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3시를 기하여 해·공군 및 해병대와 궐기하였습니다.
조국과 겨레에 반역이 되는 결과가 된다면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전원 자결하기를 맹세합니다.

1961년 5월 16일, 대한민국은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 거국적인 대반전을 맞았다. 박정희 육군소장의 용단 아래 그가 이끄는 군인들이 제2공화국 장면 정부를 전복하고, 혁명정부를 수립한 것이다. 이 군사혁명이 시발점이 되어 이후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뤄내고 국방 안정·경제 성장 등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혁명적인 변화와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 그리고 5·16군사혁명 당시, 그 급격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해병대가 있었다. 【고명석 기자】

5·16군사혁명 아침 군사혁명위원회 장도영(左) 의장과 박정희 부의장.

■ 5·16군사혁명, 역사를 바꾸다
5·16군사혁명은 군부가 물리력으로 합헌 정부를 뒤엎고 정권을 잡은 점에서 쿠데타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 박정희 세력이 이 나라에서 한 일은 근대화 혁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혁명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그런 혁명의 결과이다.
쿠데타는 수단이고 결과는 혁명이었다. 전자는 법률적 평가, 후자는 전자를 포괄한 더 넓은 의미의 역사적 평가이다.
이 과정에서 2공화국 장면 총리는 진압 노력도 하지 않고 일찌감치 피신해버려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무혈혁명이 되었다.
군사혁명위원회 의장은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이 추대됐고, 박정의는 부의장으로 취임했다.
→ 4~5면 계속

■ 혁명 당일 박정희 육군소장이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에게 보낸 편지
존경하는 참모총장 각하.
각하의 충성스러운 육군은 금 16일 3시를 기하여 해·공군 및 해병대와 더불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궐기하였습니다.
각하의 사전승인을 얻지 않고 독단 거사를 하게 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옵니다.
그러나 백척간두에 놓인 국가민족을 구하고 명일의 번영을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오직 이 길 하나밖에 없다는 확고부동한 신념과 민족적인 사명감에 일철하여 결사 감행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들이 택한 이 방법이 조국과 겨레에 반역이 되는 결과가 된다면 우리들은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전원 자결하기를 맹세합니다.
각하께서는 저희들의 우국지성을 촌도하시고 쾌히 승낙하시고 동조하시와 나오셔서 이 역사적인 민족과업을 수행하는 시기에 영도자로서 진두에서 지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저희들은 총장 각하를 중심으로 굳건히 단결하여 민족사적 사명완수에 신명을 바칠 것을 다시 한 번 맹세합니다.
소관이 직접 각하를 찾아뵈어야 하오나 부대를 지휘중이므로 부득이 동료들을 특파하게 되었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5월 16일 소장, 박정희

※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자료 제공

■ 박정희 대통령의 주요 업적 30가지
1. 대한민국 최초 주민등록증 제도
2. 서민 위한 최초 의료보험제도 실시
3. 그린벨트 설치, 세계 4대 조림성공국 등극
4. 학원·과외 전면금지, 교육의 평등 실현
5. 1979년 88올림픽 유치 계획 수립
6. 미국 브로드웨이 카퍼레이드 행진
7. 홍수· 가뭄·환경 대비 4대강 다목적댐 준공
8. 제주도 감귤사업 조성, 국제 관광지 구축
9. 경제발전 획기적 계기 된 고속도로 건설
10. 근면·자조·협동 정신 일깨운 새마을운동
11. 자동차 산업 육성, 효자산업으로 성장
12. 화교 억제정책, 경제적 자립·자주성 수호
13. 베트남전 파병,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이익
14. 다수확품종 통일벼 재배, 녹색혁명 성공
15. 남북적십자회담, 7.4남북공동성명 대북정책
16. 한일협정체결 청구비용으로 경제발전 토대
17. 철강산업 육성, 세계적 철강업체 기반
18. 2001~2012년 세계 1위 조선산업 기반
19. 공업단지 조성, 경공업·중화학공업 성장
20.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21. 세계 1위 반도체 전자공업 기반
22. 자주국방 통한 철통같은 국가안 실현
23. 과학진흥계획 수립, 세계적 과학국가 조성
24. 역사적 인물 기념사업 정부주도 추진
25. ‘하면 된다’ 긍정적인 대국민 리더십
26. 강남 일대 개발, 세계적 중심지로
27. 호국문화유산 등 문화재 발굴·정비
28. 고교평준화 등 현대식 교육체계 조성
29. 오일쇼크 이후 중동국가 교류 ‘중동 특수’
30. 적극적 외교 통해 세계의 동반자 구축

