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해 측근이라도 가차 없이 제거하는 권력의 공정성

중국 삼국시대 때 촉나라 유비와 위나라 조조가 죽은 뒤 그 후손들과 오나라 손권이 각각 ‘솥발의 형세’를 이루어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서기 227년의 일이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은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나섰다.
당시 위나라 국권을 장악하고 있던 사마의 역시 병력을 이끌고 방어진을 구축, 사활을 건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갈량은 위나라군의 방어진을 깨뜨릴 방안 마련에 골몰했는데, 결전에 앞서 가장 고심한 문제는 보급 수송로의 요충지 ‘가정’을 어떤 장수에게 맡기느냐 하는 것이었다.
누구를 보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터에 제갈량이 가장 아끼는 젊은 장수 마속이 나섰다.
자신만만한 마속이었지만, 제갈량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마속이 말했다.
“자신 있습니다. 정 그렇게 못 믿으신다면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참형에 처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지형지물을 십분 이용해 길을 굳게 지켜 위나라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섣불리 자리를 움직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마속은 제갈량의 말을 듣지 않고 산 정상에 진을 쳐 적군을 유인해 역공을 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노련한 위나라군은 결전을 서두르지 않고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만 끌었다.
그럴수록 마속의 병사들은 식수와 식량이 동이 나서 큰 고난을 겪게 되었다.
‘승상의 지시에 따를 걸 공연한 짓을 했구나!’ 마속은 크게 후회했다.
마속은 결사의 각오로 돌진해 포위망을 뚫으려고 했으나 부하들은 전멸하고 구사일생으로 제갈량이 있는 본진에 도착했다.
보급 요충지를 뺏긴 제갈량은 군대를 물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명령을 어긴 마속은 군율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졌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제갈량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참으로 아까운 인재요. 나 역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오. 그러나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기면 그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이다. 그래 가지고 앞으로 여러 장수와 병사들에게 어떻게 기강을 말할 수 있단 말이오?”
마속은 울면서 제갈량에게 절한 다음 형장으로 향했고, 제갈량 역시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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