을 쓰도록 하였다.
마오 자신이 화력과 공군력의 열세를 감안하여 6‧25전쟁에서의 병력은 최소한 미군 1명에 중공군 4명이 대결하는 인해전술을 써야 한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절대적으로 수적 우세를 갖추고 집중시키는 것은 그들의 작전원칙이었다.
중공군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병력은 26~30만이었으나 그 규모는 머지않아 60만 수준까지 대폭 증강되게 된다.
조선인민군은 개전 초보다 많이 줄어들어 4개 사단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7만 5천 명 정도였다. 유엔군은 한국군을 포함, 20만이 채 되지 않았다.

■ 맥아더의 헛다리
중공군이 몰래 들어와서 참호를 파고 한국군과 미군이 덫에 걸리도록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도쿄의 맥아더(Douglas McArthur)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국에 개선, 금의환향하는 단꿈에 젖어 있었다.
1950년 10월 중순, 미국과 일본의 중간 지점에 있는 웨이크섬 회담장에서 맥아더가 한국전쟁에서의 승리를 자신하자, 미국 대통령 트루먼(Harry S. Truman)은 가장 중요한 문제점, 즉 중공이나 소련의 개입 가능성을 끄집어냈다.
맥아더는 󰡒그런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일축한 뒤 그들이 한두 달 전에 개입했더라면 매우 결정적일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는 이어 중공은 만주에 약 30만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10만 내지 12만 5천 명이 압록강 연안에 배치되어 있으며, 5~6만 정도가 도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군력이 없는 그들이 평양 쪽으로 내려오면 역사상 유례없는 살육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자 미 합참에서 나온 장군들이 “그렇다면 한국에서 전투 중인 미 2사단을 유럽 쪽으로 빼내어 줄 수 있는가”라고 요청하자 󰡒크리스마스 때까지 장병들을 귀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이런 맥아더의 자신감에 배석하고 있던 외교전문가 러스크(Dean Rusk)의 눈에는 중공이 개입할지도 모른다고 되풀이한 경고를 맥아더가 경시하고 있으며, 유엔군이 한만 국경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당황하고 불리한 처지에 처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중공 측의 우려나 입장은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마오쩌둥, 정확한 적정 파악하고 있어…
나중에 밝혀진 중국 측 기록이나 만주로 귀환한 조선족 참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중공은 이때 이미 유엔군의 배치 상황, 전투 능력 등을 소상히 파악, 소단위 전투부대에까지 정확한 적정을 통지해 주고 있었다.
사실상 매일 매일 전황을 보고 받고 지시한 마오쩌둥은 서부전선의 유엔군을 주목적으로 하여 중공군의 최정예 부대인 제4야전군 소속이었던 38·39·40군을 집중 투입하여 한국군 6·7·8사단을 치고, 동·서 전선을 연결하는 교통요지인 평북(지금은 자강도) 희천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패주하는 북한 인민군은 가급적 후방에서 유격전을 벌여 북진하는 유엔군의 후면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동부 전선은 미 10군단과 해병대가 원산, 흥남 쪽에 상륙하여 장진호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으나 속도가 느렸다.
잘나가던 한국군 6사단 2연대 3대대는 운산군 온정리에서 중공군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 750명 가운데 400명이 겨우 탈출하는 첫 패배를 당했다.
국군은 이때 중공군이 이미 도착하여 매복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병력을 분산하여 대대 규모 등 소규모로 방심한 상태로 서둘러 진격했고, 부대의 모습을 눈에 띄게 다 노출시키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출처 : 6·25전쟁과 중공군(박실 저, 2015, 청미디어 발행)
정리 : 신동설 발행인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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