1961년 5월 16일, 그날의 해병대는?

1961.9.15. 강화도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에 모인 육사 8기생 등 5·16 주역들. <앞줄 좌측부터> 오정근 중령(해병), 강상욱·오치성·이석제 대령. <뒷줄 좌측부터> 옥창호·정세웅 대령(해병), 길재호 대령,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유원식 준장.

김윤근 당시 해병여단장

오정근 당시 대대장

 ■ 역사의 태동

5·16군사혁명의 발단은 정군 운동이었다. 이는 곧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김종필 등 5·16 주체세력의 핵심 멤버 육사 8기생 9명이 분열된 상태로 무능한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 세력을 제거해 군정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0년 9월 10일 이른바 충무장 결의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그해 말에 박정희를 정변의 지도자로 세우자는 데에 합의했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 인맥, 군내 인맥 등을 이용해 자신과 알고 지내던 육군 장성들과 제30사단, 제33사단장, 문재준과 6군단 포병단, 공수특전단 등을 포섭했고, 이후에는 해병대도 뜻을 함께 하게 됐다.

■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다”
1961년 1월 하순 김윤근(해병준장)은 김포 해병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만주군관학교 제6기로 박정희보다는 4년 후배였다.
또한 3·15 부정선거 시기에 박정희와 군사혁명을 모의했던 김동하(해병소장)는 뚜렷한 이유 없이 예편당했다.
김동하는 만주군관학교 1기로 박정희보다 1년 선배였다.
김동하는 후배 김윤근을 군사혁명 동조세력으로 끌어들였다.
김윤근이 김포여단장으로 발령을 받자 박정희와 김동하는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는 육군에 이어 해병여단을 포섭함으로써 쿠데타를 하는데 적합한 기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 ‘D데이 H아워’는 5월 16일 새벽 3시
박정희 혁명 계획의 핵심은 1961년 4월 19일 혁명 1주년 기념일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 수도권의 부대들이 폭동 진압에 동원되며 이미 포섭한 장교들에 의해서 이 부대가 혁명군으로 돌변,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61년 4월 19일은 평화적인 시위로 끝나 장면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4·19 혁명은 물 건너가게 되었다. 박정희를 비롯한 혁명 가담자들은 마음이 급했고 불안했다.
박정희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박정희와 혁명 세력들은 다시 5월 16일 새벽 3시를 ‘D데이 H아워’로 날짜를 잡고 직접 거병하기로 의지를 다졌다.

■ “실패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집에 양식 사주라”
5월 14일 D-데이를 이틀 앞두고 서울 약수동 김종필의 형인 김종락의 집에 박정희를 비롯 혁명 주체 세력들이 다 모였다.
박정희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쿠데타군 출동 계획의 입안자인 박원빈 중령이 각 부대의 임무와 출동 시간을 설명했다.
원래 박원빈은 한강 서쪽에 위치한 부대가 한강 인도교를 건너는 순서를 해병여단, 공수단, 33사단으로 제의했으나 김윤근 해병여단장이 반대했다.
그는 해병여단이 가장 먼 곳에 있으니 공수단 뒤로 해달라고 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 김종필이 신문지에 싼 돈을 돌렸다.
“실패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집에 각자 양식을 사주라”는 취지였다.
혁명주체 장교들은 15일 밤 11시까지 6관구 참모장실에 모여 박 장군의 지시를 받기로 했다.

