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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양민 학살, 거론 자체가 문제다한영민(해병 260기) 씬짜오베트남 주필
한영민 주필

베트남에서 20만 명의 한국 교민을 상대로 2002년부터 ‘씬짜오베트남’이라는 베트남 최초의 교민 잡지를 발행하는 해병 260기 한영민 주필이 본사 사무실을 들렸다. 일전에 본지가 베트남에서 한 주필을 인터뷰한 일에 대한 인사 방문이다. 베트남에서 27년을 보내며 베트남의 각종 소식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다루었을 그에게 최근 불거지는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 등에 관하여 현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신동설 발행인】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베 관계가 좀 소원해진 느낌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고, 또 현지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일 처리로 서운함을 느낀 한국민들의 불만이 인터넷을 무대로 제기되고, 또 베트남의 젊은 네티즌들이 그에 대하여 더 강하게 반응하면서 양국 관계에 냉랭한 기류가 흐른 것은 사실입니다. 교민들 역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정도니까요.
이런 일의 원인은 상호 이해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양 국민의 자부심의 충돌이라고 보입니다. 즉 그동안 서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민이 가진 베트남에 관한 생각은 우리가 막대한 투자를 해서 이제 좀 먹고 살게 된 나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베트남은 전쟁 전만 해도 자신들보다 못 살던 나라가 한국이고, 또 자신들의 전쟁에 용병으로 참여하여 참패를 맛본 나라가 최근 들어 사업 환경이 좋은 베트남에 와서 사업을 한다고 투자하기에 받아 주었더니, 이제는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행세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 사태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며 그런 잠재된 심리들이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충돌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한국 사람들이 서운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왜 우리를 일본보다 푸대접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게 바로 우리가 베트남을 자의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최근 베트남은 한국과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베트남은 한국을 원래 선진국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양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이군요.

그들의 기억 속의 한국은 자신들보다 결코 나은 것이 없는 나라였는데, 최근 경제적으로 성장을 했구나 하는 정도의 부러움을 가진 것이 한국에 대한 솔직한 평가입니다. 이런 심리는 존경심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반면 일본에 대하여는 자신들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엄청난 수탈로 2백만의 아사자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에 대하여 항의조차 함부로 하지 못한 엄청난 강대국이라는 생각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쟁 후 많은 베트남의 젊은 엘리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을 하며 일본을 배우고 돌아와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면서 그런 기류는 더욱 굳어져 일본에 대한 경외심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당연히 양국을 대하는 자세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베트남인들의 사고를 고려한다면 이번 양 국민의 갈등은 “우리가 더 낫다”라는 자부심의 충돌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쩌면 양국에 모두 호의적인 방향으로 정리되리라 기대합니다.
한국은 동남아 투자 포트폴리오가 너무 한 곳에 치우쳐있다는 문제가 있었고, 베트남 역시 국가의 경제를 너무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그에 따른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외국 기업인 삼성에 베트남의 GDP가 거의 30% 가까이 좌우된다면, 나라의 경제적 독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베트남 정계에서 나오는 실정이니 베트남 역시 조만간 이에 대한 조정이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 역시 이번 기회에 그들의 사고를 알게 되었으니, 다변화된 투자처로 베트남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 예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 학살이라는 문제가 일부 진보 미디어들의 보도로 문제가 되곤 했는데, 그에 대하여 베트남 현지와 우리 교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전쟁이 끝난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론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베트남 사람들과 베트남 정부조차 결코 반가워하지 않는 일입니다.
과거의 아픔을 씻고 이제 다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베트남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잊혀가는 전쟁 중의 일을 다시 거론하며 상처를 도지게 만드는 일부 한국 언론이나 한국 정부 인사들의 태도는 정말 아연실색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베트남 정부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북베트남은 남베트남과 전쟁을 한 당사자입니다. 그리고 한 쪽이 승리는 하고 통일을 이루어 같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전쟁 중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들쳐가며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다시 하나의 국가로 단합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 어찌 한국군에 의한 사건뿐이겠습니까? 호찌민시의 전쟁박물관에 비치된 기록을 보십시오. 다시는 돌아보기 싫은 비인간적인 사건이 널려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박물관을 만들고 아픈 기록을 남기는 것은 누가 나쁘고 아니고를 따지고자 함이 아니라, 전쟁 자체를 다시는 하지 말자는 의도입니다.
그런 아픈 전쟁을 거쳐 통일을 이룬 베트남은 이제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고 “다 함께 미래를 향해 갑시다” 하며 국민을 달래고 있는데, 엉뚱하게 한국의 미디어들이 와서 자꾸 전쟁 중에 일어난 사건을 들추며 그 상처를 쑤셔댑니다.
베트남이 그에 대하여 손사래 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합니다. 베트남에 관한 자극적인 기사로 독자들의 사선을 끌기 전에 역지사지로 베트남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합니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2천 킬로미터 이상 길게 늘어진 나라로 남북의 차이가 문화뿐만 아니라 인종적으로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대로 베트남 지도층이 가장 중점을 두고 관리한 정책은 남북화합입니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북쪽에서 시작된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남하 정책을 실시하여 15세기에 지금의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에 진출했고, 17세기에 와서야 현재의 호찌민시 중심의 남부 지방을 흡수하며 지금의 베트남이 되었습니다.
하노이와 호찌민은 300년 전에는 서로 다른 나라로 존재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베트남의 정책 책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겠습니까? 맞습니다. 바로 남북화합입니다.
나중에 우리가 통일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통일된 후에 자꾸 전쟁 중에 비이성적인 사건들을 들추며 시비를 가린다면 그 나라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미래를 향해 고개를 들기 바랍니다.


-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회자된다고 하더군요. 이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한 마디로 베트남 정부에게 박항서 감독의 활약은 구세주와 같은 것입니다. 물론 박 감독의 지도하에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국위를 선양하는 덕에 박 감독이 국민적 칭송을 받는 것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가의 수상이 몇 번씩이나 그를 환대하며 영웅처럼 받드는 것은 좀 과한 반응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베트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진짜 고마워하는 것은 축구 자체의 성적보다 박항서 감독이 축구 부흥을 이끌어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모든 국민이 남북의 구분 없이 같은 목표를 갖고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베트남 통일 후 처음 맛보는 국민적 희열이었습니다. 이제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입니다. 그래서 박 감독이 국가적인 영웅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 베트남 해병대전우회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매년 해병 파병지의 지역 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행사를 성대히 갖고 있습니다. 그 행사에는 한국의 해병대전우회 총재님도 참석하곤 합니다.
단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의례적으로 매년 행사를 치르다 보니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어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보다 부가적인 일이 더 커지며 그쪽에 관심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듯하여 초심을 찾아가자는 소리가 전우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해병대전우회와는 별도로 해병 5백자 기수들이 따로 모이는 ‘오룡해병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작은 모임이지만 인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 교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가 가장 실감 나게 느껴지는 곳이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의 만남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병대전우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서로 협동하며, 약자를 돕고, 궂은일을 솔선하는 해병 용사로 이국 생활을 의미 있게 지내시길 기대합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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