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 북부에 있는 스페인 자치도시다. 1415년, 포르투칼의 첫 기착지였던 세우타는 유럽-아프리카 해협의 교역·전략 요충지였다. 대항해시대 신천지를 향한 욕망이 얼마나 뜨거웠던가는 바닷가의 웅장한 요새를 보면 금방 깨닫는다. 1480년 스페인이 포르투칼을 병합하면서 세우타는 새 주인을 맞았다. 스페인은 시내 중앙요새뿐만 아니라 항만 주변 곳곳에 성채를 쌓았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요새에 스페인 국기를 휘날리며 현역 부대가 주둔한다. 흡사 북한산성·남한산성에 수방사 병력이 상주하는 듯한 모습이다.

세우타 항만 방어를 위해 건설된 해안가의 성채.

■ 한국 비무장지대와 흡사한 세우타 국경
넓은 불모지, 철책선, 순찰도로…. 한국 DMZ 전경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스페인(세우타)과 모로코 국경선 모습은 휴전선과 너무나 흡사하다. 한반도 철책선은 쌍방 100만 정규군이 일촉즉발의 전쟁 가능성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세우타 국경은 필사적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차단용 단순장애물이다. 수천 리 험로를 거쳐 모로코산맥까지 온 수많은 아프리카, 시리아 난민들이 호시탐탐 밀입국을 위해 철책인근에서 은거하고 있다. 스페인은 난민 인권을 우호적으로 존중하는 국가다. 밀입국 후 난민 인정을 받으면 유럽 각국 정착이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는 은근히 대한민국 여권의 자부심을 느낀다. 세관원은 한국 여권을 보자마자 스탬프를 ‘꽝’ 내려찍는다. 국가 위상에 따라 그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다르다.

옛 성곽을 본뜬 제54보병연대 부대 정문.

군사박물관의 스페인군 군복 변천 과정 전시물.

아프리카 주둔 부대의 역사를 알려주는 군사박물관 입구 동상.

■ 부대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스페인 군대
1911년 세우타에서 창설된 스페인군 제54연대는 현재도 세우타에 현역부대로 주둔하고 있다. 정규군 연대박물관은 현역 부대 안에 있다. 100여 년 전 성문을 부대 정문으로 쓰고 있다. 역사관에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군복, 무기, 참전 역사, 주요사건, 사진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 제국의 군사 유적은 곳곳에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해체된 부대 군사박물관 입구 앞 부대 기념 동상은 현대식 소총을 파지한 병사가 양 한 마리와 같이 행진하며 국민의 생명·재산 수호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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