5·16군사혁명 아침 경계하는 혁명군들.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혁명지지 데모를 하고 있다.

■ 장교들의 마음 돌린 박정희의 연설
5·16군사혁명의 작전개시는 5월 15일 밤 11시. 완료일시는 5월 16일 새벽 3시.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른 혁명의 작전시간은 불과 4시간이었다.
5월 15일 밤 거사가 탄로나 김재춘 6관구 참모실에는 체포하러 온 헌병들이 들이닥쳤다.
거사를 위해 모여든 혁명파 장교들과 이들을 체포하러 온 비혁명파 장교들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그때 박정희가 6관구 사령부로 들어섰다. 이날 박정희는 피아가 뒤섞인 수십 명의 장교들을 향해 이런 요지의 연설을 했다.
“여러분! 우리는 4·19혁명 이후 그래도 나라가 바로 잡혀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나라 꼴입니까?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장관들이 호텔 방을 잡고 돈 보따리가 오고 가는 이권 운동, 엽관 운동에 여념이 없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자유당 정권을 능가하는 부정부패 무능으로 나라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는 이 정권을 보다 못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 궐기한 것입니다.”
이 연설을 듣고 있던 장교들 중에는 진압군 측에 서야 할지 반란군 측에 서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박정희의 연설이 끝나자 많은 장교들이 감명을 받고 한편이 되어버렸다.

■ “밀어버리겠습니다!”
한강대교를 건너던 혁명군 해병여단 2중대가 헌병대와 교전이 벌어졌다.
소식을 들은 박정희는 직접 한강대교로 갔다. 5월 16일 새벽 2시였다.
해병여단의 선두인 제2중대가 한강 인도교로 진입했을 때 트럭 두 대를 여덟 팔 자로 배치한 헌병들의 제지를 받았다.
중대장 이준섭 대위는 참모총장도 이번 혁명을 지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헌병들이 총장의 명령을 받아 자신들을 환영하러 나온 줄 알고 헌병중대장 김석률 중대장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그런데 김 대위는 “우리는 상부의 명령 없이 어떤 부대의 통과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보고를 전해 들은 오정근(해병중령) 대대장은 김윤근 여단장에게 뛰어갔다.
오 중령도 참모총장이 혁명을 지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으므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하고 따지듯 말했다.
김윤근은 박정희 소장한테 들은 대로 설명해 준 뒤 “해병대만 가지고 혁명을 강행하기로 했으니 헌병이 계속해서 막으면 밀어 버리시오”라고 명령했다.
오정근 중령은 “알았습니다. 밀어버리겠습니다!” 하고 시원하게 복창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 저지선 돌파하는 해병대
오정근 중령은 원래부터 해병대 단독 거사를 꾀했던 이였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주저할 이유가 적었다.
그 뒤 앞쪽에서 총성이 들려 왔고 곧 조용해지더니 오정근 중령이 무전기로 보고했다.
“헌병을 쫓아 버리고 지금 저지선을 통과해서 인도교로 들어갑니다.”
한강 인도교 남단에 설치한 트럭 바리케이드를 넘는 총격전에서 헌병 3명, 이준섭 대위 등 해병 6명이 부상했다.
해병대 후미 쪽에 붙어 있던 김윤근 여단장이 탄 지프도 인도교로 들어갔다.
바리케이드로 놓아둔 트럭은 엔진이 꺼져 있어 치우는 데 시간이 걸릴 듯했다.
김윤근 여단장은 지프에서 내렸다. 중지도 쪽에서 또 총성이 들렸다. 오정근 중령이 달려왔다.
“중지도에 제2저지선이 있고 헌병이 저항합니다. 혹시 이 다리에 폭파 장치를 해두었을지 모르니 병력을 일단 노량진 쪽으로 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폭파 장치가 그리 쉽게 되겠소. 걱정 말고 밀어붙이시오. 그런데 저 저지선의 트럭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에 거슬려요. 저것부터 깨부숴 버려요.”
오정근 중령은 중지도 지점에 설치된 제2저지선의 헤드라이트를 겨냥해서 일제 사격을 하게 했다. 불빛이 꺼지자 제2저지선도 돌파되었다.

