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의 마당발 기세억(병 175) 선배가 본지를 방문했다.
  추위도 아랑곳 않은 듯 멋들어진 해병대 복장을 차려 입은 그에게 ‘해병대 자긍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세억 선배는 1966년 3월 7일 입대하여 6개월 간 이등병 생활 후 곧바로 월남에 파병됐다.
  1969년 9월 추라이로 향한 그는 짜빈동전투 등에 포병관측병으로 참전했으며, 전신파편창 등 4군데의 전상을 입어 상이용사가 됐다.
  약 16개월의 파병 참전 후 1968년 1월 포항으로 귀국한 그는 곧 제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20일 휴가를 받고 귀가한 날 김신조 침투 사건이 발생하여 제대가 누락돼 10월에야 제대를 할 수 있었다.
  전역 후 그는 자동차정비자격증을 취득하고 장한평자동차매매시장에서 관련업에 30여 년간 종사하며 평생을 해병대와 가족을 위해 살았다.
  특히 둘째 아들은 해병 766기로 아버지에 이어 입대를 하였지만, 백령도에서 군 복무 중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여 의병 제대 후 세상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그는 3년 반 동안 소송과 재판 등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는데, 끝내 아들의 순직이 인정되어 고인이 된 아들은 현재 대전현충원에 영면해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가 꺼낼 말이 얼마나 많겠느냐마는 해병대 역시 그가 사랑하는 모군이기에 그는 마음 속 깊이 말을 묻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당당한 해병대원으로서 삶을 살았다. 1987년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시작하여 해병대전우회중앙회 기동단장 8년,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중부지회장 8년 등을 지냈으며, 현재까지 해병학교 총동문회 총무국장과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중앙대의원을 맡고 있다.
  현재 그는 해병대 반지와 의복 등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창설 65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공식적인 해병대 반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해병대 반지를 끼는 것은 해병대의 자부심”이라며 “몇 푼 남기고자 해서는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해병대의 자긍심을 세우기 위해서 일 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삶의 연륜이 담긴 강한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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