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左) 대통령 해병대사령부 초도순시 때 강기천 사령관과 함께(1969.1.)

5·16 전날 사령부 기획참모부장 강기천 대령은 예기치 못한 두 사람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먼저 방문한 김동하 장군은 잠시 환담을 나누다가 자리를 뜰 때 다음날의 기상예보를 묻기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했더니 “날씨가 좋으면 낚시를 하러 갈까 해서 그런다”고 대꾸했다.
김 장군이 떠난 뒤에 별도로 방문한 제2훈련단 참모장 정세웅 중령은 선물이라고 하면서 미제 권총 1정과 약간의 실탄을 주고 갔다.
그때까지 아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던 강 대령은 세상이 발칵 뒤집힌 다음 날 아침에야 두 사람의 방문이 군사혁명과 관련됐었다는 걸 알게 됐다.
5·16 아침 강 대령은 출근하자마자 거사에 가담한 해병대 장병들의 식사 문제를 비롯한 보급 지원 문제를 걱정하며 급히 한남동 막사에 연락을 취해 밥을 짓도록 주선했다.
그런 다음 거사 부대 장병들이 집결해 있는 서울시 경찰국으로 가서 김윤근 준장과 오정근 중령을 비롯한 여러 지휘관과 참모 장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또한 그들에게 기동 공간이 제약을 받고 있는 시경찰국에 집결해 있으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니 KBS가 있는 남산으로 올라가 진지를 구축하라고 조언했고, 그 조언은 즉각 받아들여졌다.
그날 아침 사령부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대부분의 국감실장들은 냉정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강 대령의 행동은 해병대의 일이라는 가족적인 배려였겠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담하게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강 대령은 약 2년 뒤인 1963년 2월,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사위원장으로 임명되어 1년여간 막중한 직무를 수행했다.
특히 그 기간 중 그는 해병대사령관의 위상 제고를 위해 해병대사령관을 군무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했고, 이때부터 비로소 ‘육·해·공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이란 말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게 됐다.
그 후 국군의 베트남 파병 기간 중 1사단장을 거쳐 제7대 사령관을 역임했던 강기천 장군은 임기 1년 연장과 함께 해·공군 참모총장과 대장 계급으로 승진했다.
특히 5‧16혁명 주체세력이 아니면서도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 겸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하며 혁명과업 완수를 위해 소신껏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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