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의 母社 도서출판 청미디어는 신종태 조선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의 저서 ‘배낭여행기, 세계의 전사적지를 찾아서’를 근간 예정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 50여 개국의 군사박물관, 격전지 현장을 배낭여행으로 방문하며 기록한 생생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본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미리보기’로 연재합니다.
 

터키는 동서양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이며 한국인들과는 언어구조, 국민정서, 몽고반점까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또한 6·25전쟁 때는 약 15,000여 명이 참전하여 3,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혈맹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스탄불 해군군사박물관 전경

이스탄불 군사박물관 앞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대형화포

■ 6·25전쟁 참전기념 한국공원
터키의 수도 앙카라역 근처의 6·25전쟁 참전기념 한국공원.
기념탑 하단에는 전사자 740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고 태극기와 터키국기가 24시간 휘날린다.
가까운 기차역에서 이스탄불행 표를 예매하다가 우연히 아흐메트(Ahmet)씨 가족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이스탄불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흐메트 씨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했고 아들은 보안회사 직원이며 딸은 교사였다.
한국공원 이야기를 하다 타계한 그의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임을 알았다.
영어에 능숙한 딸이 할아버지 이야기를 아버지 대신 이렇게 전해 주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열렬한 한국 팬이었습니다. 당신이 학생들과 한국공원에 인접한 항공박물관에 가면 반드시 참전기념탑에 들리도록 했습니다. 할아버지 권유로 집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전부 한국산으로 샀습니다. 그분 일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은 미력하지만 젊은 시절 오늘날 한국이 있도록 도와주었던 일입니다.”

■ ‘형제의 나라’ 되새기는 한국전쟁기념전시관
이스탄불 신시가지에 있는 터키 군사박물관은 터키 민족의 기원으로부터 영토 변천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고 있다.
현재 이 박물관은 2015년부터 ‘한국전쟁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넓은 전시공간에는 1950년대 터키 신문, 전선에서의 터키군 활약상, 피난민과 앙카라 학원 사진 등 풍성한 자료로 꽉 차 있다.
터키 육사생도들의 단체관람을 포함하여 학생·시민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특히 참전용사 귀린뤼(Gurunlu)씨의 회고담은 당시 한국 실상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1950년 한국은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한 소녀가 비 내리는 진흙탕에서 혼자 떨어져 울고 있었습니다. 많은 피난민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와 수원 앙카라학교에 맡겼습니다. 우리는 식량과 보급품을 아껴 고아들을 먹이고 입혔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장성하여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다니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터키군은 이 학교를 1966년까지 운영하며 700여 명의 고아들을 돌보았고, 전국에 50개여 개의 구호기관을 세웠다.

■ 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
터키인들은 한국에 대해 많은 호감과 애정을 가진 민족이다.
특히 ‘칸 카르데쉬(피로 맺어진 형제)’라는 말은 오직 한국 사람에게만 한다.
그들은 잿더미 위에서 이룩한 ‘한강의 기적’을 부러워했고 터키군의 한국파병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전쟁 전시관에서 터키인들이 한국을 ‘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사연이 담긴 자료들이 많았다.
1951년 4월 22일 야간, 한탄강 북방전투에서 전사한 쾨낸치(Koinenchi) 중위가 포병대대에 진내사격을 요청한 사연의 일부이다.
“중대는 중공군에게 완전히 포위됐다. 결코 적에게 포로가 될 수는 없다. 우리를 그들에게 넘기지 말라. 방어진지 위로 집중 포격을 해 다오. 터키군 만세!”
현재 이 장교의 이름을 딴 터키의 ‘쾨낸치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전쟁영웅 이야기가 계속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전사한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와 아들, 터키군의 손을 잡고 활짝 웃는 전쟁고아 사진 등은 당시의 전쟁 상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전쟁 특별전시관 입구의 태극기

한국전쟁 시 터키군이 운영한 고아원 ‘수원 앙카라학교’의 전쟁고아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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