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구 노병

■ 해병대 마당발로 살았던 황성구
황성구(해병 146) 노병은 지난 32년간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총재 의전특보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다.
‘이름을 날렸다’ 함은 황성구 노병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관점이 교차했었다는 뜻이다.
총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황성구 특보가 의전실장 타이틀로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간섭했기 때문이었다.
총재 참석 각종 행사에서 서열을 가려 의자 배치 및 소개 순서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대했거나 착오가 있으면 황 특보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지내온 세월이 32년이었으니 칭찬보다는 비난의 기억만 남았기에 노병은 마음고생이 컸었다.
“그동안 긴장된 생활을 하다가 짐을 내려놓으니 홀가분해요” 말하는 노병의 모습에서 당찼던 과거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황성구 노병은 1963년 해병 146기로 입대하여 1988년 해병대전우회 창설 시 김성은 총재(전 국방부장관) 휘하 서울 중구·종로지구 해병기동대 지대장으로 시작하여 원상회복 대책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고, 김정호 총재 시절에 기동봉사대 본부장을 맡았다가 강복구 총재 때부터 김명환, 김인식, 이상로, 유낙준, 이호연 총재에 이르기까지 6명 총재들의 의전실장을 맡아왔다.
그렇게 장수할 수 있던 이유는 해병대전우회 상하관계를 꿰뚫고 있는 마당발이었기에 장례식장이나 각종 행사에 빈틈없는 예의와 의전을 보좌했기 때문이다.

■ 전우회에 발을 담갔던 계기는…
제천이 고향인 황성구는 남대문시장에 점포 셋을 가진 황부자 7남매 중 막내아들로 자랐다.
명동이 내려다보이는 남산초등학교를 나와 명동을 무대로 성장하면서 권투연습실(명동구락부)에서 이안사노, 서강일, 유재두, 김기수 등과 어울리면서 복싱 실력을 다졌다.
그 당시 부잡집 귀공자로 알려진데다가 권투를 하고 있으니 자연히 무리들과 어울리는 싸움꾼이 되었다.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 정부가 불량배들을 잡아 제주도 한라산 횡단도로 건설에 투입할 때 황성구 청년은 간신히 피신해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때는 군에 입대하면 사회에서의 경미한 죄는 면죄부를 주었을 때였다.
그렇던 황성구에게 애국심과 국가관만큼은 뚜렷했었다.
제대 후 사업을 시작, 경기도 광주 오포에 유리, 플라스틱 공장을 차려 수십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사업가로 성장했다.
1988년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 “해병대여 모이자”는 해병대전우회 발족식 안내 현수막이 보였다.
이 글을 본 피 끓는 해병대 사업가 황성구 사장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심장 박동이 요동쳤다.
그 즉시 달려간 것이 인연이 되어 해병대전우회 초창기 멤버가 되었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흐르고 있는 중이다.
그 바람에 사업도 정리하고 오직 전우회 일에만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30년 전 몇 천만 원짜리 장비도 그 자리에서 정리하고 오직 해병대 일에만 미쳤었어요” 말하는 노병의 모습에서 조금도 후회의 빛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퇴계로 구 아리랑호텔에 해병대전우회 창설 사무실이 있었는데 이두호(해병 1) 초대 사무총장 형님 밑에서 시작하여 박구일 사령관, 우태영 형님 등과 함께 계급과 직위를 떠나 오직 기수로 따지면서 형님 아우로 잘 지낸 기억이 생생합니다” 말하며 아련한 과거로 눈빛을 돌리는 모습이 스쳤다.

■ 어떤 정신으로 지냈나
“그때 현수막을 안 보고 안 갔었으면 아마도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30여 년 전에 스스로 선택한 일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며 “해병대 때문에 인간됐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노라”고 말한다.
당시 고가의 장비를 팔아가면서 사업을 접었던 황성구가 사업가로 살았다면 성공했을까?
차라리 해병대에 미쳤던 오늘의 황성구가 더 잘살았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돈의 소중함을 모르고 자란 그에게는 ‘어쩌면 사업가 타이틀이 인생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조건적 봉사를 해왔습니다. 급료 한 푼 받은 적 없는 진정한 해병대라고 자부합니다” 말하는 황성구 노병을 보면서 ‘해병대에 미친 사람이었구나!’ 하는 진정한 찬사를 하고 싶다.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 이 말은 황성구를 두고 한 말이 틀림없다.
해병대여 영원하라! 황성구 노병이여 영원하시라!  

취재 : 신동설 발행인 / 사진 : 박흥배 보도국장

■ 의전특보 퇴임 인사 말
존경하는 역대 사령관님과 선배님,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님 여러분!
다름이 아니오라, 본인은 새로 출범하는 이홍희 신임 총재님의 보직을 떠나서 자유인 해병대로 살게 되었음을 보고 드립니다.
본인은 지난 32년 동안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의전실장(특보)로 일하면서 최선을 다해 저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지난 1989년 해병대전우회 발족당시 김성은 초대 총재님 의전실장으로 시작하여 김정호, 강복구, 김명환, 김인식, 이상로, 유낙준, 이호연 총재에 이르기까지 32년간 총재님과 전우들 간의 가교 역할과 각종 행사에서 의전을 담당하는 주요직책을 맡았다는 것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갖는 바입니다.
새로 출범하는 신임 이홍희 총재님의 새로운 길에 진심으로 발전을 기원하면서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남은 여생동안 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성찰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의 좁은 소견과 과잉된 해병대사랑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리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양해의 말씀과 아울러 죄송한 마음을 표하는 바입니다.
비록 몸은 전우회를 떠났지만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임을 잊지 않고 여러분의 곁에 항상 함께 있겠습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건강과 가내의 안녕을 빌며 이만 사직인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20일
대한민국해병대전우회 중앙회 前 의전(특보)실장
황성구 올림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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