■ “또 다른 저지선이 있습니다!”
김윤근 준장은 한강 인도교의 반을 지나 이제는 용산 쪽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서서히 움직이던 해병대 차량 종대는 다시 정지했다. 오정근 중령이 다시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또 다른 저지선이 있습니다!”
“큰일은 무슨 큰일이오. 저지선이 있으면 돌파해 버려야지.”
그러나 김윤근도 앞으로 저지선을 몇 개나 더 돌파해야 할지를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날은 이미 밝아오기 시작하는데 아직 한강 다리에서 우물거리고 있으니…. 실패라면 살아서 욕을 보느니 자결해 버려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가족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가 트럭에 탄 장병들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다. 내가 살아 있어야 아무것도 모르고 출동한 장병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언해 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때 박정희도 차에서 내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있었다. 박정희 일행은 중지도, 즉 한강 다리의 중간 지점을 지나 북쪽으로 걸어갔다.

■ 빗발치는 총알 속을 걷는 박정희
북단에는 제3의 저지선이 있었다. 트럭 4대를 동원하여 차단벽을 만든 것이다. 트럭들 좌우측에서 헌병들이 매복하여 총을 쏘고 있었다.
해병들은 상체를 숙이고 뛰어가 저지선 앞에서 엎드려 응사하고 있었다. 헌병들의 병력이 얼마인지를 알 수 없었으니 불안감은 더했다.
박정희 소장이 상체를 숙이지도 않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박정희가 꼿꼿하게 걸어가는데 총알이 옆으로 쌩쌩거리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김윤근 준장이 박정희에게 뛰어왔다.
“또 다른 저지선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지선이 몇 개나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새기 전에 목표 점령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대로 밀어 버리시오.”
박정희의 침착하고 단호한 태도에 김윤근 준장도 용기를 얻었다.
박정희는 해병대가 작전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강 인도교를 저지하던 트럭 바리케이드가 최종적으로 뚫린 것은 5월 16일 오전 4시 15분경이었다.

■ 5·16의 결정적 역할 한 해병대
5월 16일 새벽 한강을 도하한 혁명군은 서울의 주요기관을 점령했다.
박정희가 부의장으로 취임하고 육군참모총장 장도영이 의장으로 추대된 군사혁명위원회가 구성돼 전권을 장악하고, 혁명의 성공과 6개항의 ‘혁명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아침 드디어 군사혁명에 성공한 박정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청 앞에 나타나 시민들과 언론에 처음으로 노출되었다.
이때 유명해진 사진이 양쪽에 박종규 소령, 차지철 대위, 이낙선 소령을 데리고 서 있는 모습으로, 5·16군사혁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진이 됐다.
김윤근 여단장은 해병대 병력을 동원해 박정희와 함께 선두에서 한강을 도강한 혁명 주역이 됐다.
혁명 당일 기사에서 장도영, 박정희와 함께 주역 3인으로 헤드라인에 올랐다.
다만, 본인은 전면에 내세워지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해병대가 너무 부각되면 군 내부에서 견제가 심해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걱정은 12년 후인 1973년 해병대가 해체, 해군에 흡수되면서 현실화됐다.
해병대는 14년이 지난 1987년에 비로소 재창설되어 새로운 역사를 계속해갔다.

5·16군사혁명의 날 중앙청 앞의 혁명군들.

5·16군사혁명 직후 중앙청 앞의 박정희(中) 소장과 이낙선 소령, 박종규 소령, 차지철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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